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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일본에서 만난 방문치과진료-2026년 돌봄통합지원법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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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백연화 교수(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과보철과)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의 변화가 아니라, 의료와 복지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수는 일정 시점까지는 증가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고령화가 더욱 심화되면 병원 내원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인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진료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현재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에 달한다. 일찍이 고령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방문진료 시스템을 조기에 제도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어,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지난 2025년 1월 31일, 필자는 대한노년치의학회 주관으로 일본 후쿠오카대학교 치과병원을 방문하여 이들이 운영하는 방문치과진료 시스템을 직접 참관할 기회를 가졌다. 후쿠오카대학교 치과병원은 1972년 ‘후쿠오카치과진료소’로 출발하여, 1973년 대학 부속병원으로 전환된 이후 내과와 외과를 병설하며 치과 중심의 통합형 의료기관으로 발전해왔다. 이 병원의 철학은 ‘구강건강을 통해 전신건강을 지킨다’는 데에 기반하고 있으며, 진료과 구성과 운영 방식 전반에 이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었다. 특히 ‘노인치과(Geriatric Dentistry)’와 ‘방문치과(Visiting Dentistry)’가 각각 독립된 센터로 운영되고 있었고, 병원 인근의 개호노인보건시설 및 요양원과도 긴밀히 연계되어 실질적인 의료-복지 통합 모델이 실현되고 있었다.

 

방문치과진료는 병원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치과 의료진이 직접 자택이나 요양시설, 혹은 치과진료가 불가능한 병원 등에 찾아가 진료와 구강관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진료 대상은 요양시설 입소자, 와상 상태의 자택 환자, 병원 입원 중인 환자, 항암 치료 중 구강관리가 필요한 환자 등 다양하며, 진료 반경은 병원 기준으로 약 16km 이내(차량 기준 약 30분)로 설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방문진료팀과 함께 세 곳의 요양시설에 동행하였다. 진료팀은 출발 전 각 환자의 진료 내용과 구강관리 계획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장비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차량에 실었다.

 

 

이동진료라고 하면 대형 밴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 소형 경차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발치, 충전(수복), 보철 치료, 틀니 조정까지 가능한 다양한 장비가 정돈된 상태로 실려 있었으며, 숙련된 인력이 단 몇 분 만에 진료 환경을 세팅하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와 효율성이 느껴졌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 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의료진은 헤어캡, 앞치마, 장갑, N95 마스크 등을 철저히 착용하고 진료에 임하였다. 요양시설에 입장하기 전에는 전신에 소독액을 분사하는 절차도 빠짐없이 시행되었으며, 참관자였던 우리 역시 일반 덴탈 마스크에서 N95 마스크로 교체한 후에야 진료 현장에 동행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요양시설에서는 침대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고령 환자를 진료하였다. 의료진은 이동식 조명과 진단 기구를 이용해 구강 상태를 확인하고, 치주염이 의심되는 부위에 대해 이동식 방사선 장비를 활용해 구내 촬영을 시행하였다. 이후 혀의 백태를 제거하고, 이동식 엔진과 핸드피스를 사용하여 틀니를 조정하는 등 대부분의 외래 진료 항목이 환자의 침상 위에서 무리 없이 수행되었다.

 

방문진료는 단순한 일회성 치료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구강 기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었다. 구강 기능 검진은 총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며, 이 중 3가지 항목이상에 문제가 나타날 경우 ‘구강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된다. 우리가 참관한 날에도 발음 횟수(입술 및 혀의 운동성), 저작력 측정, 구강 건조 상태 평가 등이 시행되었으며, 이 결과들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향후 변화 추이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었다. ‘씹고, 삼키고, 말하는 능력’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이 시스템은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존엄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국 치과병·의원의 약 24%가 방문진료를 경험한 바 있으며, 전체 치과 진료 중 방문 진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9%에 달한다. 병원 내원이 어려운 환자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치과 의료진이 병원 밖으로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시스템이 이미 제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의료보험 및 개호보험 제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어 의료진에게는 안정적인 수가를 보장하고,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번 참관을 통해 크게는 정부, 병원, 복지시설 간의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부터 작게는 장비 구성과 진료 매뉴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배울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러한 복합적인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 철학적 기반이었다. ‘구강건강이 곧 전신건강이며,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도 직결된다’는 믿음을 의료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2024년 12월에는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에 구강관리 항목이 처음으로 포함되었고,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에는 ‘방문구강관리’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보건의료서비스의 한축으로 명시되었다.

이제 치과계도 ‘찾아가는 진료’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뿐 아니라 치과계 내부의 실천 의지와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초고령 사회가 요구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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