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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코로나 블루와 자기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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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할 이야기가 코로나밖에 없나 싶으면서도, 지금 당장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어서 또 하게 된다.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이들이 잘 못 들어봤을 ‘자기-돌봄’을 배우는 기회라 생각하고 들어보면 좋겠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와 우울(blue, 블루)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의미한다. 코로나19보다 더 전염력이 높은 것이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다. 불면, 우울감, 피로, 긴장 등 필자 역시 겪었던 증상들과 기억력 저하, 지남력 상실(시간 또는 공간 개념을 잃어버리는 현상), 환청, 공격적 분노 폭발 등 심각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병원에는 코로나 선별 진료소에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고 온 사람도 있다. 열이 나고 몸이 아픈 것 같아서 진료소에 뛰어갔는데, 초창기로 검사가 지금만큼 보편화되지 않아서 실제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거절을 당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진료소를 찾아간 그 사람은 마침내 “선생님,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진료를 받으실 곳은 여기가 아니라 신경정신과인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아직 정식 질환은 아니지만,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지속되면 기존 정신과 질환들의 재발과 악화에 관여하게 되고, 내과적인 병 등 다른 질환들의 관리에도 소홀해지게 되어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어 문제다.

 

백신이 개발되어서 곧 잡힐 것 같으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환자 수를 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스크를 쓴 채 이런 저런 제한을 받는 생활을 영원히 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떠올리게 되는 글이 있다.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압도적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책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글이다.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 중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에 이만큼 적절한 이야기도 없을 듯 싶어 재인용해 보았다. 코로나19로 휙 날아가 버리다시피 한 2020년의 모든 일들은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일이다. 참 아쉽게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은 또 따로 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누리던 것들을 포기하는 일이라든가, 답답하고 힘들지만 마스크 꼭꼭 챙겨 쓰고 다니는 일은 뜨거웠던 한여름엔 용기까지 필요했던 게 맞다.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하다가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어떤 이의 바이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꼭 필요한 비행이라 짐가방 싸들고 공항까지 나가서 귀찮은 모든 과정 다 겪은 뒤 탑승했던 걸 텐데, 출동한 경찰의 안내로 내려야 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용기를 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에는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신체적,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두 현실적 스트레스 상황에 기인한다. 이것이 첫 번째 화살이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그 상황에 대한 내면의 반응으로) 불안, 공포, 짜증, 혐오 등 부정적 감정과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두 번째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자기-돌봄’이다. 돌봄이라는 말은 익숙할 것이다. 대개 어린이를 돌보거나 병약하신 분들을 돌본다는 맥락으로 알던 분들에게 ‘나를 돌보세요!’라는 말은 낯설게 들리기 쉽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다른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법.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내가 나를 챙겨주는 것이 정신건강 관리의 시작이다.

 

그럼 나는 나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건물을 지을 때 기초 공사가 중요하듯, 우리 삶을 세울 때에도 기초 공사가 중요하다. 우리 삶의 기초 공사는 ‘먹고 자기’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잠 안 자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잠을 자야만 다른 일상이 잘 굴러간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식사와 잠을 챙기길 권한다. 인생에 있어서는 굵고 짧은 것보다 가늘고 긴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사실 필자가 그렇다) 더더욱 식사와 잠을 챙기길 부탁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흔한 병인 ‘주요우울증’을 진단할 때, 정신과 의사들은 9개의 진단 기준 가운데 5개 이상 해당하는지 점검을 한다. 그냥 좀 우울한 것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한다면 우울증 진단을 안 받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울증이라는 병명답게 진단기준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은 우울함과 재미없음이다. 그 다음 항목은 뭘까? 촉이 예민한 독자들이라면 짐작했을 것이다. 먹고 자는 것에 대한 점검이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을 차지한다. 평상시대로 잘 먹는지, 혹시 입맛을 잃어 체중까지 빠지거나 거꾸로 너무 먹어 체중이 늘어나는지? 평상시대로 잘 자는지, 혹시 잠을 못 이루어 힘들거나 거꾸로 너무 많이 자서 일상이 흔들릴 정도인지? 그만큼 먹고 자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챙기면 좋은 것은 ‘항상 반복되는 일정한 그 무엇’이다. 우리 뇌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규칙적이고도 꾸준한 상태를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성향도 동시에 갖고 있다. 나가서 신나게 노는 것도 필요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내 방에서 안락하게 잠을 자야만 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이 지금 놓인 장소는 어디인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든, 중무장을 하고 출근을 하는 경우든, 여타 치과의사들처럼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진료실에 임하는 경우든, 내가 늘 해와서 익숙한 삶의 한 토막을 지금의 삶에 유지하도록 노력해 보자. 아, 역시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라든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세수하는 거라든가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늘 듣던 출근길 음악이 있으면 거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점심시간에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아가기 어렵다면 그 식당에서 요새 트렌드답게 포장해 먹는 것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 관리를 위해 챙겨야 할 것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생각해 보자. 이것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동안 더 행복해지는 건 나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기쁨이 그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되, 그들을 위해서 챙긴다고 생각하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챙긴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막상 챙김을 받는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였든 상관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힘들어지는 이 시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복이 모여 우리가 있는 이곳이 다 같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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