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회사는 ‘소비자를 바보 취급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바보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소비자에는 환자뿐 아니라 광고주인 의료기관도 포함된다. 광고주를 모집할 때에도 실제 나타나는 효과보다는 훨씬 부풀린 결과를 제시하며 유혹한다. 마치 사냥과 전쟁을 연관시키는 궤변과 감언이설을 쏟아 놓는다. 신규개원 치과의사들은 광고회사가 제시한 광고를 하지 않으면 곧 망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치열한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강남의 일부 개원의는 매월 1,000만원을 상회하는 광고비 지출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광고비는 환자의 주머니로부터 보충되어야 한다. 과잉진료와 부당진료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치과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결국은 광고회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특이하게도 무분별한 광고에 대한 내규를 지키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대중광고를 서로 자제하는 분회가 있다. 그 분회의 대다수 회원은 일체의 광고를 하지 않아 광고비 지출을 줄임으로써 큰 만족감을 누린다. 물론 신규 개원의들에겐 비용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있는 신문 전단지나 플래카드, 인터넷 등을 활용한 광고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약 1년 전, 개업 초기에 큰 비용을 들여 버스광고와 지하철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광고를 했던 젊은 치의가 있었다. 그의 경험담으로는 광고로 인한 환자 유치효과는 매우 미약했으며, 반짝 효과에 그칠 뿐 치과 경영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 개업하는 후배들에게는 비용이 많이 드는 쓸모없는 광고를 자제시키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모 치과전문지에서는 이 분회의 내규가 기성 치과의사의 입맛에만 맞는 내규라 규정하고 젊은 치의를 고사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신규개원의조차 일체의 광고를 금지한다면서 사실을 왜곡했다. 개원가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 치과의사와 젊은 치의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이러한 기사는 유감이다.
광고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저변에는 덤핑이 자리 잡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 70만원대의 임플란트 광고는 그 치과의 환자유치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다수의 개원의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경쟁을 부추겨 저렴한 의료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이다. 또 한 가지는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인정하고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의료광고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형 관련 의료광고를 학술지를 제외한 신문, 방송, 옥외광고물 등 전 매체에서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건수는 2008년 42건에서 지난해 130건을 기록,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법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박을 꿈꾸며 대중 광고 지출을 꾀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광고가 환자와 다른 개원의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당신의 광고가 진정 당신을 대박원장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는가? 그래도 저수가를 무기로 광고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