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아파트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았다. 재활용품을 정리하던 60대 아파트 경비원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용인 즉, 잘 차려 입은 20대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스크림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박스 무더기에 놓으면서 시작되었다. 경비원은 스티로폼 박스를 5m 뒤쪽 위치한 장소에 놓을 것을 요청했지만 여성은 귀찮았던지 아니면 바빴던지는 모르지만 박스를 그쪽 방향으로 던졌다. 박스는 5m를 날아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나뒹굴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성은 그냥 뒤돌아가려고 하였다. 이에 경비원은 민망할 정도로 욕을 사정없이 쏟아내었고 여성은 한두 번 머뭇거리더니 그냥 가버렸다. 경비원은 필자가 돌아올 때까지 욕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아파트에서 오전에 발생한 이 해프닝은 필자에게 심한 충격을 주었다. 필자가 목격한 일은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한창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정의로울 20대 여성이 보인 행동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옷은 정말 예쁘게 차려입고서 박스를 던지고 그냥 가던 모습에 필자는 당황스러웠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망한 욕을 퍼붓던 60대 경비원아저씨 역
Cosmopolitan Colors [2018, NYC, USA] Nikon D850 | 20㎜ | F11 | 180sec | ISO-64 / 웹페이지 : http://instagram.com/hansol_foto 작년 이맘때쯤 뉴욕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뉴욕에서 2주간 머물렀을 때, 뉴욕의 중심부인 맨해튼의 숙박비는 너무 비싸 맨해튼 강 건너편에 있는 뉴저지라는 다른 주에서 머물렀습니다. 비록 맨해튼 시내에 갈 때마다 기차를 타야 해서 힘들긴 했지만, 뉴욕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동쪽에 보이면서 아침에는 아름다운 일출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 구름이 너무 짙어 일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 사진 한 장을 180초 동안 촬영하면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그대로 사진에 담겼습니다. 일출이 보여주는 붉은색, 아직은 밤하늘이 남아 있는 푸른색, 도시의 화려한 조명이 상징하는 노란색까지. 도시를 상징하는 다양한 색들을 한 프레임 속에 표현한 작품입니다. 오한솔 치과의사이자 사진작가. 서울대치의학대학원 졸업 후 현재 화순군보건소에서 공보의로 근무 중. 재학시절 치과신문 학생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다. <주요활동> 2014, 2015, 20
새해가 덕담으로 시작하여야 하건만 그리 녹록지 않다. 서울 모대학병원 정신과의사의 사망사건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상담 진료하던 환자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1년 전에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예약 없이 내원하였으며 진료 시간 이후에 온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환자는 이미 살해할 의도를 지니고 내원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의도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25세 남성 초진 환자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종이에 질문을 깨알같이 적어왔다. 잇몸이 나쁜데 자신의 치아가 언제쯤 빠질까? 등등 환자의 질문에 1/3은 답변하지 못하고‘예측 불가합니다’, ‘신의 영역으로 현대의학으로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등으로 답변하는 필자에게 환자는 짜증을 내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에 필자는 ‘미안합니다. 치아교정으로 치근이 짧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서 얼마나 어떻게 짧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그 환자는 질문마다
기해년을 맞이하며 모두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동양학에서 기해(己亥)란 천간인 己와 지지의 亥가 만난 것으로 己는 오행으로 토에 해당하고 亥는 水이다. 지난 2018년 무술년의 戊가 양의 토로서 정신적으로 ‘지성’을 의미하였다면 己는 음의 토로서 현실적 체험을 의미하여 ‘지나온 세월 동안에 해온 일들이 결과로 나타나는 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己는 물기를 머금고 있는 옥토의 논을 의미한다. 씨앗을 받아들여 키우는 대지의 역할을 한다.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한마디로 2019년을 정의하면 지나온 세월 동안 준비한 것이 있었다면 결과가 나타나고 빛을 보는 때이고, 반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준비한 것이나 기획한 것이 기해(己亥)년에도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이었거나 허황된 길이었으니 계획 자체를 전부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지의 亥는 돼지를 의미하지만 방위로는 북방이고 계절로는 겨울의 시작이다. 12간지의 동물로 돼지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의미에서는 계절인 겨울이 더 의미가 있다. 겨울이란 1년간 수고한 결과물을 가을에 수확
퇴근하고 아파트 입구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멀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내부에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얼핏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문은 그대로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말았다. 잡아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였는데도 무심하게 그냥 올라갔다. 문 앞에서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문화일까? 개인 성향일까? 민족성일까? 아니면 현재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상일까? 뭔지 모를 씁쓸한 마음이 여운으로 계속 남았다. 일본 유학시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면, 항상 상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려고 열심히 뛰던 것과는 너무 대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기다려주는 배려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우선 여성이라면 모르는 남성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되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30대 남성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개인적 성향으로 배려하는 것이 귀찮고 혼자 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매우 급한 일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민족성이라고 말하
얼마 전 스티브 호킹 박사는 유고집에서 유전자 조작에 의한 슈퍼인류의 탄생은 현인류 멸망의 한 원인이라고 예언하였다. 슈퍼인류와 기존인류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그 싸움에서 기존인류가 멸망한다는 생각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드디어 신에 대한 도전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중국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가 탄생하였다. 이유는 AIDS 양성자 부모로부터 질환에 감염되지 않는 아이를 탄생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얼핏 들으면 타당성이 있는 듯하지만 생각해야 할 많은 것이 간과되었다. 우선 인간은 몇 살까지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명제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인간의 욕심을 알 수 있다. 동물은 생식능력이 떨어지면 수명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지만 인간은 생식능력이 사라지고도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아마도 얼마까지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태라면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이다. 즉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유전자 편집된 아기의 탄생이 매우 위험한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다시피 어디서 어떻게 유전자 편집을 하는지 발견되지 않는다. 법으로 아무리 강하게 처벌하여도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든지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벌써 이 글이 400회가 넘은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저 수요일 오전에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었을 뿐인데 벌써 9년 세월이 지났음에 놀랐다.‘치과의사의 건강’이라는 설문에 답하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다. 50대 초반엔 디스크로 고생했고, 중반을 넘으니 올해는 비강폴립과 성대결절이 생겨서 6개월 정도 고생을 했다. 최근 이비인후과 문제가 해결되니 안과 문제가 발생했다.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눈이 흐려졌다. 안과로부터 노화로 투명체가 수축되면서 망막과 틈이 생기며 모세혈관 출혈로 시야가 흐려진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시간 현상이다. 알아보니 이미 많은 선배들이 겪었던 일들이었다. 출혈된 것은 자연 흡수되면서 시야는 좋아질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서 투명체 수축 시에 망막을 물고 떨어지면 망막분리증으로 응급한 상황인데 그것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위로도 들었다. 지인 중에 이석증이나 어지러움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을 보면 역시 비단 필자만의 일은 아니다. 결국 시간 경과에 따른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을 의미하는 자연현상이다.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지만 몸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시간을 따라
개원한 건물 1층에 순댓국집이 있다. 필자가 개원하고 2년 후에 생겼으니 벌써 16년 된 곳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집으로 평가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과음하여 숙취가 있는 날에는 늘 찾는 단골 장소였다. 일전에 과음하고 들렀는데 국물 맛이 싱거워졌고 부추김치 맛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사람 두 명만 보였다. 건강문제로 수술을 한 차례 하셨던 일이 생각나 주인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변한 맛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관리소장으로부터 주인이 바뀌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필자가 과음하고 숙취를 해소할 가까운 장소 한 곳이 사라졌다. 분명 가게를 넘기면서 비법을 전수했겠지만 젊은 새 주인에게는 아마도 늙은 할머니의 고집이나 어리석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객은 첫 숟가락에서 변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인수한 새 주인은 모르는 듯하였다. 순댓국집은 아마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년 전에는 건물에 있던 칼국수집이 주인이 바뀌며 밥집으로 변했다. 주인집 딸이 대학을 졸업한 후 건강상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