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해에는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한 해의 할 일을 정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중 하나이다.
한 해의 시작은 子월에서 시작한다. 子는 ‘아들’이란 의미와 함께 ‘씨앗’이란 의미도 있다. 그런 의미로 12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처음 시작도 子이다. 비록 지금은 子월이 11월이지만, 중국에서 아주 오래 전에는 동지가 있는 子월이 한해의 시작이었다. 동양철학적 의미로 보면 항상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인다. 즉, 마음에서의 변화는 한해가 밤보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에서 시작된다. 처음 희망이 시작하는 때이지만, 그때가 가장 추운 때이다. 이는 마음을 먹고 무슨 일인가를 처음 추진하려 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동반된다는 이치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는 때가 입춘이다. 그래서 봄의 시작이라 한다. 지금은 한해의 시작을 봄의 시작인 입춘이 있는 寅월을 정초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음의 변화보다는 눈에 보이는 변화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새해 1월이 동지가 있는 子월에서 입춘이 있는 寅월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달력을 받아들여서 정월이 입춘이 있는 달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새해의 시작인 입춘 일에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써서 새롭고 좋은 변화가 있길 기원하였다. 반면 마음을 잡는 것은 동지부터 시작하였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었다. 팥은 중국에서 잡귀를 쫓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중국에서 만든 강시 영화를 보다보면 종종 팥을 던지는 것을 본다. 그런 풍습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동지에 팥을 먹어서 지난 한 해의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을 잡귀를 쫓듯이 없앤다는 의미였다.
사실 현대 심리학적인 의미에서 보면 힘든 과거의 기억이 지금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의미라면, 과거의 기억이 잡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지에 팥죽을 먹고 지난 시간의 어려움을 잊고 새로운 마음을 잡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지에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입춘에서 싹이 틀 준비를 하며 춘분이 지나면 싹이 트기 시작한다. 춘분이 지나면 파종을 시작한다. 춘분의 의미는, 춘분 전에는 수분의 흐름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지만 춘분 후에는 땅에서 하늘로 오른다. 즉, 춘분 이후에는 아침에 서리가 내리지 않고 수분은 나무를 통해서 땅에서 하늘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새싹이 터 오르기 시작한다. ‘새싹이 터 오르다’란 말의 의미도 ‘수분이 오르다’라는 말이다.
이것이 자연계의 현상이라면, 사람 마음에서의 현상은 동지에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입춘에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춘분에 계획을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절기상 가장 추운 때가 동지이며, 입춘에도 추위는 마지막 맹위를 떨치고, 춘분 때에도 봄은 왔지만 아직도 산에는 잔설들이 남아 있다. 즉 새로운 마음을 실천하려는 때에는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이 생겼다. 추위가 완전히 없어지는 때가 청명(4월)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때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일이란 좋은 조건에서 시작되기 어려움을 암시한다.
올해가 癸巳年이다. 巳는 뱀이라 해석 하지만 동양학에서는 여름의 시작을 말한다. 어렵고 힘든 봄의 보리 고개인 寅卯辰년이 지난 것이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봄은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T.S. Eliot의 ‘황무지’에서처럼 추운 땅을 뚫고 나와야 하는 어린 싹의 숙명과 같이 어렵고 힘든 때인 것이다. 반면 겨울은 수장의 계절로 가을에 저축한 것을 유지만 하면 되므로 힘들지 않다. 따라서 계절적으로 새 생명을 만드는 시련과 수고를 감수해야하는 봄이 가장 어려운 때이다. 이제 그런 봄이 지나고 여름의 해인 癸巳年이 왔다. 계사년의 진면목은 여름이 시작되는 巳월(5월)에 시작된다. 모두가 점점 풍족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희망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