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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내치과 ‘디지털 치과’ 만들기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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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이 되지 않기 위해”
글/박정현 원장(보아치과)

최근 수년간 치의학계 및 개원가 그리고 치과산업계는 ‘Digital Dentistry’가 가장 큰 이슈였다.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결국 모든 시스템은 디지털로 전환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Digital Dentistry’ 기획연재를 통해 디지털 치과로의 접근에 보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에 치과 디지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원장, 도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장, 이미 디지털 치과로 변신해 잘 안착시킨 원장, 그리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원장 등 이들의 ‘디지털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 시절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과학상자라 불렸던, 납땜을 해서 라디오도 만들고 장난감 자동차도 만드는 그런 것들을 즐겨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인두를 가지고 납을 녹여 붙이고 무언가를 만들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필자는 원래 공대 지망생이었다. 대학입시 첫 해 여러 대학의 공대를 지원했으나 원하는 곳에 합격하지 못하면서 재수를 하게 됐고, 이듬해 다시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 치과대학에 지원하게 됐다. 이 중간과정은 주제에서 벗어나니 생략한다. 

 

치과대학에 들어온 후 공부는 기대했던 것 이상 의외로 재밌었다. 공부가 재밌었다기보다 치과학은 의학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만들고 디자인하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납땜하며 무언가를 만들던 기억을 되살리며…. 

 

하지만 치의학의 여러분야를 공부 하다가 치주과전문의가 됐다. 수술에 관심이 많아졌고 당시 임플란트가 일반화되는 초기였다는 점이 치주과를 택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필자는 개원을 했다. 

 

개원을 해서 열심히 진료를 하고 열심히 배워가던 중 치과에 디지털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주변의 얼리어답터 선후배들이 구강 스캐너와 밀링기, 프린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스캐너나 밀링기, 3D 프린터 등 시스템 가격은 지금보다 너무 비싸 내 치과에 도입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맘을 먹고 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임상적인 면을 떠나 신기하고 재밌어 보였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먼저 구강 스캐너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사용했던 구강 스캐너는 C사의 제품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구강 스캐너는 동영상 방식이지만 당시 C사 구강 스캐너는 한 장씩 사진을 찍어서 붙이는 방식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사용이 편하지 않았지만 신기했다. 단지 스캐너만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스캔을 해서 기공소로 보냈다. 

 

어찌 보면 인상을 떠서 보내나 스캔을 해서 보내나 사실 필자에게는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간단한 증례에서는 인상을 빨리 채득해서 보내면 되는데 스캔을 하느라 시간이 더 결려 체어타임이 길어지거나, 스캔을 하다가 실패해서 결국 인상을 뜰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어느 날 트리오스 스캐너를 보게 됐는데,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스캔을 할 때 원하는 곳에 스캐너를 고정시키고 각도 잘 맞춰서 한 장씩 찍어야 했던 것과 달리 스캐너가 구강 내를 막 지나가면서 그냥 동영상처럼 마구 찍어대는 것을 보고 트리오스3를 구매했다. 

 

스캐너를 사용하면서 디지털이라는 것에 조금씩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스캐너만 있는 것으로는 그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스캔 이후 모든 과정을 기공소에 맡겨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주변 선후배들로부터 3D프린터를 알게 되었고 큰 투자 없이 적용할 수 있었다. 3D프린터로 일단 가이드 수술을 위한 가이드 출력을 해봤고, 임시치아와 스플린트 장치를 출력해보면서 무언가 만드는 것의 재미를 조금씩 느끼게 되다보니 밀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밀링기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보철을 전공하지 않아 왠지 두려움이 컸다. 밀링기의 가격도 문제였지만 밀링기를 사기 시작하면 기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텐데 그러면 기공사도 뽑아야하고, 직접 기공을 많이 해보지 않은 필자로서는 기공사를 컨트롤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년간 고민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낸 동료 치과의사들로부터 하이니스라는 임플란트 보철 시스템을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의구심 반 궁금증 반으로 시작했는데, 직접 사용을 해보니 그 편리함이 맘에 들었다. 하이니스 시스템은 디지털에 완전히 특화된 시스템이고, 뭔가 치과 내에서 기공을 하기에도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밀링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입하기로 결정을 하니 어떤 것을 사야하는지 고민이 많아졌지만 또 다시 선후배들의 조언을 듣고 가격, 편의성, A/S 등 여러 가지를 고민 끝에 케어덴트의 ‘CSmill 5X’를 구입했다. 밀링기에 건식과 습식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간단하게 시작해보기로 했고 건식 밀링기만 구입했다. 처음에는 지르코니아만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스스로 내 기공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한 환자의 스캔을 기공소에도 보내고 같은 케이스를 직접 해봤다. 기공물을 직접 만들었다가 잘 안 맞아 계속 리메이크가 나게 되면 환자에게 너무 불편감을 줄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직접 기공물을 직접 만들어 보았더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잘 맞았다. 이제는 지르코니아를 기공소에 보내지 않고 직접 만들게 됐다. 

 

밀링기를 구입한지 1년 정도 됐다. 현재는 지르코니아 기공을 혼자서 직접 한다. 선배들이 절대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다 보니 “뭐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공 물량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자주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기공 시간도 빨라졌다. 하지만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기공작업이 몰리는 주에는 주말에 나와서 작업을 해야 하기도 했다. 

 

다음 단계로 고민되는 것이 인레이 기공이다. 물론 건식 밀링기를 가지고 하이브리드 레진블럭을 사용하면 인레이를 할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맥스 인레이를 좋아하고 프레싱 방식을 선호한다. 결국 밀링기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프레싱을 하려면 기공소에서도 모델을 만들기 때문에 굳이 스캔을 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은 무언가를 편하고 더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지 단지 디지털을 하기 위해 디지털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레이의 경우 스캔을 하는 것이 장점이 없다고 판단해 모두 인상채득을 하고 있다. 이맥스 인레이를 기공소에 의뢰하면 어차피 기공소에서 모델작업을 하기 때문에 인상을 떠서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치과에 기공사를 고용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얼마 전 구인광고도 내고 면접도 봤다. 그런데 경험이 없는 기공사를 뽑아서 처음부터 가르치면서 하는 게 좋을지 경험이 많은 기공사를 뽑아서 다 맡기는 것이 나은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선후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되고 있지만 결국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밀링기를 구입한 것은 작년에 했던 일 중 매우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공을 직접 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급한 환자를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좋다. 물론 내가 직접 하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밀링기를 사용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밀링기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좀 어렵지만 만족하고 잘 사용하고 있다.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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