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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사 단독 업무 가능? ‘의기법 개정안’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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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명분 단독 진료·개원 현실화될 수도” 치과계 우려

 

[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최근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두고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정안에는 여·야 의원 34명이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린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기사의 업무 근거를 ‘지도’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확대하는 것이다. 즉, 의료기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처방’또는 ‘의뢰’에 근거해 독립적으로 일정 부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

 

남인순 의원은 “의료기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서만 일하도록 한 현재의 정의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의료환경 변화에 맞춰 의료기사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을 언급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료기사들이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건서비스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이하 의기총)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재 ‘의사의 지도’ 규정은 원내 업무만 가능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의료기사들이 지역사회나 돌봄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 제도 개혁”이라며 의료기사 전 직역이 개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계 “면허체계 훼손 위험” 논란 재점화

하지만 의료계는 즉각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성명을 통해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입법 시도”라고 규탄했다.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의뢰’나 ‘처방’만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의사의 직접적 감독과 즉각적인 판단이 배제된다”며 “이는 응급상황이나 중증 환자 진료 시 치명적인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가 이번 사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데에는 반복된 유사 논란의 경험이 있다. 지난 2021년, 남인순 의원이 동일한 내용을 담은 의기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당시에도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거센 반발로 철회됐고, 이 같은 갈등은 간호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도 재현됐다. 법안에는 간호사 업무 중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주사, 처치 등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간호사의 독자적 진료행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논란 끝에 해당 문구는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후 지난 5월,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또다시 논란이 됐다. 장기요양급여 항목에 ‘방문재활’을 신설하고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가 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 물리·작업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의협은 “의사의 직접적 지도 없이 의료기사가 가정 내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의료법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상시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부작용이나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렇듯 ‘의사의 지도 없는 업무 수행’을 허용하려는 입법 시도가 계속되고, 유사한 문구와 논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단독진료 현실화 우려…돌봄 명분 진료 경계 모호”

치과계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치과계 내부에서는 의기법 개정안이 ‘지역사회 돌봄체계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기사의 업무권한을 지나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사의 지도 없이 처방이나 의뢰만으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의료기사의 독자적 진료나 단독 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치과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돌봄’과 ‘진료’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등은 통합돌봄체계 속에서 구강보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라고 설명하지만, “돌봄을 명분으로 한 진료권 침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의사의 지도’라는 문구가 ‘처방·의뢰’로 바뀔 경우, 치과의사의 직접적 감독 없이 환자 구강을 관리하거나 시술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일선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스케일링센터 같은 형태의 단독 진료기관이 등장할 수 있다”거나 “지도 체계가 무너질 경우 진료 책임의 주체가 불명확해져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또 이번 개정안이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틀을 흔들어 ‘협업’이 아닌 ‘분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정호 치무이사는 “이번 논란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 등이 재택 현장에서 활동하려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본질적으로는 재택·방문 진료 제도와의 충돌로 접근할 문제이지 치과의료의 업무영역을 바꾸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회원들이 우려하는 ‘스케일링센터’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는 의료기사법이 아닌 의료법상의 개설권 문제로, 이번 개정안과는 무관하다. 이번 법안을 의료기사의 단독 개설권과 연결짓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정호 이사는 “의료기사의 업무는 의사·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명확한 입장을 전달해 왔으며, 앞으로도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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