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1 (금)

  • 흐림동두천 14.8℃
  • 흐림강릉 14.4℃
  • 흐림서울 15.8℃
  • 대전 14.6℃
  • 흐림대구 13.8℃
  • 울산 11.9℃
  • 흐림광주 14.4℃
  • 부산 12.6℃
  • 구름많음고창 11.5℃
  • 맑음제주 12.5℃
  • 흐림강화 14.3℃
  • 흐림보은 13.7℃
  • 흐림금산 13.9℃
  • 구름많음강진군 13.7℃
  • 흐림경주시 12.2℃
  • 흐림거제 13.2℃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진위불명의 시대, ‘증명책임’이 유권자에게 주는 교훈

URL복사

최유성 논설위원

사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민법은 거대 제국이었던 로마 시대부터 발전해 왔다.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민법에는 인간 사회의 갈등과 선택, 그리고 책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개념이 있다. 바로 ‘진위불명’의 상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어떤 사실의 진위를 끝내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이유로 판단을 거부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판단을 회피한다면 분쟁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자력구제가 난무하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이는 곧 법과 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래서 법은 진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결론에 이르러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증명책임’의 원칙이다.

 

한편 치협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 역시 선택을 유예할 수 없는 시점에 서 있다. 선거라는 제도 또한 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역할과 구조적으로 닮아있다. 현재 선거 국면에서 제기되는 프레임은 크게 ‘부정선거’와 ‘회무방해’로 나뉜다. 유권자들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일종의 진위불명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가 불분명해질 경우, 공약과 정책 논의 자체가 공염불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2천 년 민법의 지혜는 하나의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진위가 명확하지 않을 때, 법은 그 불확실성을 방치하지 않고 증명책임을 통해 결론에 도달해 왔다.

 

즉, 최초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은 그 주장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 그러나 사법부가 부정선거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 결론을 부정하며 다른 해석을 제시하려는 측이 다시 증명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특정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판결 이후의 법적 안정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선거 관련 당선무효 소송의 특성상 신속한 판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임기 3년 중 2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야 판결이 내려진 점은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 이후에도 여전히 부정선거가 아니라 회무방해라고 주장하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주장으로서 다시 입증되어야 마땅하다.

 

전문가 집단인 사단법인 치협의 선거가 사법부에 의해 부정선거로 판단되었다. 67쪽 1심 판결문이 명확하고, 항소심도 1월 23일 변론종결과 2월 13일 선고 일정이 결정되었다. 선고 일정상 결과 번복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무방해의 문제로 돌리려는 현 상황은 치협의 사회적 신뢰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회무방해는 부정선거에 따른 절차적 수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감정의 축제가 아니라 이성의 심판대여야 한다. ‘부정선거’라는 판결도, ‘회무방해’라는 반박도 결국 객관적인 증거라는 필터를 통과해야만 정당성을 얻는다. 오랜 시간 다듬어져 온 민법의 이성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증명된 사실 위에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치협 회원이자 유권자인 우리 역시 법원과 마찬가지로 판단을 회피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부정선거와 회무방해라는 프레임 속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그 선택이 혼란이나 감정이 아니라, 책임과 논리에 기초한 판단이기를 기대해 본다. 2천 년을 이어온 민법의 이성이 오늘의 선택 앞에서도 하나의 준거가 되기를 바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