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1,200~1,500만원 보장! 명의 빌려주면 2,000만원도 가능?”
갈 곳 없는 신규 치과의사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솔깃한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졸업 후 곧바로 개원을 하자니 자금 압박에 개원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수련도 받고 경영도 배울 겸 페이닥터 자리를 구해보지만 개원가의 벽은 높기만 하다는 젊은 치과의사들. 그들을 노린 미끼가 불법적 개원행태를 양산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원가의 불법적인 네트워크 운영 행태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최남섭·이하 서울지부) ‘(가칭)올바른 개원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TFT)’ 2차 회의에서는 일부 불법 네트워크 척결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이러한 곳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치과의사들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관심을 모았다.
“문제의 치과에서 근무하는 치과의사들을 힐난하기에 앞서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상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직도 못하는 치과의사들에게 무조건 그러한 치과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무책임한 지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해 800명에 가까운 치과의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임상수련이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졸업 후 전문의 수련을 받거나 AGD 수련을 받는 인원을 다 합해도 3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개원가에서는 여전히 수련받은 치과의사들만을 선호하고 있다.
모 치과대학 교수는 “얼마 전 몇몇 제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형 치과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격덤핑이나 환자유인이 전체 치과계에 큰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따끔하게 혼을 낸 적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업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제자들이 들어가기 쉬운 네트워크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치과의사와 기존 개원의들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서울지부 TFT에서는 구회나 지부 등이 나서 검증된 선배 회원과 일자리가 필요한 후배들을 연계해 주거나,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후배들과 함께 개원하며 은퇴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실제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선배 치과의사들이 후배 치과의사들을 고용해 공동개원을 하고, 몇 년에 걸쳐 서서히 환자와 치과를 넘겨주는 방식이 보편화 돼 있다.
후배 치과의사들은 진료와 경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환자들도 부담없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고, 선배 치과의사들 또한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장점이 있다.
TFT 정철민 위원장은 “치과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개원에 필요한 정보나 개원가의 현실을 전달해주는 실질적인 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혜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공공치과의료기관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장영일 前 병원장은 “공공치과의료기관은 국민구강보건서비스 향상의 전진기지가 됨은 물론, 졸업생들이 곧바로 개원가에 흡수되지 않고 몇 년간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개원 완충장치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해당 네트워크들의 문제는 수가덤핑뿐만이 아니다. 수가덤핑에 따른 손익을 보충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일삼고 치과의사로서 윤리마저 저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가덤핑에 따른 단기적인 동네치과 수익감소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배울 기회가 없어 문제의 치과에 발을 들이고, 명의 대여가 본인에게 얼마나 큰 문제를 가져올 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을 정론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겨나다 보니, 선배들의 눈에도 ‘안타까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불법 네트워크들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연결고리, 치과계가 다시 한 번 문제를 곱씹어보고 현명한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