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 감소하다’는 영어 단어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대신 제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생산해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이 용어는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15년 코카콜라와 펩시가 캔 크기를 줄여 교묘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을 빗대면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일간지에서도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빵이 같은 가격이지만 과거에 비해 무게가 줄었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로 이런 기업들의 경영전략은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질소 과자’로 통칭한다. 소비자가는 계속 오르지만 정작 봉지 안의 과자 중량은 줄고, 충격보호제와 산화방지제인 질소 비중이 높아짐을 풍자한 인터넷 밈이다. 이를 재미있게 비꼰 일화로 2014년 대학생 2명이 140여개의 과자를 묶어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횡단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기업의 시각에서 소비자는 용량보다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거나 저가 재료를 사용하여 품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과개원의인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을까?
필자도 한 명의 치과개원의이기 때문에 느끼는 치과의원의 구조적 문제는 영세한 경영규모와 부족한 노동력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생산력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치과의료라는 특성상 순환구조 자체가 경직성이 크고, 소비자인 환자의 가격 민감성이 큰 업종이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가 힘들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해 초 지령 1000호를 맞아 보도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소득 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획 기사에서 이러한 점을 볼 수 있다. 2010년부터 10년간 의원급 의료기관 중 치과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반면, 치과의원은 매출보다 영업비용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에 수익이 악화한 것으로 나왔다. 치과의원의 경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매출 증가율이 64.2%였으나, 영업비용 증가율은 이보다 큰 73.3%를 기록했고 그 결과 영업 이익 증가율은 47.5%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경영 지표는 얼마나 효율적인 경영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치과의원은 2010년보다 2020년 3.6% 이상 영업 이익이 떨어졌다. 2020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 때문에 2024년 치과계가 체감하고 있는 어려움은 2020년보다 현저하게 높을 것이다. 치과의료는 구조적 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부처 간담회를 개최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여 대응하기로 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행위는 소비자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만적 행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일반 국민의 실질 소득이 더욱 감소하자 슈링크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일명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트림플레이션 또한 스트리밍과 임플레이션을 합친 단어다.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업체들은 서비스 개시 초반에 가입자 확보를 위해 앞다투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놨다가 시장경쟁이 격화하고 이용자 수 정체, 제작비 상승 등에 직면하자 누적된 적자를 메꾸기 위해 줄줄이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당황스럽고 부담된다는 것이다. 저수가 덤핑치과의 불법 의료광고가 넘치는 치과계 현재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