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국민 오락(?)인 ‘고스톱’은 전체 판세를 읽고 상대방의 패를 예측하고 점수를 계산하는 두뇌 활동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과연 고스톱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고령자에게 인지 기능을 증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적도 없고, 고스톱이 뇌 기능의 일부를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글을 읽고 쓰는 등 창조성을 요구하는 뇌 활동이 치매 예방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고, 최근 연구들에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기에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속보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매우 천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의 일에 대한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언어 기능이나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고 결국에는 일상생활의 모든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호발 연령은 65세 이후이지만, 드물게 40~50대에서도 발생한다. 발병 나이에 따라 65세 미만에서 발병하는 경우를 초로기(조발성) 알츠하이머병, 65세 이상에서 발병하였으면 노년기(만발성) 알츠하이머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은 비교적 진행 속도가 빠르고 언어 기능의 저하가 초기에 나타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2004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은 깜박깜박하는 증세가 있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지만 27세에 발병한 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었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대.”
노년기(만발성)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다른 인지 기능 저하보다 기억력의 손상이 두드러진다는 보고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두 나이 구분에 따른 병리 소견의 차이는 없으므로 동일 질병으로 간주한다.
“주문 좀 잘못 받으면 어때요. 카페에서 일하실 분, 치매가 있어도 괜찮아요.”
얼마 전 중앙일보 기사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세계 1위인 일본에서는 치매와 공존을 실험 중이며, 치매에 걸린 이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내년이면 치매 환자가 730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25년에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니 치매와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경증의 치매 어르신을 일하게 하여 병 진행을 늦추고 무엇보다 혼자 생활할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치매에 걸린 이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일본도 치매 직원 고용은 시범적이고 한정적이다. 손님들도 식당에서 주문이 틀려도 이해하고 편하게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이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시설에서 생활하고 치료와 간호만 집중되어 있다.
무엇보다 치매라는 명칭이 편견을 조장할 수 있으니 용어 변경 등이 우선이다. 일본은 치매라고 불리던 병명을 ‘인지증’으로 바꾸고 치매 대책 추진 5년 계획을 마련해 정비해 왔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다.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 순화된 표현으로 두려움을 줄여야 한다. 경증의 단계에서는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치매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치과계도 경증의 이들이 집중해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고용을 고민해야 한다.
치매는 타인과 가족을 힘들게 하는 불치병이라는 느낌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이제는 삶의 한 과정이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듯이 어른도 치매의 과정을 겪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하듯이 치매도 공동체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