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과전문지를 보면 협회장 선거제도에 대한 기사가 자주 게재된다. 전문의제도와 관련한 문제를 간선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분회장도 있고, 모 치과대학동창회의 차기 협회장선거 출마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보면서 직선제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이들도 많다.
직선제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대단하였던지 지난 12월 칼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후에는 120여 명의 치과의사들이 모여 직선제를 위한 연합을 결성하고 결의대회를 하였다. 이 연합의 대표를 맡은 치과의사는 직선제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삭발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연합은 최근 여러 치과전문지에 광고를 내면서 직선제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대의원제도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의협이나 한의협에서 회장 직선제로 콩가루 집안이 된 반면,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간호사협회는 오히려 응집력이 좋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사실 직선제이든 선거인단제이든 혹은 대의원제이든 모든 선거제도는 정치적인 행위이다.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는 좀 더 유리하고 다른 누구에게는 아닐 수 있다. 방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방법을 찾기 마련이고, 반대 세력은 반대의 결과가 나올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직선제든 간선제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떤 제도든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현행 대의원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의원들이 각 지부나 분회에서 일반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대표하여 의사를 표현하고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견을 듣는 것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의견 수렴이 되었다고 하여도 대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권을 사용해도 확인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 또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회원의 의견을 알 수 있다는 주장도 이상주의적인 생각이다.
의협의 경우 우편투표방식의 직선제를 시행할 때 투표율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15% 내외로 2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인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정도 투표율이면 ‘모든 회원의 의견’ 이라기보다 ‘관심있는 회원의 의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을 정도다.
협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할 것이지, 간선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선거인단제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 광고를 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바람을 잡느라 힘 뺄 것도 없다. 그 정성에 그 돈이면 전회원에게 직접 물어보고도 남는다. 현대의 기술력이면 저렴한 비용으로 유선과 무선 통신망을 사용하여 많은 회원의 의견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한 사람당 단돈 2~3백원이면 핸드폰과 유선전화를 사용해 12시간 내에 수만 명을 여론조사를 할 수 있다는 회사들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조사 진행과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문제가 된다면 이를 보완할 방법도 많다.
치협의 대의원총회는 의결 시 전자표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서울지부도 이번 대의원회부터는 전자표결 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자표결 시스템은 회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전자 여론조사시스템도 치과의사회의 회무에 크게 이바지했다.
어느 제도를 주장하건 그들의 목표가 정치적 이득이 아니라 정말 더 많은 치과의사들의 이익이라면 자기말만 할 것이 아니다. 회원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