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월)

  • 구름많음동두천 -0.5℃
  • 흐림강릉 5.6℃
  • 구름많음서울 1.1℃
  • 맑음대전 2.0℃
  • 맑음대구 2.3℃
  • 맑음울산 3.1℃
  • 맑음광주 3.9℃
  • 맑음부산 6.1℃
  • 맑음고창 1.3℃
  • 맑음제주 6.5℃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0.2℃
  • 흐림금산 1.6℃
  • 맑음강진군 1.1℃
  • 맑음경주시 0.1℃
  • 맑음거제 2.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1)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며칠 전 광주 건물 붕괴사고를 보며 크게 놀람과 동시에 참담함이 밀려왔다. 우선 지면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2021년에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아직도 발생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집약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공사비가 평당 28만원에서 하도급으로 하청을 주며 최종 4만원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이는 1970년에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생각나게 했다. 철근 70개가 필요한 데에도 5개만 사용하여 6개월 만에 완공하고 5개월 만에 붕괴된 졸속 행정과 부정부패의 종합판이었던 대형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그 후 아파트 건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20초 만에 5층 건물이 완전히 붕괴된 95년 삼풍백화점 사고가 발생했다. 뇌물에 의해 설계·시공·유지관리 등에 총체적 부실이 나타난 사건이었다.

 

최근 군대 급식부실을 보며 우리 사회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든지 사회기강과 정의가 무너지면 군대급식으로 나타나고, 그것은 결국 사회를 지탱해주는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사건들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할 당시 군대 비리가 극에 달했었다. 보급품을 빼돌려서 부실급식을 넘어 하루 세끼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심지어 제대 날짜도 맞추지 못해 과잉 복무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런 군대 상황이 군사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선시대에는 군인들에게 급여로 주는 쌀에 모래를 섞어서 준 일로 임오군란이 발발했다. 폐쇄된 사회인 군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급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 사회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인디케이터다.

 

군대 부실 급식문제의 내면도 돈이고, 광주 건물 붕괴사고의 내면도 돈이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은 결국 돈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란 면에서 와우아파트 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와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돈이 원인인 부실한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기 9개월 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건물이나 다리의 부실 공사 또한 군대급식처럼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시대에 팽배해 있는 부정부패 관행이 곪고 곪아서 터지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김영란법으로 부정청탁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면 참견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고, LH사건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인이 취득한 정보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다. 수치를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수치는 법과 다르다. 수치는 양심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와우아파트가 붕괴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광주 건물 붕괴로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에서 70년이 지난 지금 군대급식 부실이 나타났다. 분명 과거와 이유도 다르고 경과도 다를 것이지만, 붕괴와 부실이라는 결과는 같다. 군대는 한 나라의 근간이고 건축물은 그 사회를 대변하는 총체다. 이 두 개의 상징에 크든 작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미얀마와 같은 군사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과거처럼 돈이면 얼마든지 매수가 가능하던 행정시스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진국형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생각과 사고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의나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자유방임적인 생각이 수치를 모르는 결과로 나타났다.

 

음식점이나 지하철에서 뛰는 아이를 엄마가 타인을 위해 통제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대놓고 두 칸을 사용하면서 참견하지 말라는 쪽지를 붙인다. 택배기사들의 아파트 출입이나 승강기 사용을 금한다. 장애인학교가 집값을 떨어트린다고 반대한다. 개인적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에 미쳤고 그것이 황금만능주위와 결탁되며 나타난 현상이 요즘 시대상이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은 멀리 갈수록 되돌아오는 길이 멀어진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