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S뉴스&월드리포트가 2017년 미국 최고의 직업 100선 보고서에서 연봉, 업무 스트레스, 수요성장성, 미래전망, 생활환경 등에 대한 노동통계국 자료를 종합해 최고의 직업으로 치과의사를 선정했다. 치과의사의 평균연봉은 15만 2,700달러, 치과의사 일자리는 2024년까지 2만 3,300개가 신규로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위는 임상간호사, 3위는 진료보조인력이었다. 연봉 최고 순위만을 본다면 마취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구강 및 안면양악수술전문의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대한민국 621개 직업종사자 1만9,127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재직자 직업만족도 조사 결과는 미국과 사뭇 다르다. 미국의 조사는 객관적인 조사항목이 많은데 비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정보는 주관적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평가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과연 미국의 치과의사들을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만족도 항목으로 조사하면 어느 정도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만큼 낮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찌됐든 조사결과 치과의사의 직업만족도는 54위였다. 일반 의사의 21위나, 한의사의 7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순위다. 치과계 종사자를 찾아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치과위생사 222위, 간호조무사 357위, 치과기공사는 478위였다. 치과계 전체의 분위기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양 국 치과계 종사자들의 너무나 다른 직업만족도 조사결과를 비춰볼 때 미국과 우리나라의 진료수가 차이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치과의사들은 진료행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은 진료행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지만 스스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의료기관 간 과당경쟁으로 우리 스스로 진료행위 가치를 낮추는 문제도 있지만, 정부 정책들도 우리의 희생을 계속 강요했다는 것은 중요한 요인이다. 이처럼 수가가 낮으니 원장들은 진료시간은 늘리고, 직원들의 연봉과 기공료 등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주 5일제의 대한민국이지만 치과를 주 5일제로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상황이니 진료보조인력 구인난에 허덕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 치과기공사들의 직업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봉도 적정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고, 주당 52시간 근무에 초과근로를 생각한다면, 각 의료기관은 현재 인원보다 최소 1.5배의 직원을 고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인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돈과 시간이다. 돈과 시간을 많이 지불하는 것이 직원을 구하려고 노심초사하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돈과 시간을 함께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치과의사 스스로가 진료수가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진료시간을 줄이고, 수가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여유 있는 생활과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치과계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군들의 직업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복지향상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주 5일제 근무와 주 52시간 내 근무, 연차 역시 근로기준법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적정 연봉에 대한 부문은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필요하다면 연봉도 경력과 능력에 맞게 책정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치과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급변하는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꼭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다.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치기공사들의 직업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치과계를 바꿔야 한다. 그 주체는 당연히 우리 치과의사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