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구름조금강릉 6.6℃
  • 맑음서울 1.5℃
  • 맑음대전 3.9℃
  • 구름많음대구 3.4℃
  • 흐림울산 5.0℃
  • 구름조금광주 4.3℃
  • 흐림부산 5.4℃
  • 구름조금고창 3.7℃
  • 구름많음제주 6.8℃
  • 맑음강화 0.0℃
  • 맑음보은 2.9℃
  • 구름조금금산 3.3℃
  • 구름조금강진군 4.8℃
  • 흐림경주시 3.3℃
  • 구름많음거제 5.3℃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편집인칼럼

[사 설] 자멸하는 가격경쟁 이제 그만

URL복사
얼마 전 “고대구리(소형기선저인망) 불법조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대구리는 촘촘한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치어까지 무차별적으로 남획하는 대표적인 불법어업이다.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임플란트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치과계 위상추락의 원인과 딱 맞아떨어지는 얘기가 있어서 간단히 요약해본다.

고대구리불법조업을 하는 U어부는 촘촘한 그물을 사용해서 바다 밑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치어까지 무차별적으로 남획했다. 남몰래 물고기를 잡았기에 법을 피해서 조업을 할 수 있었고, 남들보다 싸게 판매했기 때문에 새끼 물고기라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면서 U어부는 “이렇게 싼 물고기를 담합해서 비싸게 판다”고 다른 동료 어부들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고 일손이 딸리자 ‘고기 잘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초보어부들을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통신망어선을 구입하여 일부 충성어부에게 위탁하고, 충성어부의 몫에 해당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둬들였다. 또한 불법으로 촘촘한 그물을 더욱 싼값에 대량구매 했다. 이를 통한 불법적 조업으로 치어들까지 깡그리 잡아 박리다매로 판매하면서 자식들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수산 생태계는 황폐화됐다. 

U어부는 자신 덕분에 국민들이 물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버릇처럼 자화자찬 했다. 엄청난 돈을 벌게 된 U어부는 이제 어선을 사고 그물망도 법에 맞춰서 재정비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잡은 물고기를 조금 기부하는 광고성 선심을 쓰면서 여전히 “우리가 물고기 가격을 낮춰서 국민들이 물고기를 배불리 먹는다”고 홍보했다. 불법적인 성장과정에 둔감한 일부 공무원들은 U어부에게 선행상까지 줬다. 심지어 U어부는 ‘나 착해’라는 책까지 만들어서 배포했다. 

이를 본 T어부는 그물망만 다른 것으로 바꾸고, U어부와 마찬가지로 박리다매 방식의 판매전략을 도입했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거금을 들여서 광고하고 소비자를 모았다. 몰려드는 고객들을 소화하기 위해 더욱 촘촘한 그물로 다른 물고기를 마구마구 잡았지만 치어까지 잡아버린 상태라 물고기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았다. 

물량을 대기 위해서 더 촘촘한 그물망과 더 큰 어선을 사고, 가격할인에 대한 엄청난 광고비까지 써야 했다. 게다가 갑자기 올라버린 임금 때문에 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물고기 공급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결국 T어부는 소비자들에게 고소고발을 당했고, 불법조업도 한계에 다다르자 T어부는 망해버렸다. ‘U어부는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나는 왜 망했을까?’ 후회하면서 자신의 운이 따르지 않음을 한탄했다. T어부는 시대변화를 읽지 못했다. 

치과계가 가격할인과 과대광고로 스스로 장사꾼으로 무너져버린 상황과 흡사하다. 한때 대한민국은 목숨 걸고 경제성장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경제성장만큼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황금만능주의의 계급사회로 변했다. 그 혼돈기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고, 가격경쟁이 통하는 시기였다. 그 틈새에서 운좋게 U어부는 갑부가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성장통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 치과계도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때가 됐다.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만원짜리 하우스 와인도 있지만 몇 백 만원을 넘기는 와인도 있다. 시장바구니 같은 간단한 가방도 있지만 몇 백 만원하는 명품가방도 있다. 명품을 만드는 비결은 오랜 세월 꾸준하게 그 가치를 만들어가는 순수한 열정과 꾸준한 노력에 의해서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변해가고 있다. 가격광고로 혼탁해진 치과계가 정화되려면 몇 년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인 시장이라는 거대한 손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움직여 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치과의사는 의료인보다는 장사꾼에 가깝다. 가격으로만 승부하려는 장사꾼 치과의사가 아니라, 진료의 가치로 인정받는 치과의사가 되도록 꾸준하게 노력할 때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