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8 (일)

  • 맑음동두천 0.8℃
  • 맑음강릉 3.2℃
  • 맑음서울 1.8℃
  • 맑음대전 1.5℃
  • 맑음대구 6.1℃
  • 흐림울산 6.9℃
  • 맑음광주 1.9℃
  • 맑음부산 6.0℃
  • 맑음고창 -1.4℃
  • 맑음제주 5.4℃
  • 구름많음강화 2.5℃
  • 맑음보은 1.6℃
  • 구름많음금산 2.0℃
  • 맑음강진군 1.3℃
  • 구름많음경주시 6.7℃
  • 맑음거제 3.2℃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필터 버블에 갇힌 환자들

URL복사

강호덕 논설위원

얼마 전, 검사를 마치고 데스크로 나선 환자의 목소리가 진료실에 있는 필자에게까지 들려왔다. “이 집 비싼 집이구만.” 치아가 파절되어 크라운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용을 안내받던 중이었다. “요즘 임플란트도 38만원이면 한다는데, 크라운이 더 비싸다니 말이 되느냐?”라는 항의에 직원이 한참을 설명했지만, 임플란트 치료비가 38만원이라는 환자의 확고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본인의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였다. 화면 속 치과의사는 자상한 미소로 저렴한 비용과 안전한 치료를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그 영상은 바로 AI가 생성한 광고물이었다.

 

최근 온라인에는 AI가 만든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치과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실존하지 않는 AI 치과의사와 환자가 등장하고, 딥페이크 기술로 가공된 치료 전후 사진을 실제인 것처럼 보여준다. 환자들은 광고 속 이미지를 실제 치료 결과로 오해하고, 임상적 한계를 무시한 비현실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기대가 진료실에서 치과의사의 현실적인 진단과 마주하는 순간, 기대는 이내 의심으로 변하고 환자와의 신뢰 관계인 라포(Rapport) 형성은 불가능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저수가·과장 광고’의 굴레다. SNS의 광고 알고리즘은 윤리나 의학적 가치가 아닌 오직 ‘클릭률(CTR)’에만 반응한다.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라는 정직한 문구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반면 ‘임플란트 38만원, 오늘 마감,’ ‘통증 없는 무통 치료’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는 높은 클릭률을 유도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좋은 콘텐츠로 인식해 더 많은 예비 환자에게 노출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알고리즘은 이러한 광고에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 유사한 ‘저수가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디지털 환경에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검색 이력, 클릭 패턴 등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선별하여 제공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라고 한다. 사용자는 마치 ‘거품(Bubble)’에 갇힌 것처럼,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만을 보게 되고 그 외의 정보와는 격리된다.

 

환자가 저수가 마케팅의 거품 속에 갇히는 순간, 진짜 치과의사가 전하는 현실적인 치료 계획은 합리적인 제안이 아니라, 거품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불과하다. 필터 버블은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장벽은 환자의 눈을 가리고, 치과계의 수가 체계를 하향 평준화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영화 ‘아바타’의 역설적 성공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허구의 스토리와 파란 피부를 가진 가상의 인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역설적이게도 그 가상의 존재 안에 ‘실제 사람의 연기’를 최대한 담아내려 집착했다. 배우의 표정과 근육의 떨림까지 그대로 구현한 기술은 허구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라는 본질을 가상 세계에 온전히 이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기술은 화려했으나 그 핵심은 결국 ‘진실된 실재(實在)’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AI 치과 광고는 어떠한가. AI는 존재하지 않는 치과의사를 창조하고, 실제로는 불가능한 미소를 조작하며 ‘허구’를 ‘진실’인 양 포장하는 데 기술을 남용하고 있다. ‘아바타’가 가상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려 했다면, AI 광고는 기술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환자의 눈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AI 생성 의료광고 표시 의무화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법적 규제는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상업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제는 치과계 내부에서도 전문가적 윤리 회복을 위해 자율적인 심의 규정을 다듬어야 할 때다. 광고 대행사가 만든 자극적인 문구의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우리 치과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환자의 클릭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환자의 평생 구강건강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디지털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알고리즘이 만든 거품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일, 이제 우리 치과계가 앞장서야 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변하는 것과 변해서는 안 될 것
지난 주말 모처럼 영화관에 갔다. 코로나 이후로 5년 만이다. 예전과 좀 달라진 풍경이 보인다. 키오스크로 팝콘 주문을 하고 빈 컵만 받아서 콜라를 직접 받았다. 미리 예매한 티켓을 키오스크에서 출력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검표하는 검표원이 없어졌다. 사람은 오로지 팝콘과 음료컵만 전달해주는 코너와 주차 안내에만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검표원이란 직업이 사라졌다. 사람이 하던 일을 키오스크로 대체가 가능해서 생긴 일이다. 최근 로봇 개발이 첨단화되어가고 있다.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판매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자동차공장에서는 현장 조립에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가 로봇 현장 설치를 반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치되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상업적·산업적 흐름이다. 그런 흐름이 대세인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인건비 상승이다. 최저인건비 상승은 결국엔 고용을 후퇴시킨다. 다음은 기술력 발달이다. 인력을 대신할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 번째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의 증가다. 키오스크를 설치해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면 설치가 의미 없어진다.

재테크

더보기

비트코인 반감기 사이클과 전쟁 변수 속 자산배분 전략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위험자산 전반이 흔들렸고, 비트코인 역시 단기적인 하락 압력을 받았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이벤트는 언제나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자산배분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개별 뉴스보다 시장이 어떤 사이클 구조 속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 구조와 위치를 먼저 이해해야 단기적인 사건에 의해 투자 판단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바라볼 때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금리 사이클과 비트코인 고유의 반감기 사이클이다. 금리 사이클은 보통 4~5년을 주기로 경기와 자산시장의 흐름을 바꾸며, 반감기 사이클은 약 4년 단위로 상승과 하락의 리듬을 만들어왔다. 이 두 사이클이 겹치면서 비트코인의 장기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패턴을 넘어 거시경제 환경과 결합된 구조로 전개된다. 따라서 가격의 단기 변동보다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사이클을 보면 비트코인 시장은 일정한 구조를 반복해 왔다. 첫 번째 상승 파동 이후 조정이 나타나고, 이후 두 번째 상승이 이어지며 강한 낙관 속에서 고점을 형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