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1 (토)

  • 맑음동두천 -10.4℃
  • 맑음강릉 -2.7℃
  • 맑음서울 -8.6℃
  • 맑음대전 -7.0℃
  • 구름조금대구 -3.2℃
  • 구름조금울산 -2.2℃
  • 구름조금광주 -4.3℃
  • 구름조금부산 -0.9℃
  • 구름많음고창 -4.9℃
  • 구름조금제주 3.3℃
  • 맑음강화 -7.2℃
  • 맑음보은 -10.6℃
  • 맑음금산 -9.1℃
  • 구름많음강진군 -1.5℃
  • 구름조금경주시 -2.0℃
  • 구름많음거제 0.2℃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부친의 이장과 함석태 선생의 표지석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7년 전 현충원으로 부친의 이장을 결심한 것은 부친의 메모집을 접하고서였다. 영어교사 시절, 익숙한 검정표지의 학생들 개인생활기록부에 만년필로 출생부터 상벌사항이 한자로 촘촘히 기록되어 있었다. 검단에 있었던 황해도민묘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개사육장으로 소란스러워질 무렵이었다. 국가유공자 대상여부를 알아보라는 모친의 당부가 있었다. 이제 와서 국가유공자라니…

 

하지만 그 순간 머리에 반짝 섬광이 스쳤다. 부친메모 중 6·25 전쟁 중 대위로 화랑무공훈장 수여기록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일 년 여간 국방부와 보훈처에 통화·서신도 수차례 왕래하고 집사람도 서류접수로 발품을 팔고, 컴퓨터와 씨름했다. 기록된 군번과 메모를 근거로 까마득하게 잊혀졌던 훈장을 되찾고 무공수훈자 대상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전적지에서 전사한 국군의 유골을 획득하여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는 심정이었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한창 진료 중이었는데 국방부 정훈장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친이 수훈대상자로 인정된 것을 축하드린다고, 왜 이제야 신청하느냐고, 훈장은 사단장이 직접 수여하든가 우편으로 우송해드리겠다고 했다. 내가 부모께 할 일을 했구나, 잔잔한 감격이 밀려왔다.

 

부친이 보성전문 법과(고려법대)를 졸업한 것은 1943년 중일전쟁 막바지였다. 해주지방법원에 근무하던 부친은 특별학도병으로 입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생사와 운명이 걸린 일. 동원직원들의 재촉에 집에도 소식을 끊고 숨어 다니길 한 달 여, 형사들이 매일 찾아와 식구들을 괴롭혔다. 결국 식구들의 고초를 감당하기 어려워 입대하고 만다. 연안읍 역전에서 성대한 출정식 후 평양에서 4주 훈련 후 일본군 소위로 임관되어 만주전선으로 투입된다.

 

지금도 어려서 부친께 들은 이야기가 생생하다. 새벽에 기상하면 영하 20도의 추위에도 오십대의 일본인 군무원이 따뜻한 세숫물과 수건을 딱 받쳐 들고, 당번병이 장검과 권총요대를 채워주었다. 말 타고 장시간 산악지대를 행군하다가 졸아서 굴러 떨어져 죽을 뻔 했던 일. 민간인들 살육장면을 수없이 목격했던 일. 해방 후 4개 월 만에 천신만고 끝 귀국하였는데 악몽과 전쟁후증후군으로 한동안 시달렸다. 한편의 드라마였다. 

 

지난 추석,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었더니 “할아버지가 친일이었던 셈이네요~” 그 소리에 아무리 아들이라도 가족사 인식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시끄러운데, 아들도 좌편향 교육을 받은 감이 느껴진다. 반일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필자는 어려서 역사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부친 전력을 누구에게 떳떳이 밝히기가 꺼려졌다. 왜 일본군 장교였느냐는 질문은 묵시적·본능적으로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 같은 것이었다. 당시 일본군 중위였던 박정희 대통령과 부친이 동일 소속부대 장교일원과 촬영한 사진이 있는데, 난 어린 마음에도 자랑보다는 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지금에 와서야 불가피했던 당시의 상황들이 공감되고 체험적 인지가 된다. “그때 할아버지가 지금 너보다 훨씬 어린 이십대 초반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않겠니? 중일전쟁, 6·25 두 전쟁에 참전해 용케 살아 남으셔서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이라는 천상 설교조에 아들이 수긍했다.

 

시야를 넓혀 우리의 직업적 대부인 함석태 선생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그는 일본치전 출신으로 정식교육을 받은 치과개원의 1호이다. 좌편향의 계급사관 입장에서 보면 그는 부르주아 출신에 일본유학 자체가 친일이고 종로에서 부유층만을 치료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총독을 저격했던 우국지사 강우규의 손녀를 양녀로 키웠으며(이런 배포와 경제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화재 수집의 활동과 일가견은 현재 고미술 관계자에게도 알려져 있으며, 한성치과의사회 초대회장으로 후진에 기여했다.

 

얼마 전 서울지부 회사편찬위원회 일원으로서 함석태 선생의 손자인 함각 선생을 조우한 적이 있는데 그도 연로하여 실증적 메모와 기억이 미미했지만 세부적인 사실들을 재확인했다. 동네 아마추어 역사가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취합해 동행했었다. 그의 최초 개업지 표지석 설치는 곧 우리의 역사다. 치과의학사는 정치사로 점철된 큰 줄기가 아니므로 좌우파 논쟁에서도 자유롭다. 역사교과서에 지석영이나 장영실 같이 한 줄만 언급되어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역사가 없는 현재는 없으며 구강보건에 기여한 선생의 역사 일호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함석태선생개원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들의 활약과 서울지부 회장의 정치력을 기대해 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6년 1분기 미국 장기국채 자산배분 전략

미국 장기국채는 2024년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장기간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정점 구간을 통과한 이후에도 장기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지 않았고, 금리 인하 국면임에도 일정 범위 안에서 횡보와 수렴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환경이 구조적으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6년 1분기 현재, 미국 장기국채를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과거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하던 시점인 2019년, 미국 장기국채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당시에는 경기 침체나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장기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상관관계가 비교적 명확했다.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을 때 장기국채 수익이 이를 보완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 장기국채의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판단해, 동일한 전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수년 전부터 분명히 해 왔다. 본 칼럼은 미국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