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 경기를 보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자면서 생활 리듬이 조금 깨졌다. 연속해서 극적인 결과를 연출하는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 축구 경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16강과 8강전에서 모두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90분을 생각하고 시청했지만 두 경기 모두 연장전에 휴식시간을 포함해 150분 이상으로 근 3시간이 걸리며 새벽 4시경에나 잘 수 있었다. 생활의 리듬은 깨졌지만 다행히도 이겨서 억울하지 않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그들의 투지에 찬사를 보냈다.
경기 운영에서 집단심리에 빠지기 쉬운 조건을 극복한 노련함을 보며 승리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심리학에 집단심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스키 시프트(Risky shift) 현상이다. 다수가 모이면 개인보다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현상으로 순식간에 한 편으로 몰려가기 쉬운 심리다. 이 현상은 축구 경기에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경기 종료가 몇 분 안 남게 되면 어차피 진 경기이기 때문에 수비수까지 포함해 전원 공격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은 한국에 1:0으로 지고 있었다. 경기종료를 앞두고는 전원 공격을 시도했고 수비수가 없는 틈을 타 손흥민 선수가 단독으로 골을 넣고 독일은 16강 탈락을 했다.
이처럼 축구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번 두 경기에서 한국팀은 마지막까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고 대열을 흩트리지도 않았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 감독과 선수들의 정신력이 돋보인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인터뷰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된 것을 보여준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서 기쁘다”는 것. 이 말은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말이다. 준비한 것을 끝까지 유지하고 보여주기란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도발도 참아야 하고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들이 준비된 플레이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스키 시프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의 경기에 임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승패를 떠나 칭찬받을 만하다.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면 집단은 종종 개인과 다른 심리적 특성이 나타난다. 위에서 언급한 리스키 시프트와 정반대로 지극히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신중성을 선택하는 코셔스 시프트(Cautious shift)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집단극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레밍현상(Lemming effect)이 있다. 레밍은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쥐다. 이 쥐는 이동할 때 선두의 뒤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는 모습이 보여서 생긴 말이다. 누군가 먼저 하면 나머지는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현상을 레밍현상이라 하였다. 레밍현상은 사회적으로 많이 목도된다. 가장 흔한 것이 패션 유행이다. 또 주식투자나 부동산 열풍도 이에 속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레밍효과가 나타나면 거품이 형성되어 자산위험성이 증가된다. 지난해까지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값이 최근 폭락하는 것은 전형적인 레밍효과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링겔만효과도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보인 줄다리기를 할 때 사람 수가 증가할수록 개인이 내는 힘은 줄어드는 것을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이 발견하였다. 혼자 당길 때는 100%의 힘을 내던 개인들이 세 명일 땐 85%, 여덟 명이 당기면서 49%의 힘을 사용했다. 즉 사람이 증가할수록 타인에 대한 의존성을 보이며 자신의 힘을 적게 사용하게 된다. 팀플레이에서 인원만 증가시키는 것이 역으로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치과 직원을 고용할 때 공동의 업무를 주면서 직원을 늘리는 것은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정확한 분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축구는 정확한 자신의 포지션과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어느 한 곳에서 미진한 부분이 생기면 실점을 하게 된다. 상대방의 실수가 결정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최신 경향이다. 글을 쓰는 지금 4강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