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마이클 해머 박사에 의해 주장된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은 과거 생산자 주도의 낮은 경쟁상태에서 성장했던 기업들이 복잡해진 사회구조와 소비자 위주의 시장에 맞추어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서 출발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과거보다 10배의 생산을 위하여 단순히 생산설비만 10배로 키워서는 효율이 떨어지고 관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다.
한국의 치과는 수십 년간 치과의사 1인과 보조원 2명 정도의 인력 구조와 20평 내외의 공간에 2대 정도의 유니트체어를 설치한 것이 가장 평균적인 형태였다. 90년대 초 시작된 네트워크치과나 프랜차이즈 치과는 이런 평균적인 치과를 훨씬 웃도는 외형에 더 좋은 위치에 앞다투어 치과를 개설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였던 것 같다. 그 이후 개업하는 치과들은 더 목이 좋은 곳에, 더 넓은 공간을 더 고급스럽게 꾸미고, 보다 최신의 장비로 무장하게 된다. 결국, 과거에 수천만 원이면 가능했던 개업비용이 이제는 수억 원도 그리 큰 금액이 아닌 게 되었다.
그렇다고 치과의 매출이 10배씩 상승한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외형적인 매출 증가가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순수입을 따진다면 오히려 체어 2대를 놓고 치과를 운영하던 시절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보다 일은 더 많이 하여도 손에 쥐는 돈은 더 적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이고, ‘돈 벌어 남 줬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25일까지 열심히 일해야 겨우 경비를 벌었다는 말이 오히려 행복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또한 요즘이다. 요즘 대다수 치과의사는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다. 언제 ‘퍼펙트’를 칠지, 언제 적자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치과와 치과 주변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소비자인 환자 위주의 치과 의료체계가 이미 되었지만, 어쩌면 치과의사의 의식은 과거 생산자 위주의 약한 경쟁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치과진료 면에서 본다면 수십년전 치과가 좋았던 시절에 비하여 임플란트라는 술식이 진입한 것 이외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치과의사 수가 늘어 경쟁은 치열해지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경비를 지출하면서 수익을 맞추느라 고생하게 된 것은 어쩌면 치과의사들이 자초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인건비와 경비 등은 크게 늘었지만, 진료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진료 수가는 뒷걸음질치게 된 것은 남을 원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양적 성장에 의존하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할 때이다. 치과가 왜 가장 비싼 상가에 있어야 하는지, 유지비도 벌지 못하는 장비를 들여놓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할 때이다. 광고비로 인터넷에 수천만 원을 뿌리고, 지하철에 수억 원을 뿌려서 치과의사가 행복해졌는지 고민할 때이다. 왜 보통 사람들이 이갈이, 코골이, 구취가 한방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고민할 때이다.
치과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올리는 가장 최적화된 치과 구조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이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할 것이지 생각하고 계획할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치과가 잘되는 고민과 더불어 우리 치과계가 잘되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것이다. 치과계에도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