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치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치료받기 무섭고 비싼 곳’일 것이다. 과거 서민들이 치과에 가면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치료비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치료를 미루고 병을 키우기 일쑤였다. 치과가 비싼 곳이라는 인식은 비보험 진료에 치중해서다. 과거 치과의사들의 그룹스터디나 세미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도 비보험을 위한 보철, 교정, 임플란트 등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세미나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비보험에서 보험으로 그 열기가 이동 중이다. 초기 사교육으로 시작됐던 보험 강연이 점차 확대되어 대한치과보험학회 등 공인된 학회가 중심이 된 학술대회는 물론, 시도지부가 주최하는 종합학술대회, 각 분회의 보수교육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연장이 되었다. 실제 개원가의 보험 진료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약 910만원이던 치과의원의 기관 당 평균 요양급여비는 2015년에 1,350만원에 달해, 약 48%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충청북도 치과의원의 경우 1,777만원 수준으로, 머지않아 보험 2,000만원 시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진료의 확산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국민들에게 치과의 문턱은 점
아는 후배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60대 환자 단순발치를 한 개 했는데 며칠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를 거쳐 감염내과에 입원했다고 한다. 원래 신장과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바이탈마저 우려됐다가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 항생제 처방을 안 해줘 이 지경이 됐다고 여러 차례 난리를 쳤단다. 후배는 멘붕(정신이 무너진) 상태였다. 나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배상은 보험사에 맡기면 되니 행패엔 담담히 대처하라고 일러뒀다. 발치는 치과의사라면 매일 밥 먹듯 하는 안전한 수술이다. 중국오지의 발치사(치의 없는 지역에서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기능사)가 완전 멸균이 안 된 기구로 시술하고, 남미에선 토픽뉴스에 나올 정도로 진료봉사 때 동산만큼 발치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치의에겐 진료의 중심이고 그 자체로 생명의 근원이던 치아가 수(壽)를 다해서 악의 근원이 되면, 발치할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자의 마음, 여우의 말, 원숭이 손으로 소임을 마치면 조폭두목 잡은 검사의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 안전한 발치가 간혹 사람을 잡는다. 최악은 사망이다. 발치 후 급격한 전신악화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드라마
치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치과의사들의 첫 번째 과정은 환자의 진찰과 진단이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 과정은 대부분 수월하게 진행되고 결과와 예후도 우수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각종 검사기기나 재료들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치과의사들은 전문 의료인으로서 누구보다 높은 의료지식과 경험을 지녀야 하고 평생 교육을 통해 모르던 것과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치과의사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치과의료 수준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1차 의료기관인 동네치과 원장들은 환자의 질환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실제 정확한 판단을 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환자는 치아가 아프고 시리다고 하는데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구강 점막의 궤양성 질환이 있는데 생체검사를 거치지 않으면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인 모를 동통, 어찌 보면 이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명의가 되어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치료에 돌입하는 경우 환자와 술자 모두 스트레스에 빠지고 나쁜 결과
먹튀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박찬호 선수의 연봉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때 먹튀는 외국에서 외화를 벌어오는 참한 먹튀였기에 우리들에게 다소 귀여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 치과계의 먹튀라니? 오래 전부터 임플란트는 이벤트성 덤핑 할인행사가 있어 왔고 지금도 지하철역마다 임플란트 60만원 대의 시술비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같은 의료인 입장에서 볼 때 그 치료비에 어떻게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니 환자는 싼 시술비에 혹해서 내원하게 되고 병의원 측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픽스쳐 및 상부구조, 뼈수술 등으로 차등을 두어 환자들은 결국 10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먹튀치과의 사기행각은 치과의사의 짓이 아니고 사무장의 사기극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두 사람 다 잠적한 상태여서 그 속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무장이야 계획적으로 했다 하지만 먹튀 후 뒷감당을 해야 할 대표원장도 있고 페이닥터들도 여러 명 있었는데 그런 터무니없는 치료비 구조에서 얼마나 버틸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는다. 치료비 먹튀! 그 발상이 기발하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치료
기대와 희망이라는 단어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새해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2017년 치과계의 화두는 개원가의 경영난 개선과 직선제를 통한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출이 될 것이다. 활력을 잃은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가적 경제침체가 치과계에도 엄습하고 양극화에 맞물려 소위 망해서 문을 닫는 치과가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암울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치과의사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몇 년째 보험청구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약 4억7,800만원이었던 치과의원 당 국세청 수입신고 금액이 2015년엔 4억6,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금액으로만 보면 연간 1,600만원이 감소했지만 개원자금과 고정지출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원장이 실제로 체감하는 수입 감소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개원 초창기 경영난에 시달리더라도 1~2년 잘 버티면 자연스럽게 환자가 늘어가던 호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수억 원의 빚을 떠안은 채 회생불능의 폐업치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이고 이들이 개원의 두려움에 떨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다른 뉴스는 묻히고 온통 이 얘기뿐이다. 잘못 뽑은 대통령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힘들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촛불민심이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는 의원들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국회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민심인 것은 국민들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치과계도 드디어 회원들이 직접 우리의 수장을 뽑는다. 2014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회장단 선거는 4월 대의원총회 당일 선거인단제로 뽑았지만, 내년 3월에는 회원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책임으로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 작금의 사태에서 교훈을 얻듯이, 치과계도 많은 현안들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 협회장을 뽑을 때 혈연, 지연, 학연을 탈피하고, 치과계의 수장으로서 꼭 필요한 일꾼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출마하는 회장과 3명의 부회장 후보들은 다양한 회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약을 준비 중일 것이다. 과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회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정책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 직선제의 힘이다. 이번에 바뀐 또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 한 해도 어김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기저기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각종 송년회를 다니면서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힘찬 새해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부패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으로 온 국민의 절망감이 전국을 감싸고, 라디오에서 가끔 흘러나오는 캐럴은 오히려 적막한 광야의 시들어가는 꽃처럼 쓸쓸함을 더한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바닥을 친 것으로 생각했던 매출이 올해까지도 줄어들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주변의 동료들, 한 곳에서 10년이 넘도록 치과를 운영했지만 총 환자 수가 올해 10% 정도 감소했다는 베테랑 원장의 한숨 소리도 여기저기 들린다. 한때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임플란트는 저수가 경쟁으로 인해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시술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북적거리던 임플란트 관련 강연장은 점점 한산해지고, 경영이나 보험 등으로 치과의사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치과계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제29대 최남섭 집행부의 임기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보톡스와 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결됐다. 아직 헌재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오로지 촛불시위의 힘만으로 이런 큰 변화를 가져온 것에 대해 놀랍다. 과거엔 처벌받지 못하고 묵인되어왔던 여러 형태의 권력형 비리와 비자금 조성들이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표출된 촛불시위 앞에 드디어 무릎을 꿇었다. 처음 촛불시위 때, 2만명으로 시작해 6차 촛불시위 때는 200만명으로 참가자 수가 늘어났다. 6차까지 촛불시위를 거치는 동안 참가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더 위대한 점은 평화적인 시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킨 한국형 촛불시위!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인내력, 단결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자부심이 느껴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살벌한 폭력시위가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그래서 “한국은 역시 후진성을 면치 못했구나” 하는 무시를 당해왔고, 무역에서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되어왔다. 그러나 갑자기 이렇게까지 비폭력으로 바뀐 것은 다양한 계층과 가족들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세상 어느 곳에서
할인 이벤트와 덤핑 광고, 선결제 할인 등으로 환자를 무작위로 끌어 모았던 강남 신사동의 교정전문을 표방한 굿○○치과가 돌연 폐업해 피해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피해자 소송모임인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개설 이틀 만에 2,000여명의 피해자들이 가입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굿○○치과는 현재 폐업 상태다. 강남구 보건소에서 12월 12일에 폐업을 승인했고 치과 문은 굳게 닫혀있다. 문제는 교정과 같은 장기간에 걸쳐 치료가 진행되는 경우, 폐업을 하게 되면 환자 진료의 연속성이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치료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진료비를 환불하거나 다른 치과로 차트를 이전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인수인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추가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또한 관례이다. 그러나 굿○○치과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치료 중이던 환자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폐업 직전까지도 선결제 할인을 통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미리 수납한 것으로 드러나 의도적인 금전 갈취에 해당된다면 사기죄에도 처해질 수도 있다. 굿○○치과에 근무하던 직원, 거래처, 환자들의 폭로에 의해 또
이제 2016년 한해가 저물고 2017년 새해가 밝아오는 시점이다. 새로운 한해에 대한 부푼 기대와 희망에 가득 차 있어야 할 시기에 2017년의 의료계의 방향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국민의 삶에 있어서 ‘의료’와 ‘건강’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보건의료기본법에서는 ‘보건의료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며, 보건의료의 형평과 효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기본이념을 정의하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건강권’을 강조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 장과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는 물론이고, 이번 정부 역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으로 세우도록 규정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없다는 것은 국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의원과 치과의원, 한의원을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4년 만에 제도가 부활한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으나 사실상 치과의원은 혜택에서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어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특별세액 감면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해당 과세연도에 종합소득금액이 1억원 이하일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세금감면 조건이 총수입금액 중 요양급여비용 비율이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과의원은 특성 상 보철수복이나 임플란트, 교정 등 비보험 항목 비율이 높기 때문에 80% 이상의 요양급여비율을 맞출 수 있는 치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치과의원은 보험진료만으로 국민의 구강건강을 책임질 수 없을뿐더러 비보험진료를 하지 않고서는 환자의 치료를 완료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모든 치과의원이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세액 감면에 있어 급여, 비급여를 따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는 시급히 철폐되어야 할 과도한 규제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만 해도 70%였던 요양급여비
여성은 수 세기 전부터 치과 치료를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문헌상의 언급은 빈약하지만 14~15세기 그림에서 여성 치과의사가 진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사 속에 특출한 여성 치과의사는 없을지 몰라도 묵묵히 치과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여성들의 숫자는 밤하늘을 수놓는 이름 없는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최초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 치과의사는 누구일까? 1925년 경성치과의학교를 졸업한 강흥숙과 김름이가 그 주인공이다. 1940년 만주에서 개원했다는 김름이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지만 부산에서 개업한 강흥숙은 여성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했음을 신문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25년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직업에 첫 거름’에서 두 분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시야를 넓혀 다른 나라를 살펴보자. 세계 최초의 여성 치과의사는 1865년 미국 Ohio Dental College를 졸업한 Dr. Lucy Hobbs(1833-1910)이다. 미국여자치과의사협회는 매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성 치과의사에게 Lucy Hobbs T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기수련자들에게 치과의사전문의 응시자격을 부여하기로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통합치의학과를 신설해 일반 치과의사들에게 폭넓은 임상수련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개정된 전문의제는 올해 12월부터 시행된다. 결국 복지부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개선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제시한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전문의제를 개정하고 말았다. 미수련자들의 기회제공을 위해 임플란트학, 심미치과학 등 5개 과목의 신설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특위의 뜻이었지만 달랑 통합치의학과만 신설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나머지 과목들은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대처하겠다지만 나머지 과목들이 신설될 수 있다고 믿는 치과의사는 아무도 없다. 설령 다른 과목이 추후에 신설된다 하더라도 그 때마다 미수련자들에게 경과조치를 두고 응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 또한 행정 낭비다. 연구 용역이 완료되는 시점에 신설될 모든 과목을 정하고 기수련자와 미수련자의 경과조치를 시행해야 했음이 타당하다. 통합치의학과 또한 11개 치과대학 중 연세치대와 단국치대만이 운영되고 있을 뿐, 나머지 9개 대학은 과목을 새로 신설할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비선실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연일 터져 나오고, 이들이 거쳐 간 사회 곳곳은 법과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무법천지처럼 보인다. 과거 서부영화(西部映畵)에서나 볼 수 있었던 권총을 차고 말을 타고 다니는 악당들의 횡포가 지금 이 시대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에 이어 의료계까지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 박근혜 대통령도 진료를 받았던 차움병원이 최씨 자매를 통해 대리처방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타난 의료법 위반 정도는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차움병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차병원그룹은 박 대통령과 최씨 가족과의 관계 때문인지 사업이 날로 번창해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것이 단순한 의료법 위반이나 도덕적 해이에 그치지 않고 의료영리화의 더러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병원그룹은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을 하는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각종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제대혈은행, 제약산업, 백신연구, 화장품, 기능식품, 해외병원 개발 투자 운영, 의료기관 시설관리 및 전산개발, 벤처케피탈 투자업 등에 진출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은
우리는 일이 풀리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를 때 하늘을 쳐다보며 답을 구하고자 할 때가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지극히 헤쳐 나갈 방도가 없을 때면, 막연한 바람으로 하늘에 계신 어떤 절대 권력으로부터 신통한 해결책이 뚝 떨어지지 않나 싶은 심정에서 쳐다봤던 기억이 있다. 요즈음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저절로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그런데 파란 가을 하늘엔 어떤 희망 대신 국민들의 원성과 한숨이 가득 배어있는 낙엽들만 떨어지고 있다. 해도 해도 안 되고, 안 되는 이유도 모른다면 정말 답답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지역 최고 원로 선배님께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나가보니 “오늘로 치과를 접게 되었다”고 하시며 겸연쩍어 하시는 눈가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고, 젊은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 주고 나오는 서글픈 표정도 엿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선배님은 1세대 은퇴 그룹에 속하고, 검진 기관에서 나름 경쟁 없는 노후를 보내셨다. 몇 년 뒤 베이비붐 세대 원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검진기관 일자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이미 나이든 노인 치과의사들의 몫이 아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