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들이 꽉 들어찬 강연장. 연자의 슬라이드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곳곳에서 울리는 셔터소리. 흡사 유명 연예인 공연장을 보는 듯하다. 너도나도 들고 있는 휴대폰은 기본, DSLR까지 다양하고, 사진촬영은 물론 장시간 동영상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장의 모습이다. 강연시간 내내 “찰칵 찰칵”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연자는 “촬영은 안된다”는 단호한 말보다는 “환자 얼굴이 나오는 슬라이드는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몰래 작동 중인 카메라도 적지 않았다.
강연을 마친 연자는 “강연내용을 개인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실상 유쾌한 일은 아니다”면서 “연자 개인의 학술적 성과일 수 있고, 환자 개인정보보호 등의 의무가 강화되면서 슬라이드에 등장하는 환자의 동의는 받았다 하더라도 유출은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강연에서는 너도나도 스마트폰 촬영이 일반화되다 보니 규제하고 막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강연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어 가급적 자제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내용을 메모하는 것보다는 사진으로 촬영해두는 것이 편한 것은 강연장 청중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통적인 의견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요즘은 펜으로 쓰는 것보다는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더 간편하고 생활에서 익숙하게 쓰이다 보니 중요한 장면은 카메라로 저장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가끔은 어느 순간 수십번의 촬영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걸 보고 무슨 일인가 되돌아 볼 때도 있을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