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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세 달 놀다가, 이전 개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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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전쟁영화 ‘퓨리’가 인기였다. 2차대전 중 미군과 독일군의 전차전 영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전차대장 부사관 ‘워대디’는 신병을 포함한 5명의 전차부대원으로 적진에 투입되어 고군분투한다. 수차례 격전 끝에 전차는 파괴되고 대원들은 탈진했는데, 독일군 1개 대대와 맞닥뜨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너희라도 산으로 도망가서 살라”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라며(이 대사에 울컥한다) 홀로 전차에 남으려는 대장. 부대원들이 감복하고 모두들 자진 합류하여 양주를 나눠 마신 후 밤새 처절한 일전을 치른다. 결국, 신병만 살아남아 이튿날 미군 지원군에 구조된다.

 

치과 건물 재건축으로 세 달을 놀았다. 평소 70이 되면 은퇴를 생각했고 가족들도 동의했으므로 쉬면 좋을 줄 알았다. 일 할만큼 했고 더 일할 당위성도 없었다. 은퇴 배수진을 치고 공직도 응시해봤으므로 떨어져도 미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놀아보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은퇴가 빨리 도래할 줄 몰랐고 막상 할 것이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었다. 울고 가던 단골 환자가 마음에 걸렸다. 때마침 말이 오가던 부동산 사무실에서 낮은 가격으로 새 건물에 임대 자리를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번복과 이전 개원 작업은 기대와 고통의 연속이었다.

 

세 달 쉬는 중에 버킷 리스트를 하나 달성했다. 만주벌판과 백두산을 다녀온 일이었다.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으면서도 다른 선행지에 밀려있던 곳이었다. 만주는 일본 관동군 장교로 복무하던 부친에 대한 연민이 서린 곳이기도 하고, 고구려 유적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정작 가보니 독립군 영화에서 보듯, 말 타고 다니던 드넓은 산하가 아니었다. 양옆 광대한 옥수수밭을 끼고 7~8시간을 달리는 망망 고속도로로 점철된 평야였다.

 

백두산은 한민족의 성지가 아니라 중국의 국립공원 느낌이었다. 가을 설악산 외설악 인파 정도로 중국인이 넘쳐났다. 거기선 장백산으로(세계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자기네 산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만 우리 산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북파, 서파, 남파 코스가 다 중국 측이고, 동파만이 북한에서 접근 가능하다. 북파에서 본 천지는 생각보다 광활하고 깊어 보이며, 청빛이 찬란했다. 가히 단군신화와 애국가의 표상감이다.

 

신의주가 보이는 압록강 단교(斷橋)에 가면 중국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항미원조(抗美援朝)에서 승리했다는 전과를 강조한 위압적인 청동부각이 인상적이다. 역사해석은 자국 이익에 따라 편집되기 마련이다. 중국이 한국전쟁의 원흉이란 우리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집안시의 거대한 광개토대왕릉비는 따로 유리문으로 가려져 보관 중이다. 과거의 역사와 영화가 사료로만 남아 무상함을 주지만 새삼 문자의 힘을 느낀다. 그 아들 묘인 장수왕릉은 동방의 피라미드답게 웅장하다. 과거 만주대륙까지 지배하던 고구려에 대한 미련이 현재 핵무기를 지닌 북한에 대한 일부 종북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 환상으로 전이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고구려의 영토 확장 DNA는 6.25 때 탈북 피난민을 따라 남한으로 이주했다.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K-한류의 원천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핵무기가 없으므로 비균형적 고립감을 인지하고 국방 열등감을 우려한다. 최근의 잇따른 군인 기강해이 사고를 접하면 한심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찬란한 문화와 민주정을 시작했지만 스파르타에 당했던 그리스, 미국과 한국이 도와줬지만 패망한 남베트남,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납하고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작지만 강한 이스라엘의 결기를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전문직으로서 국가안보를 위해 도울 일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귀국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전 개원을 하고 나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영화 대사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를 흉내 낸 셈이다. 찾아주는 단골 환자들과 축하해준 동료, 친구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후배들도 건강하게 오래 개원하기를 바라며 선배 중에 ‘100세’ 현역 개원의도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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