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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브라우니,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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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09)

모 방송사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상품 판매 매장에 가서는 말도 되지 않는 생트집, 즉 일명 ‘진상’ 행동을 하는, 백화점이라든지 화장품 매장 등 사회 많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한 코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 내용 중에 진상녀인 정여사는 강아지 인형을 하나 가지고 다닌다. 그 인형의 이름이 ‘브라우니’다. 정여사는 본인이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브라우니를 내밀며 “브라우니 물어!”하고 외친다. 그러면 나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의 브라우니 인형이 지금 인기 연예인 만큼이나 유명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말도 못하는 소품 중의 하나인 강아지 인형이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며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절박하고도 외로운 마음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브라우니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잘못 속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절대적인 믿음자이고, 해결사의 역할을 한다. 또한 말을 하지 않는다. 더불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다 해준다. 생각하지 않는다. 전에 어떤 유명한 원로배우의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란 대사가  유명해진 것과 상통하는 이유일 게다. 방송 중의 정여사뿐 아니라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도 인생에 그런 역할을 해주는 해결사가 필요할 만큼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고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절대적으로 나를 믿어주는 부모나 형제와 같은 가족이라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 개인 생활 시대에 들어오면서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없어졌다. 그런 믿음의 구조가 취약해져서 부부지간, 부자지간에도 분쟁이 빈번해지고 대화를 하려다가 말싸움으로 끝나거나 대화가 사리지는 극단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인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역할의 대행으로 시작하였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의 대리 역할이었고 종교적으로는 신앙 중심의 신의 대리 역할로 시작되었다.

 

심리학에서 유아는 엄마와 1차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후, 성장함에 따라 엄마와 자기 사이의 중간 대상, 예컨대 인형 같은 애착대상을 갖게 된다. 중간대상은 엄마와 자기가 아닌 중간지대에 있어, 엄마와 자기를 분리시키는 과도기에 인형이 존재한다. 그래서 여성들 중에서 인형을 안고 자거나 항상 지니고 다니는 이유는 잠재의식 속에 유아기 당시의 포근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누구나 다른 사람 혹은 대상물에게 접촉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 따뜻함과 안락함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인형은 비록 생명을 가진 대상이 아니지만, 포근한 느낌 자체가 접촉 동기를 만족시켜 준다.

 

저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의 ‘사랑’을 주제로 연구한 원숭이 실험은 유명하다. 새끼원숭이를 어미에게 강제로 떼어 두 인형이 있는 방에 가둬두었다. 하나의 인형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몸에 젖병이 매달려있는 원숭이 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분지로 만든 몸통에 천을 감아 만든 원숭이 인형이었다. 새끼원숭이는 처음에는 어미와 떨어져 공포에 울부짖고 사방에 대소변을 뿌리고 고함을 질렀지만 어떠한 노력으로도 어미에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친어미 대신 인형 원숭이에게 매달렸다. 그런데 그 매달린 대상은 젖을 주는 철사인형이 아닌 대충 만든 천인형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스킨십이 애정의 형성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새끼원숭이가 가짜 어미에게 애착을 갖게 만든 다음 그 가짜 어미가 새끼에게 물을 끼얹도록 만들고, 전기 충격을 가하고, 날카로운 가시로 찔러도 새끼원숭이는 계속 어미를 향해 기어와서 안겼다.

 

애정의 힘은 무섭도록 강함을 보였다. 인형의 역할은 일차적으로 신체적으로 주는 보드라움과 따스함이다. 또 이차적으로는 유아시절에 느낀 정서적인 안정감과 위로감이다. 그리고 힘든 이 시대에는 나를 무한리필로 믿어주고 말을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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