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당장 다음 달부터 치과병·의원에서 전문의 표방이 가능해지면서 치과계는 또 다시 치과의사전문의제도(이하 전문의제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과계 내부에서 찬반논쟁이 치열했던 이전과는 달리, “안 되면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두드러지고 있고, 실제 헌법소원까지 치달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치과전문의와 수련의 등 치과의사 30명이 의료법 제77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이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전국치과교정과동문연합회(회장 차경석·이하 교정과동문연합)도 12월 내 헌법소원 제기를 공식화했다.
교정과동문연합은 지난 5일 치과의사회관 강당에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갖고, 기존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 시행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개최된 공청회에서는 “지난 1996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결, 국민의 의료선택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반드시 경과조치는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과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 “나는 내 권리를 포기한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회원에 홍보했고, 누가 합의를 해준 것이냐”, “대의원총회 결의가 치과계 전체의 합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냐”는 회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한 이날 참여한 전국 200여명의 교정과동문은 “헌재판결 무시하고 다수결이 웬말이냐”, “국민 알권리 박탈하는 치과전문의제 개선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단체로 전문의시험 응시원서를 제출했고 반려될 경우 이를 근거로 12월 중 헌법소원을 진행할 예정임을 분명히 밝혀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치과계에서 전문의제도는 40~50년을 끌어오면서도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난제 중의 난제다. 그렇지만 한번도 논의를 게을리해온 적 없는 문제 또한 전문의제도다.
의과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치과전문의제도는 치과계는 물론 국민을 위해서도 의과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소수정예원칙은 그렇게 치과계 핵심 기조가 돼왔다. 하지만 전문의시험이 시행되고 전문의가 배출되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고, 의료법 77조 3항으로 1차 기관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전문의는 해당 진료과목만 진료토록 한다는 내용을 삽입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기대했다. 경과조치를 두느냐 마느냐의 문제 또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마무리된 치협 대의원총회 산하 전문의특위에서 내놓은 3가지 안 중에도 경과조치를 허용하자는 내용이 두 개 안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같은 치과계의 오랜 고민과 합의를 위한 노력이 무의미해질 위기에 처했다. 77조3항은 이미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고, 경과조치 허용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교정과동문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대의원총회 의결은 의결일 뿐, 치과계 합의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재차 반복됐다. 오는 4월 총회에서 경과조치 허용안이 통과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지만 부결될 경우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요구하는 안이 받아들여지면 합의,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한 의결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으로, 이러한 강경노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치협은 지난 1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며 전문의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인 바 있고, 총회 이후 발족된 전문의특위를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가 3가지 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또는 외부 여론몰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치과계 내분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력행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조금 더 지켜볼 부분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