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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아랑사또전과 도덕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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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14)

상악 중절치를 야구공에 맞은 5학년 남자아이가 내원하였으나 큰 문제가 없어 관찰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재진 때 어떤지 물어보니 이상 없다고 하였다. 다른 치료를 하고 나간 5분 뒤에 실장이 들어와서 다친 곳을 보아주었냐고 엄마가 묻는다고 했다. 이에 필자가 대기실로 가보니 엄마 옆에 아이가 있고 엄마가 재차 물어보아서, 진료 시에 아이에게 물어보았고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답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는 동안 아이는 아무 반응도 답변도 없었다. 무응답의 아이도 이상했지만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엄마도 이상했다.

 

‘아랑사또전’이라는 TV드라마가 끝났다. 전설로 전해오던 아랑귀신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조명한 내용으로 ‘아랑’이란 귀신이 부임사또 앞에 나타나서는 자기의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하려 하지만 귀신을 본 사또들은 기절하고 바로 죽었는데 한 사또가 죽지 않고 살아서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극에서는 아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택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사또는 정의를 위하여 악마에 지배당하는 어머니를 죽인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이 아랑은 사랑을 위하여 희생을 하고 사또는 정의를 위하여 어머니를 희생하고 사다함과 관창은 나라를 위하여 희생하였다. 반면 지하철에서 추행을 당하는 여성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런 것은 무엇의 차이인가?

 

심리학자 레스트는 도덕적 행동을 4요소로 설명했다. ①도덕적 민감성(어떤 상황을 도덕적인 문제 상황으로 감지하고 그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그 행동들이 관련된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상상해 보는 측면:아랑이 자신을 희생하여 사또의 어머니를 구하면 사랑하는 사또가 기뻐할 것이란 생각) ②도덕적 판단(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 사랑하는 이를 위한 희생은 옳다고 생각하는 아랑, 악령을 무찌르는 것이 어머니를 구하는 것보다 옳다는 판단) ③도덕적 동기화(도덕적 가치를 다른 가치, 예컨대 경제·사회·종교적 가치들보다 더 우위에 두려는 동기 :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의 아랑, 악령을 무찌르려는 사또의 정의감) ④도덕적 품성(실천의 장애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 용기, 확신 등의 품성 : 희생을 위한 거침없고 저돌적인 행동의 아랑, 악령을 무찌르기 위하여 어머니를 찌르는 사또의 용기). 이런 이유로 아랑은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희생하려 하였고, 사또는 악령퇴치를 위하여 어머니를 비녀로 찌른 것이다. 즉, 레스트 이론의 핵심은 도덕성을 인지 측면에서만 보지 않고 정서와 행동의 측면까지 포함시켜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반면, 심리학에는 ‘방관자 효과’가 있다. 1964년 3월 새벽 3시경 미국 뉴욕의 어느 주택가에서 당시 28세 여성 제노비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당시 여성은 30분 동안 강열하고 시끄럽게 저항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주변 주택에 살던 38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아무도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서 결국엔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책임회피 : 책임의 분산)과 자신이 도우러 갔는데 별일이 아니라서 무안하거나 수치심이 생길까 우려하는 마음(평가우려)과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면 도움이 필요 없는 상황일 것이라는 생각(다수의 무지)이 원인이다.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나)라는 주체에게의 동기부여(사랑, 사회정의 구현 등등)와 타당성(뿌듯함, 영웅적 대접, 역사를 바꾼다는 영웅의식 등등)이 행동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자기라는 주체(자아)의식인 자존감이 적을 때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어머니의 판단 속에 본인의 자존감이 소멸되고 있다. 과도한 어머니의 사랑이 관심을 넘어 간섭으로 아이들의 정신적, 정서적 발달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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