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있는 범죄 심리분석의 프로파일러에 대한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던 중에 주인공의 와이프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는 내용이 있었다. 나아가 많은 루게릭병 환자가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 때에 자신을 정리하고 싶다면서 존엄사를 택하는 내용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존엄사를 생각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고 정서적이나 문화적으로도 성숙되어져 있지 않아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하였다. 루게릭병은 영화배우 김명민이 열연한 영화를 통해 한때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사회에 던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존엄사와 같은 의료윤리적인 접근은 부족하였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만날 기회는 좀처럼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나 영화는 우리가 생활에서 접할 수 있거나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루게릭병 환자는 멀리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좀 더 가까이 있고 치매환자는 더욱 가까이에 있다.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듯 하기에 더욱 미드에 관심이 갔다.
치매환자는 우리 주변에 참 가까이 있다. 그리고 현실 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병중에 하나이다. 이유는 우리의 가족 중에서 부모님이 치매가 진행되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선진국처럼 요양시설에 의탁하는 것이 정서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완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교적인 가족관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정서와 문화이기에 부모님의 치매가 진행된다고 하여 선뜻 요양시설로 모실 경우에 받아야하는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즉 불효라는 개념과 사상적 충돌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 부모님을 돌보아야할 자식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것에 대한 정신적, 문화적인 족쇄를 이제는 사회적으로 풀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대가족제도 하에선 많은 가족 구성원이 있었기에 그 중에 유휴노동력이 치매의 어른을 모시는 것이 가능하여 가족제도 하에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 제도이기 때문에 별도로 보살펴줄 수 있는 인원이 없기 때문에 이를 과거와 같은 정서적인 잣대로 생각하는 것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정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과 같은 형태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물론 언젠가는 그리 되겠지만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개인과 사회가 받아야할 고통은 더욱 증가한다. 얼마 전 치매인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이를 충분히 대변한다.
그리고 어느 부모라도 본인이 치매에 걸려서 자식을 알아보지도 못할 경우에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서민인 경우에는 개인이 돌보미를 고용할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서도 치매환자에 대한 대책과 지원에 대한 정책 수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육아지원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는 재정을 생각해서 모든 책임을 개개인에게 돌리고 애써 외면하는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나이어린 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여는 듯하고 천인공노할 망나니처럼 비추어질까 회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젠 우리 사회도 수용하여야 할 만큼 성숙하였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감수해야할 희생이 너무 크다. 더불어 노후 대책을 수립하는 우리 50~60대들도 이에 대한 생각과 대책을 미리 미리 자식들과 상의하여야만 우리들의 자식을 선량한 불효자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이런 정서와 사회문화 속에서는 나이든 부모를 지닌 자식들은 모두 불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부모님의 치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안과 해결방법을 국가와 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