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한에서 높은 산을 얘기하라면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까지만 말하고 그 다음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남한 제 5위봉! 그것은 오대산(1563m)도, 함백산(1573m)도, 태백산(1567m)도 아닌, 계방산(1577m)이다.
백두대간 계방산 능선을 넘어가는 운두령(1089m)과 응복산(1306m), 가칠봉(1240m)과 약수산(1306m)의 능선을 넘는 구룡령(1013m)을 오늘의 코스로 삼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운두령은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령 중 제일 높았으나, 함백산 만항재(1330m)가 개통되고 그 자리를 내줬다. 언제나 고개마루에 구름을 이고 있다고 해서 운두령(雲頭嶺)이라고 하였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경사 10% 이상으로 경사시작점부터 정상까지의 거리가 14㎞에 이르는 강원도의 차마고도라 할 수 있는 경치가 지극히 아름다운 고개이다.

내린천과 계방천에서 생산되는 송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운두령 터널로 인해 이제는 관심밖에 나있는 고개가 됐다. 뜻있는 등산객이나 우리 같이 자연을 달리고자하는 바이커들에게 가보지 않으면 바이커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코스 중에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구룡령(1013m)은 설악산과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강원도 영서·영동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1만 골짜기, 1천봉우리, 120리에 이르는 구절양장의 고갯길이다. 마치 아홉 마리 용이 솟구쳐 오르는 기상이 느껴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구룡령(九龍嶺!) 백두대간이며 한민족의 삶의 원천을 이루는 중심축이 된다.
2010년 8월 3일. 우리 바이콜릭스 7인은 100㎞에 가까운 강원도 최대고개, 구룡령과 운두령에 도전한다. 서울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강원도의 운두령은 아마도 15도 정도의 서늘한 날씨일 것이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서 강원도 종합병원을 물색하고, 응급처치 기구 등을 준비한 뒤, 후방안전을 위해 밴을 이용했다. 새벽5시 우리를 실은 밴은 31번 국도 초입에서 우리를 내려놓는다. 길이 포장도로라서 하드테일(샥 옵서버가 앞에 한개 있는 자전거) 라이트 스피드를 이용했다. 풀샥에 비해 포장도로에서의 순발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날씨는 서늘한데 사람은 없고 모든 것이 적막강산이다. 아침 10시30분 우리는 운두령을 향하기에 앞서, 코스 브리핑과 준비체조를 확실히 해둔다. 라이딩 시 일어나는 근육의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라이딩에 있어서 업힐의 성격은 라이딩의 성패를 가름한다. 길이 7㎞, 경사 10%의 업힐은 업힐 중에서도 대형급이다. 헤어핀 업힐이 수십 개나 돼 코너에서 체력 분배가 중요하다. 겸손한 마인드 컨트롤도 매우 중요하다. 급히 오르거나, 힘을 안배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업힐을 할 수 없다. 자기만의 페이스가 중요하다. 속사 보건진료소를 지나 계속 계방천과 함께 달린다. 이승복 기념관 직전에서 계방천과 이별하고 서서히 업힐이 시작된다. 1968년 12월 9일 울진과 삼척으로 남한에 침투한 공비의 습격으로 공산당이 싫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잃은 이승복군! 그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을 지나자마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운두령이라고 씌여진 커다란 바위를 지난 후부터 운두령 업힐은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낸다. 항상 령(嶺)을 넘을 땐 령마다 그 성격이 있다. 운두령은 경박하지 않고, 묵직한 헤어핀으로 점잖게 우리를 압도한다.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7㎞ 업힐, 평균시속 7~8㎞로 서서히 공략한다.
그러나 고도 700m부터 나타나는 극한의 헤어핀! 하늘은 아득하고 우리들의 숨소리와 페달링소리만 산속에 메아리친다. 구비를 돌때마다 대형 헤어핀의 길이는 100m가 넘는다. 그것도 각이 10%이상이다. 이럴 땐 마음을 비우고 조급증을 털어내야 한다. 차근차근이란 말을 되뇌며, 마음속으로 하나, 둘 템포를 맞춰 나간다.
긴 시간의 사투 끝에 얻는 정복의 기쁨은 몇 분에 불과하다. 이런 고통을 참아가며 오르는 것은 잠깐의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다. 성공의 과정은 맹종죽(孟宗竹)이라 부르는 모죽(毛竹)과 같다. 대나무 중 최고의 품질로 치는 모죽은 씨를 뿌리고 가꾸어도 5년 동안은 싹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숨죽이며 땅속으로 계속 뿌리를 내려 내실을 다진다. 그 뿌리의 길이가 10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4월 어느 날 싹(죽순)이 돋으면 하루에 70~80㎝씩 쑥쑥 자라 30m에 이르는 장죽이 된다. 필자는 우리의 긴 업힐라이딩의 시간이 마치 모죽같다고 생각했다.
900m 지점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휴식을 취하며 탈진한 몸을 위해 물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커보로딩을 했다. 이제 수직으로 180m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다시 페달링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길이가 얼마인지 모른다. 한 구비 돌면 업힐라이딩에 체력은 급속히 소진된다. 그때마다 지그재그로 달리며 체력을 비축한다. 어느새 입이 벌어지고 입가에는 침이 말라 흰 거품이 맺힌다. 하늘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 운무(雲霧)가 우리를 스치며 솟아오르고, 1000m에 이르자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단체 업힐 라이딩의 차간간격은 처음에는 5m 정도지만 각자의 체력과 기술에 따라 차간거리가 100m이상 벌어진다. 앞에 달리던 선두와 여성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기묘한 형상이 일어난다. 하나씩 사라져버린 알 수 없는 구름 속으로 필자도 들어간다. 뒤로 쫓아오는 라이더의 모습은 희미하게 보이고 그 뒤는 운무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비상라이트를 앞뒤로 켜고, 시계 20~30m의 거리를 오직 페달링에 의지하며 달린다. 거친 숨을 몰아 쉰다. 끊어질듯 아픈 다리, 터질 것 같은 심장의 고통소리를 들으며 오르는데 안개 속에 환한 하늘의 느낌이 다가온다. 있는 힘을 다해 오르자, 갑자기 페달링이 쉬어지며, 먼저 오른 대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정상이구나!
정상에 다다르니 대원들의 박수소리가 필자의 기쁨을 배가시키고, 휘감는 운무에 필자는 환상의 꿈을 꾸는 것 같은,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신선처럼 구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운두령! 1089m 정상에서 자전거와 필자는 구름을 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버스로 올라온 등산객들이 우리를 보고, 감탄의 말을 건넨다. “어떻게 이렇게 경사가 심한 곳을 자전거로…” 이구동성이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이곳에 오르다니. 운두령 석비 앞에서 정상정복의 환호를 외쳤다. 모두가 해냈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남한 백두대간 제2위 령을 오른 것이다. 우리는 구름 속에서 그렇게 환호하고 있었다. 필자는 구름을 달리며 신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보일 듯 말듯 머리를 조아리는 산봉우리를 보며 다음코스, 구룡령을 그리며 성취의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구름위의 세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