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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사 설] 수요와 공급 그리고 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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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 노환규 회장이 지난 12일 대정부투쟁에 회원들의 동참을 호소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의협이 제시한 투쟁의 목표는 수가결정구조 개선, 상시 의정협의체 및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특별협의체 구성, 포괄수가제도 개선 및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등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이 내건 포퓰리즘 의료복지 공약에 일침을 가하고 의료공급자에 대한 일반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의료보건정책에 대한 거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단식투쟁의 장소를 의협회관에서 한 이유는 정부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치과의사의 증가율은 OECD 평균 1.3%의 8배가 넘는 10.8%다. 면허번호는 2012년으로 27,000번을 넘어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서울지역에만 전국 치과의 30%가 넘는 치과가 있고, 5대 광역시까지 포함하면 60% 가까운 치과가 도시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신규 개원을 하는 치과는 야간진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는 매일 야간진료를 하는 치과도 있다. 토요일도 4시나 되어야 끝난다. 대략 계산해 보아도 주당 근무 시간은 50~55시간으로 정부가 일반 근로자에게 권장하는 주당 40시간을 한참 웃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수입이 보장된 것은 아니어서 치과가 3년 내에 폐업할 확률은 30%이고, 치과의 평균 생존기간은 4.9년으로 숙박업인 여관보다 못하다.

 

치과의사 숫자는 많아지고 환자들은 각박해지다 보니 치과의사들 간의 동료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돈을 쫓아 사무장 병원에 고용돼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불법네트워크에 취직했다가 낙인이 찍혀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멀쩡한 치과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 선불로 낸 진료비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는 환자들이 공중파에 보도되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과잉진료로 같은 치과의사라는 사실이 창피할 정도인 경우도 있어서, 마음 같아서는 그 치과의사를 고발이라도 하고 싶다.

 

시장경제하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특히 의료는 수요를 무한히 늘일 수 없기에 공급을 늘이면 희소성은 줄게 되고 서비스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주당 55시간의 근무나 도시직역에 60%의 치과가 몰려 있는 것은 모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있는 치과진료에서 무엇을 적정수준 이상으로 한다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일정 수 이상의 환자를 보는 것은 양질의 진료에 필요한 시간을 포기한 것이고, 지나친 근무 시간은 우리 삶의 질을 포기하였다는 것이며, 과잉진료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양심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포기하였다면 아마도 곧 치과의사를 선택한 이유를 포기한 것이 될 것이다.

 

정부나 여론의 관심은 진료 수가에 고정돼 있다. 그들은 우리를 물만 부어도 흩어지는 모래알처럼 만만하게 생각한다. 불량의료에는 무관심하다. 우리가 그들의 우매한 요구에 맞추어 적당히 장단이나 맞춰주고 돈이나 챙긴다면 너무 구차하지 않은가? 전문가 집단인 치과의사들은 이들의 잘못된 인지를 바르게 이끌 사명이 있다. 환자를 조금만 적게 보고, 진료시간을 조금만 줄이고, 조금만 주변 치과의 눈치를 보면서 개원한다면 우리의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국민 구강건강과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위하여 스스로 엄격한 규칙을 만들고 이를 구성원 서로에게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원칙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단식이든 파업이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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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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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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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