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연세치대 보존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어느 식당에선가 삼삼오오 모여 앉은 노인들로부터였다.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잘 하는 병원을 아느냐”는 질문에 “어느 치과를 가든 연세치대 이승종 교수를 모르는 의사한테는 진료를 받지 마라”는 답이 들려왔다. 이 교수도 모를 만큼 공부도, 발전도 하지 않는 치과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논조였다.
이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치과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이 교수는 저서 ‘도해로 보는 근관치료 아틀라스’를 교과서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근관치료 연맹의 회장을 역임하고, 50여 편 이상의 SCI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근관치료학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다. EBS의 메디컬 다큐멘터리 ‘명의’에 소개되며 특진을 원하는 환자들도 줄을 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명 연자였다.
이 교수는 연자‘였’다는 표현과 함께 “근관치료의 경우 테크닉 위주의 강연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젊고 유능한 연자들이 대거 등장해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지식과 술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실천하는 의지나 행동력이 전에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러나 훌륭한 노교수를 초야에만 둘 수 없는 후배들의 아쉬움은 그를 다시 연단에 올렸다. 세미나 전반의 방향을 제시하는 모두발언이나 무게중심을 잡는 좌장이 그것.
이 교수는 “연단에서 내려와 보니 치과계를 보다 넓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며 “자연치의 소중함을 모를 리 없는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에 치중해 무조건 뽑고 보자는 식의 상업적 마인드를 갖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들이나 사위가 치과의사가 되면 뛸 듯이 기뻐하면서도 본인이 환자로서 치과를 찾을 때는 치과의사가 얼마나 못 미덥느냐”며 “치과계의 신뢰도 하락에 대해 지엽적인 요소를 탓하기보다 치과계 전체의 책임이며 나아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자각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자연치아를 아끼는 것이 곧 치과의사의 소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치아이식술’은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첨단 장비도, 풍부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해당 술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 교수는 “치아이식술은 40대 이전의 환자에게서 95%의 성공률을 보일 만큼 안정적이며 탁월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술식”이라며 깊은 애정을 표했다.
그러나 수술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치주질환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상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아 개원가에서는 꺼리는 술식인 것이 사실. 가장 큰 고민은 치근 세포를 살리기 위해 즉시 식립을 하면 ‘받침대’가 없어 무너지기 십상이고, 그래서 완전히 회복된 후 식립을 하려고 하니 발치한 치아의 치근 세포가 죽어버려 제대로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진퇴양난’의 답을 찾기 위해 이 교수는 발치한 치아를 오래,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높은 압력을 가해 빙점을 낮추는 등 세포와 개체를 동시에 살려낼 해답을 찾고 있다”는 이 교수는 “청자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강연이듯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나를 위한 삶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이 교수의 연구실 한켠엔 직접 그린 대나무가 걸려있었다. 올곧은 의식을 전하는 그의 강연이 더욱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