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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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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에 먼지 같은…

2014년 12월초, 오늘은 기타학원에 가는 날이다. 칼날 같은 겨울바람에 귀가 에이고, 입술은 얼어붙는다. 가로수는 이미 벌거벗어 나목이 됐다. 떨어진 낙엽은 바람에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다. 칼바람 추위에 인적이 드문 거리. 가로등만 붉을 밝힌 외로운 거리. 필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기타를 메고 학원을 향한다.

 

학원 문을 들어서자, 방마다 악기소리가 요란하다. 입시철이라 그런지 성악하는 사람의 노래 소리는 오늘따라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목적의식을 갖고 연습하는 이들로부터 살아 생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8개월 전부터 학원선생이 연습곡으로 내어준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 록 음악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곡이다. 무려 15페이지에 달하는 악보가 필자를 주눅들게 만든다. 음표가 수없이 많은 악보! 선생은 나이 먹은 노인이 그저 연습 정도로 끝낼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소중한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었다. 악보를 외우기 시작했다. 모든 게 그렇듯 처음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여러 번 연습하며 관찰하면, 어떤 법칙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스트 인 더 윈드’ 역시 네 가지 패턴이 반복되는 음악이었다.

 

쓰리핑거 주법을 익히라는 의도로 이 곡을 필자에게 준 것이라 생각된다. 쓰리핑거 주법이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만으로 기타 줄을 튕기는 주법인데, 처음 접했을 때 연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우선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또한 다음 연주가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미리 간파하고 있어야 했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처음에는 픽으로 하는 스트럼 주법보다, 손가락으로 치는 핑거링 주법이 더 자신 있었기에 잘 될 줄 알았으나,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선 곡을 외우는 것이 문제였다. 대가들이 악보도 없이 무대에서 기타를 칠 때, 손이 프렛 위를 거미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렇게 까지는 못하더라도 완주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악보를 외우기 시작했다.

 

44년 전 대학축제 때 후배가 ‘아람브라궁전의 추억’을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매료되어 필자도 저렇게 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긴 했었다. 3개월간 타보악보를 보며 연습도 해봤지만, 어색하기가 그지없었다. 운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리가 일정치 않고, 악보를 외우지 못해 리듬이 끊어지기 일쑤였다.

 

젊은 선생의 말이 ‘음악이란 처음에는 머리로 치고, 수많은 연습과 실패를 겪게 되면 그다음엔 손이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고, 더 나아가면 보지 않고도 캄캄한 방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곡은 젊은 20대가 배웠을 때 5~6개월은 돼야 완주할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그것의 2배, 1년을 잡았다. 나이가 많아 순발력도 없고, 손가락 움직임도 젊은이에 비해 어눌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젊은이보다 2~3배 많은 연습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직 쓸 만한 머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3개월 치고 평가를 받았는데 낙제점이었다. 제대로 된 연주를 할 때까지, 테스트를 유보하기로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손가락이 저절로 음악을 연주할 때까지!

 

그리고 5개월이 흘렀다. 매일 10번씩, 5개월! 산술적으로 1,500번 이곡을 연습했다. 손가락은 부르트고 낫기를 반복했다. 손가락 인대가 움직이질 않아 정형외과까지 들랑날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 환자가 없어 곡을 틀어놓고 따라 연주했다. 박자가 조금 틀리기는 했지만, 손가락이 머리보다 빠르게 음을 끌고 나가고 있었다. 한편으론 놀라고, 한편으론 믿어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필자를 리드하고 있었다. 이제 테스트를 받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바람이 유독 세게 분 어느 날 학원을 찾았다. 테스트를 받아야겠다고 작정한 필자는 추위에 얼어붙은 손가락을 바라보며 “나 좀 살려다오!”란 심정으로 선생 앞에 앉았다. 처음 테스트를 받았을 때는 조급한 나머지 갈수록 리듬이 빨라졌다. 운지를 잊어버려 허둥대기도 했었다. 지금도, 떨리고 조급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음을 치기 시작하자 필자가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절로 음을 리드하는 게 아닌가! 떨리긴 했지만, 손가락은 거침이 없었다.

 

4분 가까이 되는 곡을 다쳤을 때, 오른손 세 손가락은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선생님의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점수 A를 표시하며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감정을 넣을 때는 세게 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부분은 약하게 치기만 하면 되겠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20대의 젊은 학생들에게도 필자의 일취월장 스토리를 전하겠단다. “이제 원장님은 연주의 도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라고 빙긋이 웃는다. 점수 짜게 주는 어리지만 무서운 선생님이 박수까지 치며 칭찬을 한 것은 2년간 학원을 다니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람과 기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수업을 마치고 거리에 나오니 낙엽 떨어지는 모습에도 선율이 있고, 낙엽 밟는 소리에도 음률이 느껴진다.

 

인생은 목표의 완성과 좌절을 거듭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목표는 쉽게 달성 될 수 있고, 또 그것으로 보람과 기쁨을 얻게 된다. ‘더스트 인 더 윈드’는 필자에게 잊고 산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느린 템포의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와 빠른 캔사스 노래를 연습하며 ‘우리 인생은 바람속의 먼지일 뿐’이란 가사에 빠져 들었다.

 

세상의 생명은 먼지처럼 사라지게 마련이다. 식물은 땅에서 10%, 태양으로부터 90%의 에너지를 얻어 성장하고, 그 식물은 곤충의 먹이가, 그 곤충은 작은 동물에, 작은 돌물은 큰 짐승에, 최종적으로 큰 짐승은 사람의 에너지가 된다. 또 다시 사람은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게 남았지만, 항상 조그만 목표를 만들어 성취하는 기쁨 속에 살아야겠다. 쓸데없는 과욕은 죄를 낳고, 죄가 성장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성경말씀과 같이 욕심의 배출구가 없으면 고이는 물처럼 썩어들어 갈 것이다. ‘더스트 인 더 윈드’는 황혼의 필자에게 또 다른 보람과 기쁨과 경종을 울려줬다.

 

‘바람속의 먼지! 그 모든 것은 바람 속에 먼지일 뿐, 끝없는 바다의 물 한 방울일 뿐. 우리가 품은 욕망은 부서져 땅에 묻어 버리자. 과욕은 허상이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늘과 땅 이외에는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될 뿐이다. 어떠한 재물이 있어도 죽어가는 목숨의 1분도 살리지 못한다. 운명은 바람 속에 먼지 같은 것. 모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더스트 인 더 윈드’의 가사가 머리속에 맴돈다. 또 다른 작은 목표를 위해 보람과 즐거움을 얻는 기쁨을 계속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삶의 의미인 희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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