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가니법 시행, 의료인은 잠재적 성범죄자 간주
최근 서울의 한 개원의는 간호사를 채용하려다 의료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 경력조회’를 하고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용주인 원장이 고용하려는 의료인의 성범죄 경력조회를 신청하고 관련 서류를 구비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인 간호사에게 당신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려 한다고 동의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한발 더 나아가 “의료인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하는 것 아닌가”하는 불쾌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치과에서는 대부분 치과위생사 등 의료기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사항이 없을 수도 있지만, 치과의사를 페이닥터로 채용하거나 본인이 페이닥터로 취업할 때도 이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암담함은 커졌다.
우리 치과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영화 제목을 따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로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의료인이 형법상 강간이나 성추행, 음란물 게시 및 유포 등을 했다면 형량의 경중과 관계없이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고, 의사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의료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성범죄 경력조회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물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해당자의 해임 요구 및 기관 폐쇄, 등록·허가 등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벌칙조항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고용할 경우 취업자의 동의를 얻어 고용주가 직접 경찰서에 성범죄 경력확인을 조회하고, 관련 서류를 의료기관 내에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범죄 경력이 있는 의료인은 10년 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으며, 본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다 하더라도 추후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성범죄 경력이 있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의원급은 개설자가 곧 종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원장의 성범죄 경력조회 확인서가 구비돼 있지 않다면 추후 지도점검 등을 통해 적발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 규정을 보다 강화하자는 개정안까지 발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의료인 자격 결격사유에 성범죄자를 추가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는 의사면허가 취소됐더라도 그 사유가 사라졌거나 잘못을 뉘우친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개정·적용해 면허가 취소된 경우 취소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의사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어느 치과에 취업을 하더라도 취업자라면 누구나 경찰서에 ‘성범죄 경력조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범죄예방을 위해 불심검문을 시행하려는 경찰에 대해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고한 의료인들마저 취업 시마다 경찰서의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에 박탈감마저 든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아동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법률이 강화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국가로부터 받은 면허를 지극히 제한하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환자들이 생겨날 수 있고, 의료인들은 방어진료를 넘어 위축진료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