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전국 각지에 있는 선거인단에게 투표하라는 것인가? 하지 말라는 것인가? 투표 장소를 서울 양재동 The-K서울호텔(舊 교육문화회관) 한 군데로 정하고, 시간 또한 주변 교통이 극심하게 막히는 토요일 오후 4시라니, 산고와 같은 진통을 겪은 후 만들어진 선거인단 투표율이 만에 하나 저조하게 되면 무관심한 회원들 탓이라고만 할 셈인가? 경우에 따라 결선 투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나 여러 가지 이유를 막론하더라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선거인단에게 대한치과의사협회 제29대 회장단 선거일인 4월 26일은 가혹하기만 하다.
전국 각지에서 1,481명의 선거인단이 선출되었다. 치과계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숫자이다. 협회 선거가 치러진 이래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 회원의 민심이 반영될 수 있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에 선정된 유권자들의 마음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영광스럽게도 협회장을 내 손으로 선출할 기회를 얻다니,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와 “왜 하필 내가 뽑혀서 토요일 진료도 팽개치고 그 멀리까지 가서 투표해야 하나”일 것이다. 어떠한 마음이든 그들의 마음을 탓하거나 지적할 수는 없다. 이들에게 치협 회장단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고, 생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치협 회장단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각 캠프의 선거운동원들, 투표권이 있는 201명의 치협 대의원, 그리고 11개 치과대학 동창회 임원들 정도만 선거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다. 그러나 일반 회원들은 그들의 대표자(대의원)를 투표장으로 안내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지, 선거 기간에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공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서로 엇비슷하다. 모든 후보가 국민을 잘 살게 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당선된 후에는 국정을 이끌어가는 방향이 확연히 달라지게 되어있다. 대통령을 뽑을 때에는 그러한 모습까지도 예측하고 선거를 하게 된다. 협회 선거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후보들일지라도, 당선자에 따라 협회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그 방향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가 치과의사로서의 우리의 생활과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번 선거는 각박해져 가는 치과계의 현실에 정말로 중요한 선거다. 쉽지는 않겠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과 그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 주변 인물들의 인품까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과연 어느 후보가 우리 치과계와 국민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협회장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선택하여야 한다. 비록 토요일 환자를 잠시 미루고서라도, 저 멀리 낙도에서 서울까지 꾸역꾸역 올라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내가 원하는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자. 그리고 강하게 요구하자. 앞으로는 투표를 함에 있어 나의 희생을 너무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필자는 선거 당일 투표장에 당도한 그들을 위해 승리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번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세 후보 모두 차기 총회에 직선제 상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후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부디 선거제도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여론 수렴을 통하여 회원들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