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1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아! 선생님, 이(齒)를 해드려야 할텐데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5년 전 어떻게 아시고 중1 때 영어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호마이카 선생님. 노총각 대머리가 가구처럼 빛나 붙은 별명이었다. 교장을 끝으로 퇴직하셨다. 70대 중반 왜소하지만 단단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부천에서 승용차를 몰고 오셨단다. 끝의 어금니가 한 개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곤 건강한 편이라 다시 한 번 놀랐다. 마모증 치료와 치석제거를 하고 주소인 동요치는 그냥 더 사용하시도록 권유했다.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독특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몸짓으로 연신 몽둥이를 휘두르며 발음 고저와 강약을 지도했다. 영어 한 과가 끝나면 무조건 외워야 했다. 공포의 암기검사 날이면 회초리를 들고 단체 암송을 시킨 후 교실을 누볐다. 입모양 보고 버벅대는 학생들에게 여지없이 머리통을 내리쳤다. 학기 말에는 책거리로 영어 암송대회가 열렸다.

그는 ‘개념 있는’ 선생님이었다. 중2 여름방학, 만리포로 단체 해양훈련을 갔다. 저녁 백사장에서 급조된 긴 상을 깔고 식사 중이었다. 그때 걸인이 나타났다.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시커먼 인영이 우뚝 섰으므로 모두들 멈칫 놀랐다. 무슨 깽판을 칠까 두려웠다. 가까이 있던 애들은 질려서 일어나 물러섰다. 치렁치렁한 새까만 군복, 턱수염에 무표정한 험상궂은 모습, 어깨 망태에 둘러맨 가재도구들. 소란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선생님이 일어서며 단호하게 지시했다. “할아버지, 이리 앉으세요. 아주머니, 여기 한상 차려 드리세요.” 잠시 후 식사가 나왔는데 수저와 젓가락이 없었다. 각자 지참했기 때문이었다. “다 먹은 사람 빌려드려” 불호령에 서로 눈치를 보다 한 애가 쭈뼛거리며 내밀었다. 몇 끼 굶은 행색이었지만 노인은 정좌하고 당당히 먹었다. 다들 묵묵히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석양이 그를 감싸고, 음식의 숭고함이 빈부와 무례를 넘어 그의 얼굴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웬지 숙연해지고 선생님의 대처가 멋있어 보였다.

선생님께 점심을 모셨다. “제가 치과의사 된 것은 영어기초를 잘 닦아준 스승 덕분입니다” 흡족하셨는지 덕담을 하셨다. “인생 살다보면 누구나 세 가지 만남이 중요하다. 부모와 스승, 그리고 배우자인데 부모는 내 의지로 안 되니 결국 두 사람이 제일 소중하다”고. 맞습니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그대 앞에선 제자였다.

선생님은 연례행사로 찾아오셨다. 사모님을 동반하시기도 하고 당신이 데뷔한 수필집을 주기도 하셨다. 하루는 구강검사차 집 근처 다른 치과에 들르셨다며 방사선 영상을 스마트폰에 담아 오셨다.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동요치에 대한 걱정을 하셨다. 임플란트와 브릿지 보철에 대한 지식을 잔뜩 주입받은 듯 했다. “급한 것 아니니 그리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발치만 하고 그냥 지내셔도 됩니다”, “그래도 해야지. 임플란트는 무서워 못하니 보철로 해주시게. 진료비는 염려 말고 다 받아” 과거 대학에서도 엄연히 했던 시술방법이지만 사실 익스텐션 브릿지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치아삭제의 힘듦, 임플란트 미시술의 미안함, 경제적 부담 등. 한번 세뇌된 부정적인 후유증에 대한 노파심은 어떤 설명에도 납득을 못하신다. 연세 드시면 치아 24개로도 충분하니 그냥 놔두시라고 했다.

임플란트 2개 보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깜짝 선물 공약으로 시작됐다. 너무 처음부터 큰 선물을 주어 국민의 공짜복지 근성만 키웠다. 그러나 전신건강 악화, 골부족, 불안·우울증으로 적용 못 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경우 비귀금속 고정성 보철이 적절하건만 방도가 없다. 고급보철은 보험이 되고 저급보철은 보험이 안 되니 이런 딜레마가 없다. 이제 급여순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합금보철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비용이 따로 들것도 없다. 임플란트 2개 대신 합금보철 6개도 선택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협회가 임플란트 4개  확대 노력보다는 이게 더 현실적이고 형평성 차원에서도 급박하다. 필자의 선생님에 대한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보험이 되면 부담감 덜고 선생님 이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케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65세 이상에 한해 생각할 과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2분기 미국 장기 국채 TLT 자산배분 전략

필자는 연준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바탕으로 한 금리 사이클을 기준으로 주기적 자산배분 투자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이후의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사이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산배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전자산 중 하나가 미국 국채다.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국채는 전통적으로 경기침체에 대비해 위험자산의 리스크를 헤지(hedge)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국 장기 국채 ETF 중 하나인 TLT(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는 과거 금리 사이클에서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헤지 전략에서 큰 역할을 했고,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ETF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5년 2분기 기준으로 미국 국채, 특히 TLT를 활용한 자산배분 전략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금리 사이클과 자산배분 전략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을 활용하면 기준금리의 상승과 하락 국면에서 어떤 자산군이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다. 2023년 7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한 이후, A → B → C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