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최근 일상 곳곳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비율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AI 번역기를 활용해 소통하고, 회의 기록을 자동으로 요약하거나 글 또는 이미지를 생성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처럼 AI는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생활의 일부가 됐다.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개원가에서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이하 AI)는 환자 안내문 작성이나 블로그 및 SNS 홍보 콘텐츠 제작은 물론 환자 관리 등 경영의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진료 현장과 환자 상담, 행정, 마케팅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어 그 활용 가치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치과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법’을 주제로 치과경영에 적용 가능한 분야별 ‘사용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콘텐츠 작성과 이미지 제작 등 기초단계부터 경영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활용법까지, 실제 치과경영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개원의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산업 곳곳에 스며든 AI, 업무 효율성 ‘업그레이드’
최근 치과계 학술대회와 세미나에서 AI 관련 강의는 가장 붐비는 세션으로 꼽히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 “막상 사용해보니 실제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와 같은 반응도 여전히 많다.
개원가는 진료뿐 아니라 행정, 직원 관리, 상담, 마케팅까지 원장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 점점 늘고 있고,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부담까지 겹치면서 경영에 투자할 시간은 더욱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때 AI는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 처리, 원장이 본질적인 업무에 시간을 재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타 분야에서는 이미 AI 시스템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법조계는 판례 검색·계약서 초안 작성이 빨라졌고, 교육 현장은 수업안·평가문항·피드백 작성이 용이해졌다. 마케팅 업계는 홍보 기획안 작성·카피 및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고 있다.
메디컬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는 대형병원을 주축으로 영상 판독 보조, 예약·접수, 환자 응대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치과에서도 환자 안내문 및 내부 매뉴얼 제작과 상담 요약, SNS 운영, 경영 분석 등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과제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 장벽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ChatGPT △Gemini △Perplexity △뤼튼 △Claude 등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모델을 무료·유료로 병행해 쓰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질문을 정확히 던지면 결과물이 다르게 돌아온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같은 질문을 여러 모델에 넣어 비교하면, 결과물의 질이 올라가고 실수가 줄어든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고, 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24시간 워크플로우’가 이미 가능해졌다.
PART 1 안내문 작성부터 홍보까지, 콘텐츠 제작 도우미
#블로그 #인스타그램 #환자 안내문 #홍보 컨설턴트
A치과의 김 실장은 치과를 알리고 환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블로그 운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글 소재’는 늘 고민거리였다. 단순히 치과 정보성 글을 올리면 조회수가 저조했고, 생활 이야기를 풀어내자니 치과 홍보와의 연결이 쉽지 않았다.
이때 ‘Gemini(제미나이)’가 새로운 해법이 됐다. 김 실장은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생활 밀착형 주제를 먼저 제시하고, 마지막에 치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OO구 맛집 세 곳을 소개하는 글을 써줘. 글의 톤은 따뜻하고 친근하게 하고, 마지막 문단에서는 우리 치과가 같은 지역에 있다는 점을 알려줘’라고 요청하자, 정보성과 홍보가 결합된 글이 금세 완성됐다.
지역 정책이나 행사와 같은 공적 주제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OO구에서 추진하는 구강보건 정책을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줘. 그리고 우리 치과가 지역 주민과 함께 구강건강을 지켜가는 파트너라는 점을 덧붙여줘’라고 입력하자, 홍보 문구와 생활정보가 균형을 이룬 글이 만들어졌다.
김 실장은 “예전에는 글감을 찾는 데 며칠씩 걸렸지만, 이제는 주제와 톤, 구조를 지시하면 바로 원고가 나온다. 무엇보다 광고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글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제 신규환자의 내원 경로를 확인해 보면 블로그를 통해 유입된 신환의 수도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교정환자가 많은 B원장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기본 안내사항이 늘 부담이었다. 교정 중인 학생에게는 음식 관리와 양치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하고, 보호자에게는 치료과정 전반과 주의사항을 다시 강조해야 했지만, 매번 설명 방식을 달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B원장은 ‘ChatGPT’를 활용해 환자군별 안내문을 제작했다. ‘중고등학생이 교정치료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작성해줘’, ‘교정기를 처음 착용한 초등학생 보호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생활 수칙 안내문을 만들어줘’와 같이 대상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그 결과 학생과 보호자 각각의 눈높이에 맞춘 안내문이 빠르게 완성됐고, 이해도 또한 높아졌다.
B원장은 이 안내문을 정형화해 진료실과 대기실에 비치했다. 상담 시에는 환자군에 맞는 문서를 바로 출력해 전달하고, 필요할 때마다 일부 문구를 수정해 활용한다.
B원장은 “예전에는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제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곧바로 제공할 수 있다”며 “설명이 간결해지고 환자들이 스스로 지침을 잘 지키면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구체적 지시가 현장 활용도 높이는 키포인트
위 두 사례에서 보듯, 현장에서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질문을 명확히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 글을 써 달라’, ‘환자 주의사항을 알려 달라’처럼 모호한 지시로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답변만 돌아온다. 반대로 대상과 상황, 어투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하면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온다.
AI 명령어 작성이 어렵다면, 다른 AI에게 ‘세부사항까지 확인 가능한 명령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Gemini에게 ‘ChatGPT가 우리 치과 데이터를 항목별로 심층 분석하고 경영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명령어를 작성해줘’라고 입력한 후, 도출된 답변을 그대로 GPT에 가져와 입력하면 원하는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결국 질문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AI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목적과 맥락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 요구사항을 명확히 설정하면 콘텐츠 작성과 안내문 제작 같은 단순 작업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된다. 그만큼 인력이 직접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은 줄고, 진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진 1] ‘교정치료 주의사항’을 입력했을 때와 구체적인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ChatGPT가 제시하는 결과물의 차이](http://www.dentalnews.or.kr/data/photos/20250938/art_17581546804778_0773d7.png?iqs=0.5013103566214051)
맹신은 금물, 의료법 위반도 주의해야
그러나 AI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과장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생성된 결과물을 곧바로 활용하기보다 반드시 교차 확인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특히 환자 안내문이나 치과명을 내세운 홍보 글 등 직접 환자에게 전달되는 자료는 작은 오류도 곧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SNS 홍보에 AI를 활용할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의료기관 광고 심의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되는 사례는 △시술 전후 사진을 게재해 효과를 단정하는 경우 △‘완치’, ‘100% 성공’처럼 결과를 보장하는 문구 사용 △연예인이나 환자 사례를 과장해 인용하는 방식 등이다. 모두 과장·오인 가능성이 있는 광고로 분류돼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AI가 작성한 글에는 이러한 표현이 무심코 포함될 수 있으므로, 최종 검수 단계에서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PART 2 응대·행정 자동화,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치과챗봇 #예약안내 #민원대응 #직원교육
개원의이자,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회장인 이재윤 원장(신세계치과)은 학회용 챗봇뿐 아니라 치과용 챗봇도 운영하고 있다. 이재윤 원장은 초창기에는 ChatGPT를 단순히 검색 용도로 쓰기 시작했고, 이후 ‘GPT 탐색(GPTs Explore)’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둔 치과 관련 챗봇을 접하게 되면서 직접 제작까지 나서게 됐다고.
그는 ChatGPT의 ‘내 GPT 만들기’ 메뉴를 활용해 직접 챗봇을 제작했다. 만들기 탭에서 ‘우리 치과의 환자 응대를 위한 챗봇을 만들 거야’라는 간단한 질문을 입력한 뒤 대화를 이어가며 치과의 특징, 챗봇의 말투, 진료 정보 등을 하나씩 학습시켰다. 이렇게 치과용 챗봇의 목적과 방향성을 입력한 뒤, GPT 구성 탭에서 운영 지침을 구체화하며 세부 설정을 다듬었다.
진료 후 주의사항, 동의서, 자주 묻는 질문 등의 자료를 PDF나 워드 파일로 준비해 업로드하면, 챗봇이 이를 학습해 환자 질문에 맞춰 응답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 후 조심할 점 알려줘’, ‘◯◯치과 진료 일정이 궁금해’라는 질문을 보내면, 챗봇은 학습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안내를 제공한다.
만약 이 과정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GPT 탐색 기능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챗봇 만들기’나 ‘나만의 지피티 제작 도우미’ 같은 GPT들이 제공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서 그대로 불러온 뒤 필요한 부분만 치과 상황에 맞게 맞춰가는 것만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제작한 챗봇을 카카오톡, 네이버 예약 시스템 등과 연동해 적용 범위를 넓혔다. 카카오톡에 치과 채널을 개설한 뒤 GPT와 연결하면 환자가 채팅창에서 질문을 입력할 수 있고, 챗봇이 답변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예약 안내, 진료 일정 조율, 치료 후 관리까지 자동으로 응대되면서 직원 업무 부담이 줄었고, 환자는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양의 상담과 전화 응대가 챗봇을 통해 처리됐다.
AI 활용은 환자 안내를 넘어 경영 관리까지 확장됐다. 진료 데이터를 입력해 보고서와 통계를 만들고, 환자 설문 응답을 분석하며 불만 요인을 찾는 데 챗봇을 사용했다. 특히 이 원장은 환자 상담 내용을 녹취해 감정 분석을 시도했다. 환자가 치료 자체에는 만족했지만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거나, 비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의 사례를 모아 응대 방식을 보완했다는 것. “환자 컴플레인 분석과 같은 과정은 마케팅 업체에 맡기면 수천만원 이상 드는 작업인데, 직접 챗봇을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직원들과도 공유하고 있고, 실제 진료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윤 원장은 AI를 환자와 원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비서라고 설명했다. 진료실 안팎에서 필요한 안내를 언제든 제공하고, 일관된 설명을 통해 환자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사진 2] 가상의 ◯◯치과 3개월간 월별 주요 지표를 PDF로 저장, 이를 ChatGPT 심층 리서치 기능을 통해 업로드 한 뒤 ‘매출 지표분석과 향후 트렌드 및 미래전략’을 지시했다. 이후 도출된 보고서를 인포그래픽(카드뉴스)형태로 시각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http://www.dentalnews.or.kr/data/photos/20250938/art_17581546816752_b551a7.png?iqs=0.9976833482192033)
매뉴얼 제작, 직원 채용, 의사결정 지원도 ‘척척’
AI는 치과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직원 관리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은성 원장(우리치과)은 직원 교육과 매뉴얼 제작 등 양방향 소통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가 처음 시도한 것은 직원과의 대화 시뮬레이션이었다. 오 원장은 ChatGPT에 ‘너는 치과 경영 컨설턴트다. 나는 개원 15년 차 치과원장인데,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직원과 면담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는 질문 5가지를 만들어 달라’고 역할을 부여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 리스트가 도출됐고, 이를 토대로 실제 대화에서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병원 매뉴얼 작업에도 유용했다. ‘치과실장의 업무를 7개 대분류로 나누고, 각 항목마다 세부 과업을 3개씩 정리해 달라’고 입력하자, 업무가 대·중·소분류로 체계적으로 정리돼 출력됐다. 이를 기반으로 병원 내부 지침을 구축하며 업무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다.
채용 과정에서도 AI는 보조 도구로 쓰였다. 오 원장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업로드한 뒤 ‘우리 치과의 채용 기준에 맞춰 각 항목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지원자의 강점과 약점을 항목별로 정리한 분석 보고서가 생성됐다. 그는 “사람이 읽을 때는 막연했던 부분을 AI가 구조화해 보여주니 판단 근거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AI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은성 원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지 고민될 때 ‘이 아이디어를 우리 병원에서 실행하려고 한다. 장점과 위험 요소를 정리해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며 “원장이 직접적으로 직원들에게 곧바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부담을 주거나 혼선이 생길 수 있는데, AI가 먼저 객관적인 근거를 정리해 주니 내부 논의가 훨씬 매끄러워졌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반드시 경계해야
다만 AI 활용 과정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위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환자의 진료기록은 법에서 ‘민감정보’로 분류돼 엄격히 보호되며, 이를 외부 AI 시스템에 그대로 입력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는 곧바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챗봇 제작 시 환자의 개인정보를 수집·공유해서는 안 된다. 챗봇에는 치료 후 주의사항, 자주 묻는 질문(FAQ), 예약 및 취소 절차, 내부 매뉴얼과 같은 일반 자료 등을 입력해 기능을 구현해야 하고, 환자 개인정보는 병원 내부시스템에서만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챗봇이 환자에게 직접적인 진단을 내리지 않도록 ‘자세한 사항은 내원해 진료받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필수로 포함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챗봇은 환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며, 환자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불필요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원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식별 정보는 반드시 제외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가명처리·익명화 조치를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수집·이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주 플랫폼이나 개발사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에도 개인정보 처리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의 임의 보관이나 재사용을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치과에서 AI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①환자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않고 ②공유 데이터는 익명화·가명처리를 거쳐야 하며 ③외부 위탁 시에는 법적 계약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위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환자 신뢰를 해치지 않으면서 진료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사진 3] ‘서울 ◯◯동 임의 주소에 치과 개원 예정’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후 Gemeni(딥리서치 기능)에 ‘개원을 위한 상권 분석과 성공 전략 제안’을 요청했다. 해당 데이터를 만들기-인포그래픽 생성 탭을 통해 변환한 결과물](http://www.dentalnews.or.kr/data/photos/20250938/art_17581546826717_b1e12c.png?iqs=0.397358475738246)
PART 3 AI, 든든한 치과 경영파트너로 확장
#경영분석 #데이터 분석 #환자동의율 #개원솔루션
이처럼 치과에서의 AI 활용은 단순한 작업처리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전자차트, 회계 프로그램, 엑셀 파일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AI에 입력하면 환자 연령대별 내원 현황, 시간대별 예약 분포, 진료 항목별 추세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월별·분기별 경영 리포트를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환자군 특성에 맞춘 상담 전략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소모품과 장비 관리에서도 AI는 점차 실용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용 기록을 기반으로 발주 시점과 안전 재고를 예측, 불필요한 품절이나 과잉 구매를 줄일 수 있다. 개원 과정에서도 입지 분석 자료를 종합해 환자군을 예측하거나, 계약서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치과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파노라마 분석, 교정 시뮬레이션 등 치과분야에 특화된 AI 소프트·하드웨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원장이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간편하게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AI를 공부하는’ 단계에서 ‘시스템에 탑재된 기능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INTERVIEW 정석환 원장(감탄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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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치과경영에 AI를 접목하게 된 계기? 지난 2023년 여름 ChatGPT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아직 3.5 버전 초창기였는데, 신문과 뉴스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출시됐다’ 정도로 소개되던 시기였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재미있고 “써먹을 곳이 많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매일같이 명령어를 입력해보며 공부했고, AI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서로 활용법을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응용해 본 사례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Q. 어떤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지? 개원 준비 단계부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과제는 입지 선정이었다. 인구 구성, 교통 접근성, 주변 치과 현황 같은 자료를 모아 ChatGPT에 입력하고 이 데이터를 종합해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을지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주변 상권 비교와 해석까지 곁들여 정리해줬고, 덕분에 혼자 고민했다면 몇 달이 걸렸을 일을 며칠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계약서 검토에 AI를 썼다. 임대차 계약이나 서비스 계약서를 PDF 형태로 업로드하고 ‘을인 나에게 불리한 조항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ChatGPT가 문제 조항을 추려 표로 정리해주고 대체 문안을 제시해 주니 협상에서 무엇을 짚고 들어가야 하는지 명확해졌다. 개원 이후에는 SNS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환자 문의에도 AI로 답변 가이드를 마련해 일관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예약 변경이나 취소, 기본 상담 문의는 챗봇이 먼저 응대하고, 복잡한 상담은 직원이 이어받는다. 데스크 직원이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상담과 현장 대응에 집중할 수 있었고, 환자 역시 빠르고 정확한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직접 AI를 사용해 결과물을 생성하기도, AI 전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Q. 경영전략 수립 과정에서 AI의 역할은? 치과의 데이터를 ChatGPT에 넣고 ‘이번 달 내원 환자의 진료 항목별, 연령별 내원 패턴을 분석해 달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달 운영 전략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화요일·수요일 저녁에 20~30대 스케일링 환자가 집중된다 → 이 시간대, 해당 연령대 환자를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에 맞춰 문자 안내를 늘리거나 소규모 이벤트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AI가 주관식 데이터를 객관식 선택지로 바꿔 주니, 그중 필요한 것만 선택하면 된다. 덕분에 분석과정에 쓰던 시간이 줄고 의사결정이 훨씬 빨라졌다. 소모품 구입 주기도 AI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1년치 소모품 사용 기록을 파일로 정리해 입력한 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 재고 수준과 발주 시점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월별 사용량 패턴을 분석해 ‘다음 발주는 어느 시점이 적절하다’, ‘이 품목은 재고를 더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와 같은 결과를 알려준다. 예측치를 바탕으로 발주 메모를 작성해 공유하고, 필요할 때마다 일부 조정만 거쳐 실행한다. 덕분에 재고 부족이나 과잉 주문을 막을 수 있고, 관리 효율성도 높아졌다. 전자차트를 쓰지 않는 곳이라도 치과에 대한 기본 자료(매출, 진료 내역 등)는 정리해 두는 게 일반적이다. 이 자료를 AI에 첨부한 후 명령어를 입력하면 분석·해설을 해주기 때문에 경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AI 바람, 치과계에 어떤 변화 가져올까? 대형병원과 경쟁하기 어려운 소규모 치과에게는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다. 문서 초안이나 숏츠(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AI로 뽑아낸 후, 교정만 하면 되니 콘텐츠 생산력이 크게 올라간다. 최근 ChapGPT 이외에도 다양한 AI 프로그램이 치과 분야에서도 출시되고 있는데, 마케팅뿐 아니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특히 AI 파노라마 판독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상담 시 AI가 파노라마 분석 이미지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줘 환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파노라마 사진에 염증 부위를 색깔로 표시해 주면 환자가 의사의 설명보다 AI의 시각 자료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환자의 동의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AI 프로그램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신제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Q. 개원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I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때도 다들 낯설고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됐다. AI도 똑같다. 정보를 검색하거나 메신저를 열듯 일상에 접목하면 활용도가 점점 넓어진다. 반복해서 쓰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 순간 치과경영과 진료 현장에 스며들게 된다. 중요한 건 ‘완벽한 답을 한 번에 얻겠다’는 생각보다, 작은 질문부터 AI와 대화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원장 스스로에게 맞는 노하우가 쌓인다. 다만 AI가 해주는 건 초안·분석·정리일 뿐이고,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아주 똑똑한 비서’일 뿐 사람의 사고를 대체할 순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AI가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흐름이 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AI를 치과경영에 도입할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