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이 휠체어 승강 설비가 없어 비행기에서 내릴 때 계단차를 기어 내려가야 했던 영상이 뉴스를 타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다시 떠올랐다.
교통 약자로 제주행 비행기를 예매한 중증장애인인데, 휠체어 승강 설비인 리프트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제주공항의 경우 항공기 도착 후 공항 내부로 바로 연결되는 탑승교가 아닌 멀리 떨어져 계단차로 내려가 버스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다. 대형 항공사는 직접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리프트카를 직접 운용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의 경우 지상에서 항공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필요할 때만 대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리프트카 대여 비용이 회당 수십만 원이 넘는 등 탑승권 가격보다 비싸 저가 항공사로서는 손해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교통약자법상 이런 설비 도입과 관리는 교통사업자 즉 민간업자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보니 공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수어 통역이나 기타 장애인을 위한 보조 서비스 모두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기관인 공항공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한번 제기됐지만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 제공 의무는 민간 자율에 떠넘겨진 상황이다.
올해 2월 28일 장애인 건강주치의 4단계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4단계 시범사업은 경증장애인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은 장애인이 자신의 주치의를 선택해 일상적 질환 및 전문 장애관리를 지속적이고도 포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주치의 간호사 방문 진료를 지원해 왔다. 여기에 올해부터 시행 중인 4단계 시범사업은 의원급에서 제공하는 일반건강관리 대상을 중증장애인에서 경증장애인까지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방문 서비스 횟수를 확대한 것이다.
우리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장애인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의 확대다. 4단계 시범사업은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뇌 병변, 정신 경증장애인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늘렸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제한적이어서 통상적인 치과 진료 협조가 낮은 장애 유형을 포함한 것이다.
장애인 치과주치의사업은 장애인이 치과주치의로 등록한 치과의사를 선택해 예방적 진료, 구강보건 교육 등 포괄적인 구강관리 서비스를 받는 사업이다. 치과 병·의원에 종사하는 치과의사 중 장애인 치과주치의 교육을 이수하고 주치의로 등록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참여할 수 있다. 치과주치의는 장애인의 구강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연간 관리계획을 수립해 불소도포, 구강보건 교육, 치석 제거 등 구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올해 3월 20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 및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고시가 개정됐다. 이에 따라 3월 27일부터 장애인 치과 처치 및 수술로 가산 항목이 기존 17개에서 88개로 늘어났고, 가산율은 100%에서 300%로 확대됐다. 치과에서 장애인으로 등록된 뇌병변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소정 점수의 300%를 별도 산정하여 인상된 것이다. 300% 가산이 적용되면 장애인치과병원이나 권역별 장애인진료센터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개원가에서도 장애인 진료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통약자법상 이동에 대한 설비 도입과 관리는 각 치과 병의원이 해야 하므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개원가는 장애인 치과주치의사업을 하고 싶어도 시설 설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으로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장애인 치과주치의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가 나서 장애인 구강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 확충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치과계에서 정부를 만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할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