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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어떤 선배가 글을 지어와 고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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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명나라시대 학자이자 정치인인 뤼신우(1536~1619)는 공자와 같이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주로 관념적인 도덕이나 공허한 사상을 이야기하는 다른 동양철학가들과는 달리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를 통해 제목 그대로 아프도록 직설적인 표현들로 이성에 호소하며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서양적 형식의 메시지들을 전한다.

 

뤼신우보다는 조금 더 은둔적인 삶을 살았던 동시대의 홍자성은 채근담(菜根譚)이라는 어록형식의 수상집(隨想集)으로 지금까지 뤼신우에 못잖게 현대인의 사랑을 받는데, 채근담이 세속을 벗어나되 세속을 떠나지는 말 것을 제안한다면 뤼신우의 신음어는 의연히 세속에 거하며 여하히 조금이라도 더 바르게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심히 덥던 올 여름, 다시 펼쳐본 신음어에서 본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떤 선배가 글을 지어와 내게 고쳐달라고 했다. 내가 계속 거절하자,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하지는 않네, 하지만 차라리 이것으로 자네의 웃음거리가 되어 한 사람만의 웃음거리에 그칠 수 있다면 좋겠네. 그렇지만 자네가 이것을 고쳐주지 않으면 나는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네.’ … 나의 단점에 대한 남의 비판을 싫어하면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비단 글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 부분을 여러 번 읽으며, 필자 자신이 얼마나 남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내왔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며, 그러지 못했던 부족함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졌던 불필요한 소모와 고통의 시간들이 기억났다. 벌써 20여년 전, 소위 새천년(New Millenium)이 시작되는 2000년 1월, 누군가가 얘기하기를 인간의 삶은 근원적으로 불가피한 고통으로 가득하기에 앞으로도 인류는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인류가 더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Sufferings)’은 어떻게든 개인 스스로, 또 서로의 관계 속에서 반드시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더 오래전인 기원전, 후를 걸친 시대를 살며 그리스철학을 라틴어로 바꿔 전파하고, 황제들의 스승이자 대중들의 정신적 지주로 한평생을 살았던 루키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도 단순한 제목의 저서 ‘인생이 왜 짧은가’에서 「사람이 불필요한 일들을 하느라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서」라고 정리한 것 등을 하나로 모아 들여다보면, 짧은 삶 속에서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엄청난 문제는 얼핏 간단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불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늘 인간의 다양함과 예측할 수 없음에 대한 한계로 답을 멈추곤 하게 된다. 그러나 뤼신우의 선배가 이야기했다는, 기꺼이 자기를 고쳐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약간의 겸허한 의지만 가져준다면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필요함과 불필요함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수렴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은 상당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비판의 수용은 그것을 듣는 이가 비판하는 이에 대해자연스럽게 가지는 존경과 용서 사이에서 일어나는 귀한 현상이다.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을 이끌고 있는 우리 치과계 안의 대부분 리더들이 늘 노심초사, 동분서주로 땀흘리며 애쓰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당부드리건대 위중한 이 시대에 일부 정체와 고착과 갈등이 있는 곳에서는 부디 귀한 비판이라면 스스로 기꺼이 받아들이며 치과계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모든 치의들의 바람을 신음(呻吟)같은 기도로 전한다.

 

스스로 고칠 부분을 찾아달라고 찾아갔던 뤼신우의 훌륭한 선배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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