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5 (금)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배운 적도 없는 거짓말하는 그 아이 ‘A.I.’

URL복사

김용호 논설위원

제목이나 시놉시스에 이끌려 모처럼 책을 구해 펼쳤다가 도입과 전개의 지루함이나 맥락의 방황에 슬며시 책을 덮어버리는 불량독자인 필자에게 내내 읽는 재미를 주었던 책 ‘사피엔스’(2015, 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는 20대 초반에 옥스퍼드대학에서 중세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역사와 과학을 엮은 담론들을 흥미롭고 대담하게 펼치는 20여 년의 강연과 저술의 행보를 통해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석학이다.

 

많은 이들이 봤겠지만, 지난 3월 내한 강연에서 그는 그간의 정치·사회·문화 등의 역사에 대한 본인 특유의 거시적 직관과 통섭적 영감들 위에 이 시대의 화두인 A.I.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 다가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유튜브로 접한 강연이었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 필자에게 정말 재미난 예시가 있었다.

 

요는 오픈 A.I.社가 ChatGPT-4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쉽게 하지만 로봇이나 컴퓨터는 하기 힘든 시각 퍼즐, 소위 ‘보안문자인식(CAPT CHA)’ 과제를 부여했더니 인공지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바로 판단했고, 인터넷에 접속해 사람들이 있는 구인사이트 비슷한 곳에 가서는 그 문제를 풀어줄 사람을 고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트에 접속해 있던 사람들이 이런 일로 사람을 구하는 게 의심스러워 “보안문자 풀어줄 사람이 왜 필요하죠? 혹시 당신은 로봇인가요?”라고 물었는데, A.I.가 “아니요, 저는 로봇이 아니고 시각장애인이라 보안문자를 볼 수 없어요”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이 공감과 연민으로 보안문자를 풀어줬다는 내용이었는데, 고놈 참 똑똑하다고 보기에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라리는 이런 결과가 인공지능의 큰 특징인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과 ‘가장 나은 선택으로 과제를 해결한다’는 두 가지 요소가 설계된 대로 작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원칙도 없고, 못하겠다거나 모르겠다는 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필자 같은 비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아쉽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아무튼 다시 하라리의 강연으로 돌아와서, 그는 이런 표현을 썼다. “기차는 비행기를 만들 수 없지만 A.I.는 비행기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 이것은 사회계층구조나 국가 간의 우위구도까지도 완전히 변화시킬 정도의 잠재력을 의미한다. 누구도 혼자 독점해서는 안 되며, 윤리적·도덕적 감시와 민주주의적 통제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야기가 우려스럽고 긴장되는 내용이었지만 “A.I.가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능히 해내는 인간으로 자기를 계발하는 것이 미래의 교육이어야 하고 경쟁력 있는 직업형태”라며 “지능과 감성, 운동능력 등과 같이 여러 능력이 복합적으로 혼재되어 수행하는 일, 예컨대 의사보다는 간호사가 A.I.로 대체되기 더 어려운 직업”이라고 설명할 때, 치과의사들이 매일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떠올라 우리 직업이 인공지능과 기계가 대체하기 쉽지 않은 복합적인 일임을 새삼 느껴 일말의 자긍심을 가졌다.

 

하라리가 정리하는 결론에는 약간의 희망적인 답이 있다. 원칙적으로 정보(data)를 관리함에 있어 진실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허구와 거짓된 데이터들은 만들기도 쉽고 대중들의 취향에 맞는 경우가 많아 전파되기도 쉬우며,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는 후자가 전자를 양적으로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을 직시하고,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A.I.를 원한다면 우리가 진실되고, 신뢰하는 관계로 만들어진 데이터(역사, 문화, 이데올로기 등)로 학습된 아이를 키운다는 자세로 미래의 A.I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론은 또 다시 우리가 늘, 그리고 지금도 아쉬워하는 진실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8월 원달러 환율과 금리사이클 전망

2025년 8월,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와 금리사이클이 맞물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 금리사이클, 그리고 과거 금리사이클 프랙탈 분석을 토대로 환율의 큰 흐름을 정리하고, 주기적 자산배분 관점에서 실천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으로 본 금리사이클 국면 자산배분의 핵심은 ‘현재 기준금리 국면을 파악하고 앞으로 유리해질 자산을 미리 담고, 불리해질 자산은 미리 줄이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저가매수 고가매도를 반복하는 것이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으로 8월 12일 현재 위치를 점검하면, 시장은 B~C 구간의 말미에 가깝다. 과거 프랙탈에 비춰보면 C 이벤트가 2025년 4분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구간에서 위험자산은 종종 마지막 신고가 랠리를 보이지만, 직후 큰 조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초기처럼 위기의 형태는 매번 달랐으나, 공통적으로 경제위기 시기에는 원화 약세가 심화되며 환율이 급등하고, 안전자산(금·달러·미국채)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장기 역배열의 여파로 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