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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협회에게 호미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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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석 논설위원

얼마 전 아내가 비싸게 주고 사왔다며 예쁘게 생긴 정원용 호미를 들고 호들갑을 떤다. 아름다운 색깔의 강화 플라스틱 제품이었는데 호기심으로 한번 써 보고는 집어 던져버렸다. 기능면이나 손에서 느끼는 감촉이 그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내키지 않았다. 그 이후 텃밭을 손볼 때마다 토종 호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그것의 위대함을 알리려 해도 표현력이 짧아 안타까워하고 있던 차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빠짐없이 글로 옮긴 작가가 있어 그의 글 일부를 소개하려한다.

 

‘호미 예찬’ 중에서 (박완서)

“어떤 철물점에 들어갔다가 호미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손에 쥐어보니 마치 안겨오듯이 내 손아귀에 딱 들어맞았다. 마치 구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감동스러웠다”

“호미는 남성용 농기구는 아니다. 주로 여자들이 김을 맬 때 쓰는 도구이지만 만든 것은 대장장이니까 남자들의 작품일 터이니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 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 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을 새롭게 하곤 한다. 호미질은 김을 맬 때 기능적일 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흙을 느끼게 해준다”

“원예가 발달한 나라에서 건너온 온갖 편리한 원예기구 중에 호미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호미는 순전히 우리의 발명품인 것 같다. 또한 고려 때 가사인 사모곡에까지 나오는 걸 보니 그 역사 또한 유구하다 하겠다”

 

고려 가사가 삼국시대가 배경인 것을 보면 호미가 천년 이상의 세월의 담금질을 통해 살아남은 세련되고 기능적 디자인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농기구들이 거의 기계화 되고 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우리 민족에게는 자랑스러운 유산임에 틀림없다.

 

호미는 종자를 심거나 김을 맬 때 사용하는 기구이다. 여기서 김매기라는 말을 풀어 보면 ‘김’이란 논이나 밭에 자생해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풀(또는 기움)을 말하며 ‘매기’란 뽑아 버린다는 뜻인데, 김매기는 잡초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흙을 부드럽게 하고  포기사이의 굳어진 흙을 긁어서 공기를 잘 통하게 하고 수분이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러한 기능은 한번이라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정확성, 효율성에 있어 박완서 작가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그 이상의 찬미 어구를 찾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것이다.

 

작물과 풀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곡물은 보호하면서 김을 맨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미가 기계화되지 못하는 까닭이고 그만큼 고마운 이유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다. 섬세한 어머니의 손에 호미를 주어 좀비 같은 존재를 족집게처럼 김매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치과계에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압축된 호미라도 빨리 선물해서 발전을 저해하고 괴롭히던 제도나 내부의 갈등을 뽑아내고 공기를 불어 넣어 회원들 사이에 원활한 소통으로 활기를 되찾고 싶다. 그래야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누를 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완벽한 호미가 나오기까지 천년의 세월이 걸렸듯이 원하는 치과계가 되기까지 우리도 그만큼 기다려야하나 하는 긴 한숨이 나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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