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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과유불급(過猶不及)’ 의료인면허취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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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논설위원

논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나온다. 흔히 우리는 ‘지나친 것은 오히려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라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잘못 쓰이는 이유는 유(猶)자를 ‘오히려’라는 말로 이해하다 보니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유(猶)자는 드물게 ’똑같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때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이 사자성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건 3대 개혁은 노동, 연금, 교육개혁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 것이 의료개혁이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이고 매 정권마다 피해왔던 과제다. 그 궂은 개혁의 과제를 굳이 이 정권에서 모두 이뤄보겠다고 하는 각오는 국민을 위한 애민정신이 없으면 감히 입밖에도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권이 단순하게 인기주의에 영합하고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면 절대 나서려 하지 못한다.

 

그러나 개혁의 길은 상당히 힘들고 험난한 여정이다. 때로는 실패로, 때로는 성공적으로 결론을 맺어 왔지만, 일단 성공할 경우 기존 시스템을 바꿔놓으며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아울러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사명감으로 어느 정권이나 개혁을 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변혁과 크고 작은 의료제도 및 정책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의료인 증원 문제지만, 실질적인 의료개혁은 이미 1년 전에 있었다고 본다. 의료인면허취소법 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의료인면허취소법은 2021년 2월 문재인 정권 당시 여당에 의해 발의된 법이다. 법안 발표에 의료계 전체가 반발하자 코로나 사태가 당시 심각한 상태에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잠시 유보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지난해 4월 27일 다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박태근 회장은 법률안이 국회서 통과되기 바로 전인 지난해 3월 국회 앞에서 삭발단식 투쟁도 불사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그해 5월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2차 단식투쟁을 벌였고 치협 임원들도 합세해서 릴레이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현 정권은 의료계가 함께 반대했던 간호단독법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의료인면허취소법은 통과시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의료인들을 옥죄는 법안이나 제도는 수없이 있었다. 그러나 의료인면허취소법은 이전에 의료인을 옥죄는 법이나 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의료인이라면 어느 법으로나 금고 이상 실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기에 언젠가 사소한 부주의로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부담을 넘어 공포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정부는 이 법이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과 형평성을 맞춘 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 근거는 ‘행정 기본법’에 있는데 현행 행정 기본법 제16조 2항에는 자격 부여 등에 대한 결격 사유 기준으로 △규정의 필요성이 분명할 것 △필요한 항목만 최소한으로 규정할 것 △대상이 되는 자격, 신분, 영업 또는 사업 등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을 것 △유사한 다른 제도와 균형을 이룰 것 등의 조건이 규정돼 있다.

 

정부는 ‘유사한 다른 제도와 균형을 이룰 것’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의료인 단체들은 ‘규정의 필요성이 분명할 것’, ‘필요한 항목만 최소한으로 규정할 것’, ‘대상이 되는 자격, 신분, 영업 또는 사업 등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을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 기본법에 따르면 의료인들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호법, 병원급 이상은 산업안전보호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의료관련법으로만 제재받는 것이 옳다. 이것이 행정기본법의 결격 사유의 기준에 부합하다. 정부나 일부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유사한 다른 제도와 균형을 이룰 것’은 이미 과도한 제재를 받고 있는 다른 직종의 족쇄를 풀어주면 되는 일이다. 애초에 헌법에 보장된 직업자유에 대해 침해를 당하고 있는 다른 직종에 대한 불합리한 제재를 합법화한 다음 의료인도 똑같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행정기본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난 8월 국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보건복지위)은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를 의료관련 법률 위반 외에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등으로 국한시키는 수정법률안을 발의했고, 다른 의원들도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인 단체들도 이 법을 저지하면서 살인, 강도 등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자 등에 대해 국한하는 것은 찬성해 왔던 터다.

 

이 개정법률안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현행 의료인면허취소법은 그야말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실이다. 법이 지녀야 할 자세는 형평성과 공정함이다. 잘못된 기준에 맞춰 형평성을 논하는 자체가 비형평성이다. 법이 지녀야 할 또 하나의 자세는 중용이다. 어느 집단이 밉다고, 어느 개인이 밉다고 법의 잣대를 고쳐서는 안된다. 과한 것은 부족함과 같다는 공자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법을 제정하는데 있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 이제 지난 1년간 과유불급(過猶不及)했던 의료인면허취소법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차례다. 우리나라에 법 정신이 살아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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