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지구, 이전투구란 이 두 단어의 뒤에는 개를 의미하는 구(拘)자가 붙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의미하는 한자어가 두 개가 있다. 견(犬)과 구(拘)이다. 두 단어의 차이는 식용으로 쓰는 개는 구(拘)라 하고 식용이 아닌 경우에는 견(犬)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황구, 백구는 식용이었고 견(犬)은 견공(犬公)이라 하여 애완견으로 대접을 받았다.
아주 오래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에 반드시 올려야하는 음식이 보신탕이었다. 지금은 동물보호 차원에서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개는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상가지구’를 물어보면 대부분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상가지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한자어로 상가지구(喪家之拘)라고 쓰면 ‘상갓집 개’라는 의미가 된다. 즉 초상집에서 바쁜 와중에 주인이 없으니 얻어먹지 못하고 천대받는 개라는 말로 그와 비슷한 처지인 경우에 사용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가지구’에 등장하는 ‘상갓집 개’란 한자어의 주인공이 세계 4대 성인인 공자였다. 공자는 춘추전국시절에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다녔으나 항상 환영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노상에서 제자들과 헤어지게 된 공자는 길을 몰라서 외톨이로 한 장소에 계속 서 있었고 이를 본 어떤 사람이 공자를 찾아 헤매는 제자들에게 본인이 본 모습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말이 ‘상가지구’였다. “저쪽에 상갓집 개같이 초라하게 서있는 사람이 있수!”라고 한 말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상가지구’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상갓집 개’라는 의미도 있지만 ‘집 잃은 개’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당시의 공자의 사회적인 위치가 이런 두 가지 의미로 모두 해석되기에 절묘하다. 노나라 사람인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였지만 어디 한군데서도 정착하지 못하다가 늙어서 다시 노나라로 돌아온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다.
‘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은 정도전이 이성계의 출신 고향인 함경도 사람들을 비하하며 한 말이다. ‘진흙탕 속에서 싸움하는 개’라는 말로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맹목적 싸움을 한다는 의미이며 요즘 흔히 말하는 ‘진흙탕 싸움’이란 말의 유래이기도 하다.
요즘 치과계를 보면 ‘상가지구(喪家之拘)’란 말이 떠오르고 더불어 ‘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도 같이 생각난다. 사회 속에서의 치과의사의 위치는 한마디로 ‘상가지구(喪家之拘)’란 표현이 적절하다. 반면 치과계의 내부를 치과의사가 아닌 제3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이다. 협회와 모 네트워크와의 끝없는 재판, 공정위와의 재판, 유사학회간의 반목, 전문의제도의 시행에 따른 반목과 각자의 신분에 따른 이익의 주장, 치과위생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간의 불화, 치기공사들의 요구, 불법네트워크들의 꼼수 등 너무도 많은 사건이 그러하다.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느낌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들 중의 대다수가 일반치의이건만 일반치의 입장에서 볼 때 각자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의 치과계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일반 개원가는 ‘방학 특수 실종’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경제적인 타격, 저수가 네트워크에 의한 피해, 세무제도의 강화, 심평원의 군림, 인건비의 증가, 직원고용의 어려움 등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때에 치과계 모두가 단합하여 같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건만 모두가 각자의 이익만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다. 치과 관련 신문을 펴보면 어디하나 마음 편한 내용이 없다. 마치 쇼크에 빠졌을 때 모든 장기가 각자 살겠다고 움직이는 듯하다.
내용이 없어 신문의 면수가 적고 얇던 예전이 그립다. 인터넷이 없어 보험 청구를 도트 프린터용지에 4~5시간 동안 인쇄하던 시절이 그립다. 의료정보가 없어 따지지 않던 환자들이 그립다. 달마다 만나던 반모임의 선배님들의 덕담이 그립다. 이전투구가 없던 그때가 그립다. 오늘 따라 유난히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