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로봇수술 급여화, 일차의료 전문의, 지역의대, 공공의대 등 여러 의료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공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내용은 지난 어버이날을 맞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어르신 대상 주요 공약을 설명하며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연령은 낮추고, 개수는 늘려가겠다”는 글을 올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제 선거 기간 중의 공약들은 부담스러운 청구서가 되어 새 정부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과연 치과 임플란트 관련 공약은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 치과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사실 여당이나 야당 측 모두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치과계와 국민도 찬성하고 있어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거 후 어수선한 정국의 흐름에 파묻혀 행여 시행이 미뤄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정책으로 인해 늘어나는 보험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임플란트 보장성 확대 정책을 의료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는 프란츠 리스트가 1851년에 작곡한 곡으로, 원래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에서 주제를 따와 피아노곡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형태로 완성되기까지는 약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라 캄파넬라’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을 의미하며, 이름처럼 영롱하고 빠르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멜로디를 지녔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는 달리 피아노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난해하고 도전적인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곡의 탄생은 리스트와 파가니니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1831년, 2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는 파리에서 ‘바이올린의 악마’라 불리던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이후 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3악장에서 울리는 작은 종소리를 피아노로 묘사했다. 리스트는 바이올린의 기교를 피아노 건반 위에 재현하고, 자신의 화려하고 극적인 스타일을 더해 곡의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이 곡에는 리스트의 열정과 야망, 그리고 피아노라는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녹아
임플란트는 요즈음 치과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이며, 임상에서 임플란트 주위염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실천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주로 성인 임플란트 치료를 할 때, 시작에 앞서 기초치주치료 및 치주조직의 안정성을 얻는 임상과정과 환자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매일의 임상에서 치과의사는 치은염과 치주염의 존재를 확인해 기록을 남겨야 하나, 생략하거나 빠뜨리는 이들이 있고, 충분한 환자교육이나 기초치주치료 없이 급하게 임플란트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있는 듯하다. 더욱이 환자는 상부보철이 들어가서 저작을 시작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면 환자들은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믿고 마침내 치과치료가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데, 치과의사 역시 임플란트 주위염증은 천천히 진행되는 관계로 사후관리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부족하기 쉬운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 치료가 활성화되어 일반 치과치료로서 자리를 잡은 지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플란트 주위염 관련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자가 수년 뒤에 갑자기 나타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했노라 항
1961년 판 최인훈의 ‘광장’ 서문을 읽는 지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징이 울리는 원시인의 광장으로부터 한 사회에 살면서 끝내 동료인 줄도 모르고 생활하는 현대 산업구조의 미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광장이 있다.’ ‘광장’은 중편 소설로 1960년 11월 ‘새벽’에 발표된 최인훈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원래 약 600장 정도의 분량이었으나, 이후 단행본 출간과 여러 번의 개작 과정에서 800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처음 발표한 이후로 대략 6차에 걸쳐 개작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책의 서문이 여러 개이며, 책이 새로 출간될 때마다 작가가 개작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오래전 만들어 낸 인물, 사유와 행위, 고민과 선택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것으로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현재성으로 지금 우리 속에 있는 주인공 이명준에게 끊임없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인간에게 있어서 광장은 얼마나 거대한 것이고, 한편으로 얼마나 편협해질 수 있는지를 보았다. 우리의 세상이 아무리 어둠이 짙을지라도 불편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회원 개개인이 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사단법인 단체다. 지난 제74차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지난해 제73차 총회에 이어 3명의 감사 중 별개 의견을 낸 이만규 감사의 감사보고서가 감사보고서 책자에 배제된 채 별도 인쇄물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배포됐다. 이 내용에 대해 보고도 받지 않고, 투표 여부를 사전에 공지하지도 않은 채 채택 여부를 묻는 대의원 투표로 이 의견을 ‘불채택’했다. 민법 제67조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감사는 법인의 재산상황 및 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사하고, 부정이나 불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총회 또는 주무관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민법 제67조 제4호는 제3호의 부정이나 불비에 따른 보고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총회를 소집하는 일 또한 감사의 직무로 정하고 있다. 감사의견은 감사보고서의 형태로 법인의 재무 및 운영 상태에 대한 감사의 판단을 담고 있으며, 치협 정관에서도 총회는 이를 보고받아 논의하도록 규정돼있다. 감사보고서 자체는 감사의 독립적인 판단 결과다. 총회는 이를 ‘채택’하거나 ‘거부’하는 개념보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로써 이사의 해임, 정관 변경, 또는 주무관청 보고 등의 결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 5월 20일 재외국민 투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고, 이제 사전투표가 진행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재외유권자는 총 25만8,245명으로, 지난 대선 대비 14.2% 증가하였다. 재외국민 투표가 본인의 사전신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재외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대선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리지만, 재외유권자 수의 증가는 국민들이 조용하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거를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선거철마다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들로 북적이던 도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한산한 모습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이 거리 유세를 벌이던 번화가가 이번에는 마치 선거와 무관하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다. 한때 유세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눈치 싸움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이던 곳들이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상황이다.
지난달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여전히 덤핑치과 척결문제, 불법광고 문제 등 개원가의 고민에 대한 대책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매년 단골같은 주제들이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현실적인 개원가 문제는 단 시일내에 해결이 잘 안되는 만성질환과 같기에 회원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는 문제라는 점에,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개발해 내듯이 효과 좋은 해결책이 하루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이러한 만성 현안보다 눈에 띄었던 안건이 있었다. 물론 필자만의 견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는 선거와 관련, 진일보한 제도 개선책이 통과됐다는 소식이다. 선거규정은 그동안 나름 촘촘히 규제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 부정선거에 대한 시비 논쟁으로부터 피해가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으나 큰 실효가 없었다. 이는 아무리 경고를 해도 큰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마타도어 등 부정선거운동을 근절할 수 없었다는 한계와 설혹 부정선거운동이 분명하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다 보면 소송에 휘말리고, 그러다 보면 이미 임기가 한참 지난 후이기에 이 또한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부정선거운동 문제는 직
하마평(下馬評)은 주요 관직이나 선거에 출마할 만한 인물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기에 항상 나오는 말이다. 보통 “하마평이 무성하다”라는 표현으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하마평은 정계의 개편이나 개각으로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나, 선거에서 누가 후보자로 나설 것이라는 등의 소문을 말한다. 하마평은 예전 군주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대에 왕이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절대 권력이었다. 그래서 왕이 거주하고 있는 구중궁궐이나 궁궐 사당인 종묘 등을 지날 때 여러 규칙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말을 타고 지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장소 등에는 모든 사람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도록 비석을 세워 경계를 두었는데 이를 하마비(下馬碑)라고 하였다. 하마비에서는 모두가 말에서 내려야 하므로 그 앞은 항상 많은 말과 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을 터다. 이들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다른 이와 잡담하거나 뒷담화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것이 하마비 앞에서 떠드는 말인 ‘하마평’이다. 이러한 하마평은 지금까지 이어져 관직의 이동이나 임명에 대한 소문을 의미하는 뜻으로 굳어졌다. ‘하마평이 무성하다’, ‘하마평에
진단서나 각종 진료관련 서류를 발부하면서 상병명을 기입해야 하는데, 상병명은 임상에서 사용하는 진단명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상병명은 행정 또는 법적 서류에 의해 비의료인들을 위한 분류코드를 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로 약속해 분류하고 통계를 내기 위한 것이다. 실비나 실손보험을 받기 위해서는 턱관절질환에 대해 K07.6을 기입해야 함에도 K09나 K10 분류에 ‘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해당 코드로 기입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런 요구는 하지도 말아야 하고, 그 요구로 업코딩이나 코딩을 자의적으로 한다면 그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는 결과가 된다. 진단병과 상병명의 분류가 다르긴 해도 질병코딩 원칙에 따라 코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질병사인분류를 검색버튼으로 진단명을 검색해 그 단어가 있다고 해서 코드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분류체계에 적합한 코드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그 코드를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손보험을 받기 위해 다른 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 또는 불법행위에 가깝다. 코드선택이 치과의사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분류체계의 분류원칙과 코딩원칙을 무시하는 것까지 권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종대왕은 조선 왕조 최고의 성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종 개인적으로는 며느리 복이 참 없는 편이었다. 며느리를 네 번이나 내쫓은 가족사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요즘 말로 ‘왕실 스캔들’은 당시에 신료뿐만 아니라 저잣거리 백성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지도 모른다. 1427년 세종 10년 4월 26일, 세종의 장남이자 훗날 조선의 5대 왕이 되는 세자 이향의 혼인식이 열렸다. 이날은 건국한 지 35년 된 조선 왕조와 세종에게 모두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당시 조선은 태조가 건국한 이래 정종, 태종, 세종을 거치면서 적장자에 의한 왕위 계승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었다. 조선의 건국 이념이 유교 사상인 성리학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적장자인 세자의 결혼은 전통성 있는 왕위 계승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문종실록’에 문종에 대한 평가는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라는 기록이 있을 만큼 요새 말로 공부에서 예체능까지 다방면에 뛰어난 ‘엄친아’였다. 세자 이향은 자질과 능력이 탁월했고, 태어나서부터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세자 수업을 받은 준비된 왕의 재목이었다. 이런 세자에 대한 왕실의 기대는 남달랐다. 또한, 유교 국가인 조선은 혼인을 중시했다.
제목이나 시놉시스에 이끌려 모처럼 책을 구해 펼쳤다가 도입과 전개의 지루함이나 맥락의 방황에 슬며시 책을 덮어버리는 불량독자인 필자에게 내내 읽는 재미를 주었던 책 ‘사피엔스’(2015, 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는 20대 초반에 옥스퍼드대학에서 중세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역사와 과학을 엮은 담론들을 흥미롭고 대담하게 펼치는 20여 년의 강연과 저술의 행보를 통해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석학이다. 많은 이들이 봤겠지만, 지난 3월 내한 강연에서 그는 그간의 정치·사회·문화 등의 역사에 대한 본인 특유의 거시적 직관과 통섭적 영감들 위에 이 시대의 화두인 A.I.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 다가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유튜브로 접한 강연이었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 필자에게 정말 재미난 예시가 있었다. 요는 오픈 A.I.社가 ChatGPT-4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쉽게 하지만 로봇이나 컴퓨터는 하기 힘든 시각 퍼즐, 소위 ‘보안문자인식(CAPT CHA)’ 과제를 부여했더니 인공지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바로 판단했고
‘두 교황’, 이 영화는 지난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전임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이의 실제 이야기에 기반을 둔 영화다. 두 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선 각각 ‘진보’와 ‘보수’로 성향이 전혀 달랐다. 보수적인 가톨릭 전통과 교리를 고수하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고령’을 이유로 종신 교황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가톨릭 역사상 600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교황의 선택은 사제들의 성추행 추문으로 위기를 맞고 있던 가톨릭교회를 살리기 위한 용기였다는 외부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혼자서 모든 책임을 감당하기엔 너무 늙었고, 너무 지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교황 앞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될 사람이 나타난다. 당시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이었던 베르고글리오는 베네딕토 16세와는 전혀 성향이 달랐다. 교회는 변해야 한다고 믿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는 사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때로는 부딪히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부터 정말 인간적으로 서로를 대하기 시작한다. 서로 대화하면서부터 두 사람은 누구
지난해 겨울, 난생처음 소장(訴狀)을 받았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법원에서 발송된 두툼한 등기서류에 인쇄된 ‘피고인 박용호’가 생경하게 보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동안 내 자리 하나 못해놓고 뭘 했나 자괴감도 든다. 10년 전부터 재건축 정보가 돌더니만 조합에서 영업배상 감정평가를 거친 후 퇴거 시한을 지정해 압박한다. 그 기한 내에 나가면 명도소송을 취하한다지만 불쾌함은 어쩔 수 없다. 변호사 사무장이 자기네 맡겨주면 배상액도 늘리고, 퇴거기한도 연장 가능하다고 권유해서 솔깃하기도 했다. 착수금 400만원에 기본 6개월 연장 시 성공보수 400만원이란다. 주변에 이미 철거 후 건축이 시작된 곳도 있고 군데군데 공가처리 된 상가와 출입금지 표지로 썰렁하다. 단골 환자들도 치과가 어디로 가느냐, 언제까지 하느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쿨하게 은퇴하고 봉사할까? 5년 전 출판기념회를 하며 70세까지만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절묘하게 그 시점이 재건축 돌입과 딱 맞은 것이다. 막상 내 문제로 닥치니 생각이 많아졌다. 선배들께 자문을 구하니 여행과 취미로 노는 것도 힘들고, 아직은 아까우니 좀 더 해보란다. 한 동기는 본인이라면 그만둔다고
1945년 9월 2일 일본 도쿄만 해상의 미국 전함 미주리호 선상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일본의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인 그 자리에서 맥아더 장군이 사용한 만년필은 오렌지색 ‘파커 듀오폴드’였다. 이날 함상의 녹색 테이블 위에서는 역사적인 만년필의 향연이 펼쳐진다. 먼저 일본 측 시게미쓰 마모루 외상과 우메즈 요시지로 사령관이 서명에 나섰다. 두 사람은 데스크 펜을 외면하고 만년필로 서명했다. 이어서 연합군 대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테이블 앞이 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한 움큼 꺼내더니 두 권의 항복 문서에 사인해 나갔다. 처음 사용한 두 자루는 뒤에 서 있던 미군과 영국군 장교에게 건넸다. 이어 두 개의 펜으로 추가 서명한 뒤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듀오폴드 오렌지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아내인 작가 진 맥아더가 20년 동안 사용한 펜을 빌려와 서명식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1945년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 장군이 나치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협정에 사용한 만년필도 ‘파카 51’이었다. 1990년 10월 3일 동서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그 날, 서독의
언제나 양극단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것이 이념이든 정서든 간에. 보통사람들의 생각에서 벗어난선동을 여론이라는 형태로 조작한다고 해도 곧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특별하게 집단지성을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과 양심이 적절한 시기에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양극단이 아닌 중간, 중도, 중립만이 최고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 어느편도 들지 않는 것이, 저항해야 하는 때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 이 시대 시민의자세는 아니다.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에는 그 어느 곳에선가 평형과 안정을 이루는 균형추가 필요하다. 사고의 편향을 조정해 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교사의 권위와학생의 인권에 관한 논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만일 한쪽에게 일방적인 권한을 준다면 부작용을 부를 것이다. 왕처럼 군림하는 교사의 횡포도, 수업현장에서 교육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을 방관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따르는데, 자질 없는 교사의 퇴출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처벌, 그리고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교권 확립에 방점을 두면 지금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