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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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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논설위원

일요일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에 여장을 한 개그맨 두 명이 나타난다. 다름 아닌 ‘정 여사’와 그 딸이다.

 

소재만 매번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몇 년 전에 구입한 물품에 하자가 있으니 바꿔달라는 것이다. 점원은 환하게 웃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쩔쩔맨다. 바꿔달라는 이유도 ‘대략난감’하다. 예를 들자면, 칫솔을 샀는데 혀를 닦을 때 너무 구역질이 난다든지 치약이 너무 맵다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다. 심지어 비키니는 너무 야하니 바꿔 달란다. 그리고는 매번 고가의 제품으로 바꿔간다. 반 강제다.

 

점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아지 인형을 들고 와서는 “브라우니 물어!” 한다. 점원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인 듯하다. 눈앞에서 이들 모녀가 빨리 사라져 주기만을 바라는 눈치다. 정 여사 특유의 억양으로 “내가 이 백화점에서 팔아준 게 얼만데! 바꿔줘!”하면 청중들은 그야말로 ‘빵’ 터진다. 점원은 웃는 낯으로 배웅을 하지만 울상이다. 이런 장면마저도 사람들은 깔깔 거리고 웃는다.

 

하지만 남들은 웃는 중에도 점원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고가의 치과 보철 치료비를 환불해 달라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치료가 잘못 됐다며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 치과에 소개해준 환자가 몇 명인데! 환불해줘!”하는 소리는 독자들께서도 한번쯤 들어 봤음직하다.

 

최근에 수원의 한 치과에서 일어난 30대 치과의사와 60대 환자 사이의 쌍방폭행 사건의 이유도 임플란트 인공치아가 변기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이었다. 어느 40대 남자가 음식점과 식품회사를 상대로 “음식물과 식품에 첨가된 이물질 때문에 이가 상했다”며 경찰에 고발하거나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총 829회에 걸쳐 6,500여만원을 갈취한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정 여사 같은 사람이 실제로 병폐처럼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스케일링 후에 이가 깨졌다, 치료하고 난 후에 이가 시리고 음식을 먹지를 못하겠다, 심지어는 직장도 못 다니고 주변사람과 대면도 못하다보니 자신의 삶이 피폐해졌다며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하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동네방네 주변에 소문내서 이 치과 망하게 하겠다”는 막말에 많은 개원의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필자의 근처에 개원하고 있는 원장도 사랑니를 발치한 한 환자가 발치 후 이유 없는 통증을 호소하더니 금전적 요구를 해왔다고 했다. 치료에 잘못이 없고, 치유도 완전하게 일어났으며,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을 객관화하기도 어려워 황당한 마음에 형사소송까지 갔더니 지레 겁먹은 환자가 “치과에 가서 이렇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누가 귀띔해줘 시키는대로 했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치과에 가서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이 무용담처럼 유출되고 있다. 악의적인 의도를 지니고 고객을 가장해 접근,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을 잡고 협박하는 이들을 가리켜 ‘블랙 컨슈머’라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이런 유형의 범죄를 법에서는 ‘사기죄’로 엄하게 다루고 있다.

 

소위 동네장사라 소문에 민감하고, 대기실에서 큰소리 나면 불리해지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란 것을 악용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금전적 요구를 하는 이들에게는 우선은 정신적·신체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이성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다. 한번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행동하려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에게는 엄정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웃어야 하는 우리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노출된 슬픈 직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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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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