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학의 기본은 교합이다. 교합이 모든 치료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철은 교합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치아의 삭제나 충전이라는 방법을, 교정은 치아의 올바른 배열을, 구강외과는 상악과 하악의 관계를 선택한 것뿐이다.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교합이라는 목표는 같다.”
로스교정연구회(Roth Orthodontic So ciety, ROS)는 기능교합(functional occlusion)을 추구했던 로스(Roth) 교수의 교정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학술단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교합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교정학에서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최병택 회장은 “교정에서 교합이 등한시됐던 게 사실이다. 보철, 치주, 구강외과 등 모든 전문분과에서 추구하는 교합과는 다른 교합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스 교수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교합이 치의학의 기본이고, 전문의이기 이전에 치과의사라는 공통된 분모에 포함돼 있음에도, 교정의만 다른 교합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로스 교수는 모든 치과의사가 수긍할 수 있는 교합을 다루기 위해 기능교합연구소(Center for functional occlusion)를 미국에 설립했다. 여기에는 교정의 뿐 아니라 보철과, 치주과, 구강외과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ROS는 로스 교수의 이와 같은 교육철학을 추구하는 순수 학술단체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지에도 로스 교수의 제자들이 연구회를 구성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병택 회장 역시 ROS 산하에 로스교육연구소를 두고, 로스 교수의 교정철학 전파에 힘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교합이 있다.
ROS는 매년 한 번의 정기학술대회, 그리고 세 번의 학술 집담회를 가진다. 학술 모임에서는 기능교합, 삼차원 진단, 치료 생력학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 특히 임상의에게 매우 중요한 기능교합의 달성법을 구체적이고 충실하게 연구한다. 이를 위해 교합조정과 치관성형술을 시행하고, 치료 이후 하악운동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
또한 로스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하는 2년 코스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다. 총 7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2년 코스에서는 교합기의 사용법, 하악을 안정시키는 스플린트 제작법, 수술교정, 교합조정 등이 다뤄진다. 미국의 기능교합연구소와 마찬가지로 보철과, 구강외과의사들도 이 코스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ROS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약 25명이다. 많은 회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소수 정예 회원들로 이뤄진 단체를 추구한다. 2년 코스의 정원도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회원이 많다고 좋은 학술단체는 아니다. 오히려 소수정예의 멤버가 모여 연구하고 노력할 때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ROS의 회원들은 지금도 국내외의 다양한 교정 학술대회에 연자로 참여해 ROS의 교육철학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택 회장은 “임상가도 작은 학자라 생각한다. 임상의도 학자처럼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탐구의 노력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식을 배우고, 지식을 행하고, 그 결과를 몸소 느끼는 과정을 거쳐야만 환자를 위하는 치과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