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6℃
  • 흐림강릉 15.6℃
  • 서울 8.8℃
  • 박무대전 11.9℃
  • 연무대구 13.8℃
  • 구름조금울산 18.3℃
  • 박무광주 14.7℃
  • 구름많음부산 18.2℃
  • 흐림고창 10.3℃
  • 흐림제주 17.0℃
  • 흐림강화 8.1℃
  • 흐림보은 7.3℃
  • 흐림금산 12.8℃
  • 흐림강진군 15.8℃
  • 맑음경주시 18.5℃
  • 구름많음거제 15.6℃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장보고(張保皐)의 자취를 찾아서

URL복사

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2년 4월, 서해안 라이딩을 끝내고, 남해로 눈을 돌렸다. 그 첫 번째 질주가 장보고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완도 청해진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역사책을 통해서만 접해왔던 장보고의 기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4월 28일 새벽 5시, 9명의 바이콜릭스 대원은 밴에 9대의 자전거를 싣고 남으로 달렸다. 해남반도에서 남창교를 건너 달도로 들어간 후, 다시 완도대교를 건너 완도에 들어갔다. 밴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완도의 서쪽해안을 따라 달린다. 군외천을 따라 신학저수지를 동무하고 달리니 완도 수목원이 보인다. 잘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오프로드(비포장도로) 라이딩에 들어간다.

 

비포장 풀밭 길을 따라 달리는 수목원 크로스컨트리 라이딩은 처음부터 비오 듯 땀이 흐르게 만들었다. 고글을 벗어버리고 산림박물관을 지나 전망대로 오른다. 멀리 백운봉(570m)이 보인다. 이어 내리꽂는 다운힐 경사 10%! 시속 30㎞의 총알 다운힐 라이딩이다.

 

수목원을 나와 완도 서쪽의 해안도로를 달린다. 김 양식장이 즐비한 완도읍을 우회해 청해진 유적지인 장도로 들어간다. 장도는 180m 길이의 무지개형 다리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청해진 유적지이다.

 

청해진은 828년 통일신라 흥덕왕 3년에 설치되었다가 851년 문성왕13년에 철폐되었다. 완도는 신라와 당, 그리고 일본을 잇는 해상교통요지였다. 당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교통로는 △중국 산동반도와 서해안 요동을 돌아 압록강으로 들어가는 항로 △산동반도에서 서해를 가로질러 강화도 덕물도로 가는 항로 △중국 양자강하구의 명주와 산동성 등주에서 흑산도 근해의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도달하는 3개의 항로가 있었다고 한다.

이중 첫째는 발해와의 교통로였고, 둘째, 셋째가 신라인이 많이 이용하던 항구였다. 특히 셋째는 중국, 한국, 일본을 잇은 가장 중요한 해상로였다. 완도는 이 세 번째 항로에서 길목이 되는 위치에 있다.

 

젊은 시절 당나라에 건너가 생활하는 동안 국제무역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장보고는 완도의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해군기지이자 무역거점이 될 수 있는 청해진을 건설하였는데, 그곳이 지금의 장좌리와 죽청리 일대로 생각된다. 3면의 조망이 탁 트였고, 수심이 깊어 선박을 대기가 쉽다. 태풍도 피할 수 있는 자연적 요새이기도 하다.

 

청해진 군영의 본거지는 완도읍 장좌리 앞바다의 장군섬, 장도(將島)였다. 마치 전복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섬 중앙에는 망루가 있어 멀리 남해안, 강진, 해남을 지나 당나라 산동반도로 출입하는 해로를 감시할 수 있었다.

 

장군섬의 둘레에는 10㎝간격의 수많은 목책을 박아 외부선박의 접근을 막도록 하였으며 장군섬 자체는 내성과 외성의 3중 축성으로 방어력을 높였다고 한다. 청해진 건설은 장보고가 왕의 승인 하에 지방주민을 규합하여 만든 조직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장보고 개인의 독자성이 강했고 대사(大使)라는 직함도 신라에는 없는 별도의 것이었다. 청해진을 거점으로 장보고는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권을 장악한 뒤 국제무역을 발달시켰다.

그 후 많은 인재들이 청해진으로 모여들어 1만명 이상의 군사를 거느린 무력집단을 이루었고 무역선단을 소유한 독자적 지방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838년 희강왕이 피살되고, 민애왕이 즉위하자 청해진에 있던 김우림 일파가 장보고 부대의 지원을 받아 경주로 진격하여 신무왕을 즉위시키고 난 후 장보고 세력은 더욱 커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중앙귀족들이 846년 염장을 보내 장보고를 암살하였다고 한다. 그 후 청해진 주민이 강제 이주당하면서 무역거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장도로 들어가니 20m 높이의 판축토성이 우리 앞을 막는다. 좁은 성문을 통해 들어가니 사방에 망루가 있고, 성문 위에도 망루가 있었다. 망루에서 보니,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상요충지로서 최적지라는 것을 문외한인 필자도 알 수 있었다.

 

섬 중앙에는 우물터도 있어 장기간 수성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고, 직경 1m에 달하는 맷돌도 있었다. 1만명에 달하는 수비군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갈았다는 흔적이다. 당시 청해진의 기세가 당당했는지는 발굴된 기와와 토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완도 장화리 뒤쪽 상황봉 기슭에 다섯 계단의 큰 건물이 여러 채 있었다는 것으로 봐서 완도와 장군섬을 망라한 주변 일대가 모두 청해진의 세력권이었던 것 같다. 장도 내부는 경사 10% 이상으로 끙끙대며 성을 오른다. 다리의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장도내부에서 성루를 오르는데 18%의 기가 질린 경사가 나타났다.

 

죽을 힘을 다해 망루에 올라서니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보고의 탁월한 위치선정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좁은 토성위에 난 풀밭 길을 달리며 성벽을 한 바퀴 돌았다. 이렇게 훌륭한 청해진을 건설하고 해상무역을 호령하며 신라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장보고가 그처럼 허무하게 암살을 당하고, 청해진도 그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

명심보감에 ‘득총사욕, 거안려위(得寵思辱, 居安廬危)’란 말이 있다. 사랑을 받을 때는 욕됨을 생각하고 편히 살 때는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장보고 장군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각종 쿠데타에 가담하여 세력이 커지자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위협이 함께 따라온다.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이란 말도 있다. 바닷물은 마르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부하인 염장에게 암살당한 장보고는 죽는 순간까지도 염장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장도를 돌아보고 우리는 장보고 기념관에 들렀다. 장보고 대사의 유적, 법화사지, 장도 청해진 유적 등을 본 우리는 청해진의 실체와 장보고 장군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밤 꿈에는 장보고 장군을 만날 수 있으려나…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