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9월부터 중증장애인이 거주지 인근 치과에서 제때 진료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장애 동행 치과’ 41곳을 지정했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서울시는 장애인 구강건강권 보장을 위해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와 협력해 장애 동행 치과를 선정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회원 치과를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진료에 참여할 치과 수요를 조사하고, 서울시가 신청기관을 직접 방문해 현장조사를 거쳐 ‘장애 동행 치과’ 명단을 확정했다. 서울시는 일반·경증 장애부터 고난도 환자까지 대상 맞춤형 치과진료체계를 구축해 장애 특성에 따른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장애인이 가까운 곳에서 차별없이 안전하고 전문적인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것. 장애인 치과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증장애인이 마음놓고 찾을 수 있고, 장애인 치과를 표방하는 곳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적기에 치료받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에서 중증장애인들의 전신마취 하 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인 연세대치과병원 등 3곳이 있지만, 쏠림현상이 극심해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 28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거주지 인근 치과병·의원을 통한 구강검진과 예방치료를 강화하고, 장애 유형·정도별 진료기관 정보를 최신화해 중증장애인이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데 목적을 뒀다.
경증환자의 기본진료나 구강검진, 구강보건교육은 보건소에서, 치과영역 6대 중증장애인의 구강검진 및 예방진료 등은 장애 동행 치과에서, 그리고 고난도·희귀난치 중장장애인의 전신마취치료는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등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 동행 치과 지정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면 38만6,000여명 가운데 31.2%에 해당하는 12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차로 지정된 41개소는 송파구 6개소, 동대문구 3개소, 강서구 2개소, 마포구 2개소 등 17개 자치구에 분포돼 중증장애인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됐으며, 아동 전용 11개소, 성인 전용 5개소, 병행진료 25개소 등으로 세분화된 정보를 제공하며 이용 편의를 높였다.
장애 동행 치과 명단과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와 서울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120 다산콜센터에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지정 기관에는 서울시의 현판도 붙게 된다.
장애 동행 치과-장애인치과병원 진료의뢰시스템 필요
장애인 가산 300%, 장애인 접근성 높이는 마중물 기대
장애 동행 치과에 동참한 동대문구회 김성남 원장은 “우리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치료할 수 없다는 소명으로 평소 장애인 치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소아치과를 전공해 소아 장애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그 환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진료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러나 특별한 시간, 장비, 인력, 그리고 의료인의 열의와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실제 동네치과에서 장애 환자를 치료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서는 다른 환자 진료를 병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차 기관에서 중요한 것은 ‘분류’와 ‘연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장애 환자와 대화하고 진단하는 과정에서 1차 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지, 전신마취가 필요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장애 동행 치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장애 동행 치과에서 가능한 치료를 하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 장애인치과병원으로 진료의뢰하는 연계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구조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장애인치과병원을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치료 접근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애 동행 치과는 진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신체 억제나 수면유도 등 행동조절 기법을 활용해 뇌병변, 뇌전증, 정신·지체·지적·자폐성 장애 등 치과 영역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구강검진과 1차 진료를 할 수 있다. 구강검진과 불소도포, 치석제거와 같은 예방진료는 물론 충치치료, 발치, 치주치료 등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장애 정도와 치과별 여건에 따라 진료 범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장애인 가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치과에서 장애인으로 등록돼있는 뇌병변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소정점수의 300%를 별도 산정한다’는 내용의 고시가 적용, 시행됐다.
치아질환 처치, 수술 후 처치-치주조직의 처치 등, 구강악안면 수술, 치주질환 수술, 보철물의 유지관리 등 치과재료, 의·치과 공통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장애인 가산이 획기적으로 상향된 것이다. 뇌병변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자폐성장애인으로 등록된 경우 적용되며, 가산율은 적용되더라도 환자의 본인부담은 증가하지 않는다. 다만, 장애 판정을 명확히 받은 경우에 한해 적용되고, 환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장애인 치과진료의 어려움과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진료현장에서는 “장애인 가산은 의료진의 노력이나 시간에 대한 보상일 수 있지만, 더 큰 의미는 장애 환자와 보호자가 마음 편하게 치과를 방문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효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연말까지 장애 동행 치과를 50개소 이상으로 확대 지정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강건강 격차를 줄여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