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화)

  • 맑음동두천 5.8℃
  • 맑음강릉 7.0℃
  • 맑음서울 9.3℃
  • 맑음대전 7.0℃
  • 맑음대구 9.1℃
  • 맑음울산 7.5℃
  • 맑음광주 8.3℃
  • 맑음부산 10.7℃
  • 맑음고창 4.0℃
  • 맑음제주 10.8℃
  • 맑음강화 6.8℃
  • 맑음보은 3.5℃
  • 맑음금산 3.9℃
  • 맑음강진군 6.4℃
  • 맑음경주시 6.9℃
  • 맑음거제 10.6℃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상실한 아이들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3)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딸이 외국에 나가기 전에 치과 검진을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아 예약해주었다. 얼마 후 내원한 환자는 24세 성인이었다. 필자가 환자에게 어떤 문제로 내원하게 되었냐고 질문하니 환자는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답변하였다.

 

구강 상태는 하악 제1대구치를 조기 상실하고 방치하여 제2대구치가 근심 경사되고 제1, 2 소구치는 후방으로 이동하여 치아 사이에 공간이 생겨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환자는 진실로 엄마가 가라고 해서 온 것뿐이었다. 24세 성인에게 충고할 수도 없는 처지인 필자로서는 환자에게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당장은 별일 없겠지만, 마흔 살이 넘을 때쯤 되면 교합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으니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젊을 때 심각한 걱정과 관심을 가지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어머니의 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 조만간 외국에 간다 하니 최소한 충치 치료만이라도 받고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근본적인 교합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지만 조금은 심란한 마음이었다.

 

자기 치아를 관리 못하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24세 성인이 엄마가 치과에 가라고 해 왔다는 답변은 늘 들을 때마다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때마다 본인을 탓하기보다는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저리 답변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답변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반복된 학습 속에서 가장 간단하고 간편하고 확실한 결과를 낸 것이 아마도 그 답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답변 뒤에는 엄마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배려라고 말하겠지만 자식은 참견이고 간섭이라 말할 것이다. 사건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개인적 옳음이나 기준에 맞춰 판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누구나 같다.

 

부모는 세 부류가 있다. 자식을 믿고 참견을 전혀 하지 않는 부류와 전적으로 참견하는 부류와 최소한만 참견하는 부류가 있다. 최소한만 참견하는 부류는 또 둘로 나뉜다. 부모가 최소한만 참견한다는 부류와 자식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참견하는 부류이다. 부모 생각에 최소만 참견한다고 할 경우에는 대부분 참견하는 부류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의 차이는 몇 가지로 나타난다.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 그리고 실패를 실패로 보는 것과 실패를 경험으로 보는 차이에서 나타난다. 삶에서 실패는 해서는 안 될 것이 아니라 하다 보면 발생하는 일이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모든 일에 성공해야 한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때는 결과가 나쁘면 과도한 좌절을 겪는다. 실패를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조급함과 과도한 성공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요즘 부모들 형태를 만들었고 자식들 모습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말이 “엄마가 가라고 해서요”이다. 삶이 길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 교육은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 성공 일변도로 가고 있다. 그런 조급함이 부모를 개입시키고 자식들은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하면 사소한 실패에도 과도한 좌절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얼마 전 중2 남학생이 선생님에게 벌을 받고 점심시간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자녀 상담을 받으면, 자식들이 요청하지 않으면 참견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충고를 하려면 자식에게 분당 1만원씩 주고 충고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 정도는 투자해야 자식들이 귀를 열고 들어줄 것이고 아니면 결과는 더 나빠 질 수 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부모님 충고(잔소리)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필자도 이제야 연로하신 어머니의 잔소리가 반가울 뿐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