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구름많음동두천 12.4℃
  • 구름많음강릉 21.3℃
  • 구름많음서울 13.8℃
  • 맑음대전 12.9℃
  • 맑음대구 14.2℃
  • 맑음울산 15.1℃
  • 맑음광주 13.6℃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6.0℃
  • 맑음제주 15.3℃
  • 구름조금강화 15.0℃
  • 맑음보은 9.8℃
  • 맑음금산 11.0℃
  • 맑음강진군 11.6℃
  • 맑음경주시 13.5℃
  • 맑음거제 14.3℃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아직 멀었나…”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84)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태풍 ‘마이삭’이 또 올라오고 있다. 아침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여니 메일 한 통이 들어와 있다. 유학 시절 같이 공부한 치과교정과 일본 동기로부터 강한 태풍이 한국을 또 지나가는데 별일 없기를 바란다는 안부 메일이었다. 아마도 뉴스에서 이번 태풍이 매우 강하다고 들은 모양이다. 유학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걱정해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다.


지난번 태풍 ‘바비’ 때 일이다. 태풍 영향권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야간진료를 좀 일찍 마치고 귀가를 서둘렀다. 늘 비어있던 지하 2층 주차장을 내려가니 이미 태풍을 피하기 위한 차들로 거의 만차였고 대여섯 군데 빈 곳이 보였다. 그런데 빈 주차 공간마다 차선을 침범한 차로 주차는 어려운 상태였다. 겨우 주차하고 뒤돌아 나오는 데 주차는 하기 어려운 여러 빈 곳이 보여 씁쓸했다.


순간 세 가지 이유가 생각났다. 우선 화장실이 매우 급해 대충 주차하고 잊어버린 경우다. 필자가 믿고 싶은 가능성이다. 다른 경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했든지 아니면 그대로 그냥 방치한 경우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옆에 차가 있으면 승하차가 불편하고 자신의 차에 흠집을 낼 것이 싫어서 타인의 주차를 방해할 목적으로 일부러 주차선을 침범한 경우다. 가장 슬픈 의도로 아니길 바라는 경우다. 원인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주차할 수 없는 공간이 여러 곳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본 것이다.


1995년 일본 유학 시절, 필자는 공공 주택 단지에 거주했다. 수입이 적거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민센터에서 매년 빈집을 추첨해 배정했다. 유학생은 수입이 없는 까닭에 공공주택을 배정받고 생활할 수 있었다. 당시 일본 어느 지역, 어느 주차장에도 차선을 침범해 삐딱하게 주차된 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공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초등학교부터 시종일관 강조돼온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파트 주차장 차들의 30~40%가 외제차다. 경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데 주차된 차들이 보여주는 시민의식은 안타까움을 준다.

 

25년 전 일본 주민들이 보인 주차장 시민의식에 2020년인 지금도 못 미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치 껍데기는 비슷한데 내용물이 다른 느낌을 받으며 “아직도 멀었나…”라는 말이 뇌리를 맴돌았다. 공동 집합건물인 아파트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서가 주차 배려다. 그것을 무시한 사람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란 것은 우연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아직 시민의식이 선진국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이 되는 여건에 국민소득 3~4만불이 외적인 조건이지만 내적인 조건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의 전반적인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가 늘 지켜질 때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차장 모습을 보고 이젠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필자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필자의 입에서 그냥 튀어나왔던 “아! 아직 멀었나…”가 맞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시민의식은 딱 주차장만큼이다. 100여 대 중 4~5대는 삐딱했다. 5%는 시민의식이 없다. 물론 그들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선량한 95%는 시민의식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100명 모두 정확하게 주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공공 주차장에서 삐딱한 차가 한 대도 없을 때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어려운 까닭이고, 그리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많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100점과 95점의 차이이다.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는 주차장에 삐딱한 차가 없어서 필자의 생각이 틀리기를 기대해본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였지만, 아직도 시민의식은 따라오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교육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