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12)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최근 병원 진료 중 ‘코로나19 감염’ 불안을 느낀 환자가 2배 넘게 증가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확진자가 연속해 500명에서 700명 선을 오가니 당연한 일이다. 필자 또한 환자를 진료하면서 감염을 걱정하는 빈도가 2배 정도 증가했으니 의사나 환자나 매일반인 듯하다.

 

전 국민이 1년 넘도록 코로나 불안을 기본으로 깔아놓고 생활하다 보니 모든 사건 사고가 증폭되어 나타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근 뉴스들은 생각의 범위를 넘고 있다. 구미 여아사건은 아동학대 사건의 정점을 보여준다. 어제는 인천 모텔 영아 심정지 사건이 있었다. 최근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사망하는 영유아가 증가했다. 아동학대 증가에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가 영향을 조금은 주겠지만 원천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럼 왜 최근 영유아 학대 사건들이 증가하는 것일까. ‘선녀와 나무꾼’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주인공은 나무꾼이다. 나무꾼은 세 종류가 있다. 우선 전문직종으로 나무꾼이다. 직업적으로 나무를 하여 장에 파는 사람들이다. 조선시대에 성저십리금장금송(城底十里 禁葬·禁松)로 도성에서 10리까지는 벌목과 매장이 불가해 멀리서 나무를 하여 전문적으로 파는 것이 가능했다. 두 번째는 농사를 짓다가 집에서 땔감을 쓸 목적으로 잠깐 나무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직업이 농부다. 세 번째는 아무런 직업 없이 놀다가 잠시 땔나무를 구하는 사람이다. 요즘으로 치면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할까. 하지만 아무 일도 안하는 백수와는 다르다.

 

최근 정식직업을 구하지 못했거나 자의든 타의든 아르바이트만으로 살고있는 이들을 필자는 ‘현대판 나무꾼’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 나무꾼들이 많았던 이유는 삼정의 문란 때문이었다. 철종 때 진주민란의 시작이 나무꾼들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녀는 원래 신분이 하늘나라 사람으로 인간계에 놀러 왔다가 나무꾼에게 옷을 빼앗기며 나무꾼의 아내로 아이를 낳고 살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후진국에 여행을 갔다가 여권을 강탈당하고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영유아들의 부모는 기본적으로 20대와 30대 초반이다. 이들 세대는 취업이 되지 않는 시대를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이 되지 않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도 반기는 곳이 없다. 취업을 해도 미래가 불확실해 그만두고 의전원, 치전원, 약전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인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대판 나무꾼이 많아진 이유는 다양하다. 저성장과 고령화로 취업 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고임금은 기계화를 유발해 일자리를 없앴다. 현대판 나무꾼을 만나 현대판 선녀가 탄생하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를 낳았고 키우게 되었다. 이런 슬픈 현대판 탄생 설화를 지닌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었다. 준비돼 있지 않은 사회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부모가 만들어낸 슬픈 사건들이다.

 

현시대를 살고있는 학대받는 슬픈 아이들의 부모인 선녀와 나무꾼들이 비록 가해자이지만, 그들 또한 미성숙한 사회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처럼 원해서 나무꾼이 된 것이 아니다. 영혼 없는 어린이집에서 집단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교권과 인성이 무너진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경쟁교육 입시지옥에서 살아남아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기다리는 것은 취업 지옥이었다. 취업하지 못하면 백수가 아니면 나무꾼이 되었다. 부모가 먹을 것이 있으면 백수가 되었고, 없으면 나무꾼이 되었다. 물론 나무꾼과 선녀가 모두 그런 것도 아니고 모두가 아동학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쁜 사람이 많기보다는 나쁜 상황이 많을 뿐이다.

 

지금 20~30대가 직면한 세상은 40~70대가 살던 세상이 아니다. 70~90대는 이해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 또한 과거 세대가 보던 것과 다르다. 부모세대가 예측한 미래는 빗나갔다. 자식세대가 만난 현실은 생각한 것보다 가혹했다. 그런 그들이 다시 부모가 되어 아이를 출산하니 혼란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판 나무꾼을 만들고 있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를 셋을 낳으라고 조언하는 사슴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