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속초에 갑자기 사람들이 모이고 그 이유가 ‘포켓몬GO’라는 게임이라고 이야기 할 때 모두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게임과 속초를 연관짓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포켓몬GO 게임의 형태가 증강현실기반이라는 것과 증강현실이란 용어가 무엇인가를 이해하여야 한다. 기존의 게임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였다. 이것은 가상의 환경과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 사용자가 현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하였다. 예를 들면 제주도 옆에 또 하나의 가상의 섬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반면 증강현실은 이런 가상의 세계를 현실에 기반해 재구축한 것을 말한다. 즉 현실의 공간, 건물, 도로 등을 기본으로 그 위에 가상의 인물, 사건을 입힌 것을 말한다. 처음 시도는 군대에서 가상 전투훈련을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구글지도를 기반으로 GPS를 이용하여 현실 세계의 3차원 지도와 영상을 사용하게 발전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군사목적의 이유로 지도 이용을 거부하였고 결국 일본과 가까운 지역만 곁다리로 게임이 가능하였고, 그곳이 속초와 부산 지역이었다. 속초 어느 공중전화 박스 앞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비추어 포켓몬GO 속의 괴물을 발견하고 도망가기 전에 잡는
흔한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이다’는 말이 있다. 그냥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심리학이나 종교적으로 보면 매우 중요한 핵심을 지닌 말이다. 심리학에서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중을 어느 곳에 두는가의 문제는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정신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에게 자아중심성을 표현하는 ‘상상속의 청중’과 ‘개인적 우화’라는 심리현상이 있다. ‘상상속의 청중’은 한마디로 모두가 나에게 집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과장된 자의식으로 인해 자신이 타인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늘 누구나 자신을 지켜본다고 생각하는 스타의식이 바로 상상속의 청중이다. ‘개인적 우화’는 한마디로 나는 타인과 다른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세계는 다른 사람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다. 청소년은 자신의 우정, 사랑 등이 다른 사람은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믿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죽음, 위험, 위기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며, 혹시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폭주족이 자신은 죽지않는다고 생각하고 폭주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교육부 고위공직자가 취중에 민중을 개, 돼지로 표현한 것과 신분제를 공고히해야 한다는 발언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치과계는 배제된 채로 복지부가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방안(이후 개선안)’을 발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묘하게 해석이 된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면허 취소 △자격정지 명령제도 신설 △진료행위 중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 취소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면허 신고 시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신고 의무화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구성 △동료평가제도 도입 △보수교육 운영 관리 강화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등을 포함하였다. 정부가 주도하여 징계 위주로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려는 개선안의 내용을 치과계는 유감으로 받아들이지만 지나온 시간 동안 의료계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반발과 반론을 제기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취지와 의도를 이해하지만 그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앞서나갔고 오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발언은 모든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선 ‘신분제의 공고화’이다. 과거에 의료인의 신분은 중인이었다. 결국
7년 만에 센다이를 방문하였다. 지도교수님의 희수(喜壽, 77세) 기념 강연회가 있었다. 십여 년 만에 듣는 교수님의 강연이었지만 전문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강의였다. 더불어 제자들에게 지금까지도 궁금한 점에 대하여 생각하고 의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을 보여주는 강의였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쉬지 말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자기발전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셨다. 유학시절 자주 가던 일본 라멘집을 가니 20년 전에 먹던 맛이나, 가구나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일하는 종업원들이 젊어졌다. 일본 친구 부모님께 인사가니 반갑게 맞아주시며 최근 한일관계가 나빠진 것에 걱정을 많이 하셨다. 멀리 바닷가 주변의 소나무들로 전망이 멋진 곳이었는데 5년 전 지진과 쓰나미로 쓸려가서 그저 아무것도 없는 평평함만이 변화를 느끼게 하였다. 일본의 변화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 밖으로는 항상 조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로공사도 사람이 가장 다니지 않는 시간을 골라서 심야에 행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센다이는 3년을 살던 곳이기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 7년 사이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대민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젊은이로 바뀌었다. 역에서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자신이 한 마리의 벌레로 변신해 있었다. 주인공은 변신한 외모로 인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소통이 두절된 채로 고독하게 홀로 죽어갔고 반대로 그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변신’ 속의 주인공과 같이 고독과 고립감 그리고 소통의 부재 속에서 독립된 섬처럼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세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신되어 사회로부터 차단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반면 ‘1984’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세상이 변하여 있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자신이 변신을 하던 세상이 변하던 결과는 같다. 소통의 부재에 의한 개인적 고립이다. 그런 고립은 고독과 외로움을 증가시키고 심화되면서 이에 순응하면 우울증으로 혹은 반발을 하면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이상심리로 진행되기도 한다. 요즘 부쩍 증가한 보복운전이나 묻지마 폭행 등이 이런 맥락이다. 과거에는 한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크기가 작았다. 집과 직장뿐이었다. 그 작은 사회 이외의 국가나 세계 등 큰 사회의 변화는 개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그것은
丙申의 의미는 서쪽 태양이다. 서쪽 태양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석양 노을은 예쁘다. 하지만 낮의 끝자락으로 곧 밤이 올 것을 의미한다. 낮 동안 오랜 시간을 태양이 비추어 온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빛이 비춘다는 의미로 어두운 곳까지 구석구석 빛이 도달하니 평소에 안보이던 것들이 잘 보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丙申년에 낮이 가장 긴 하지이다. 하지는 망종에 시작한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 하지부터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에는 기우제를 지낸다. 모내기 후에 충분한 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까지 모내기를 끝내지 못하면 벼가 충분히 영글지 못한다. 그래서 하지는 노력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극명하게 구분하는 시기이다. 태양의 해에 태양이 가장 길게 땅을 비추는 날이 丙申년 夏至이며 60갑자에서 10년에 한 번 오는 날이다. 그렇게 빛이 구석구석을 비추니 세상이 선명해지고 잘남과 못남이 모두 드러난다. 잘남이 드러나는 것은 축복이나 못남이 드러나는 것은 결코 반갑지 않다. 세상을 편히 사는 데는 모르고 사는 것도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곳까지 비추어지니 세상은 어수선함의 극치이다. EU에서 탈퇴하려는 브렉시트는 영국의 속
며칠 전 박모씨라는 젊은 인기 연예인의 성폭행사건이 톱기사로 올라왔다. 그리고 오늘은 고소가 취하되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더불어 유흥주점 여종업원에게 성관계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그는 여성들에게 순수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톱스타다. 이번 사건으로 그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관계의 대가를 지불했다고 인정하였다. 성폭행이라는 치명적인 범죄보다는 성매매라는 조금 가벼운 범죄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는 억울한 것이 많아 보인다. 나이 서른 살의 인기 연예인이다 보니 그 흔한 연애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고 여자 한명 사귀기도 힘들 것이었다. 더구나 조금 아는 여자와 만나다보면 개그맨 유모씨처럼 갑자기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으니 사람을 만나거나 접하는 것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유흥업소였고 젊은 혈기를 즐겼을 것이다. 그런데 성매매금지법을 여종업원이 이용하였다고 해석하면 이 사건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현재의 우리나라 법의 테두리에서 젊은 남자 인기 연예인이 여자를 만나고 자신의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박모씨처럼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
지난 현충일에 광주 포충사 고경명선생의 대종가를 참배하였다. 400년을 장손 종가로 이어온 대종가의 모습은 청아하고 고결하였다. 임진왜란시절 6천명의 의병을 이끌고 금산 칠백의총의 조헌 의병장을 돕다가 금산에서 3대가 전사하였다. 대종가의 참배 후 돌아오는 길에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사건을 들었다. 사건 내용을 접하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이 땅을 위하여 피를 흘리고 죽어갔고, 누군가는 그들의 피를 이용하여 사욕을 채우는 모순성에 대한 화두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이런 역사의 모순성이 현충일에 다시 필자를 아프게 한다. 이 사건을 조금 분석해 보면 단순한 성폭행 사건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첫 번째는 단독범이 아닌 단체 범행이고 사전공모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다 한 명의 미치광이를 만난 우연적 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3명이 모두 미치광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것은 그들 의식 속에서 이미 여선생을 선생으로 보지 않고 여자로 보는 집단적 의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그들의 공모로 행하여 진 사건이라면 처음이 아닌 반복된 경험 속에서 익숙하게 시행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사건의 팩트 상 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에는 17세기의 이탈리아 화가 카를로 마라타가 그린 ‘우물가의 리브가와 엘리에젤’이라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는 비너스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그려져 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는 17세기 스페인 화가 후세페 데 리베라가 그린 ‘엄마 리브가와 짜고 이삭의 축복을 받는 야곱’이라는 그림이 있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험상 궂고 고집이 세어 보이는 중년 후반대의 여자가 등장한다.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여인이 리브가이다. 이 두 그림 속의 리브가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인이다. 아브라함이 백 살에 얻은 자식 이삭의 아내가 리브가이다. 아브라함은 가장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위하여 당대 최고의 여인을 물색하였고 그 임무를 맡은 자가 엘리에젤이었다. 그는 어느 우물가에서 순수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리브가를 처음 만났다. 그때의 장면이 마라타가의 작품이다. 리브가는 장남 에서와 차남 야곱을 낳았지만 야곱을 편애하여 급기야는 이삭의 모든 유산을 차남에게 주려는 나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노쇠하여 눈이 보이지 않는 이삭을 속이기 위하여 야곱을 에서로 변장 시키고는 유산을 상속 받게 하였다. 그때의 장면이 리베라의 그림이다.
얼마 전 기사에서 접한, 교정치료 환자로부터 진료거부로 고발당한 치과의사의 사연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비록 필자의 사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일들을 경험한 동병상련의 감정인지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내용은 환자의 치아에 브라켓을 처음 붙였는데 아팠다고 불편을 토로하며 장치를 모두 철거하기를 강하게 요구하여 환자가 원하는 대로 전체 장치를 제거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다시 장치를 붙여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교정의사는 못내 환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교정장치를 장착하면서 환자의 불만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런 사건의 반복으로 원장은 다른 치과로 전원을 물어보았고 환자는 그것을 진료거부로 고발하였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가 브라켓을 붙였는데 환자가 아팠다고 화를 내며 장치를 모두 제거해달라고 주장했다는 부분이다. 환자는 통상 치과치료는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진료를 받으러 오기 때문에 통증에 대하여서는 생각보다 관대하다. 즉 어지간한 통증은 잘 참는다. 특히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교정치료에서 브라켓을 붙이는 술식은 통증을 동반하는 술식이 아니다. 생각해볼
필자가 치과의사라서 그런지 ‘몽니’란 단어를 들으면 왠지 치아 중의 하나처럼 느껴진다. 아픈 사랑니보다 조금 더 아픈 치아 같은 느낌이다. 몽니는 사전에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순수한 우리말이고 준말은 ‘몽’이다. ‘몽니’라는 말에는 투정, 심술, 훼방, 트집, 욕심 등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몽니’는 ‘몽을 부리는 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강자의 용어가 아니고 약자의 용어이다. ‘갑질’이 강자의 용어라면 ‘몽니’는 약자의 용어라고 하겠다. 약자의 처지에서 강자에게 정면으로 대들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화가 나서 강자가 하는 일에 슬쩍 초치는 행위가 몽니다. 그러나 이외에도 상대방이 그다지 잘못한 일도 없는데 공연히 트집을 잡아 심술을 부리는 등 괴롭히려 드는 사람들의 행동에 사용하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시끄럽다. 젊은 여성은 빨리 내려가려는데 앞 노인이 가운데를 막고 서서 조금 먼저 지나가겠다고 하자 일부러 비켜주지 않아서 시끄러웠다. 결국 젊은 여성은 노인을 피하여 내려갔고 이에 노인은 자랑스러운 듯이 일부러 비켜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상담하러 왔다. “어머니, 어떤 일로 병원에 내원하셨는지요?”라는 질문에 “아이가 나처럼 턱이 나오면서 턱관절이 아플까 염려되어서 왔습니다”라고 어머니가 답변하였다. 어머니 얼굴을 보니 약간 역삼각형에 갸름하면서 턱 끝이 발달하였지만 완전한 주걱턱 얼굴은 아니었다. 몇 가지 질문에서 어머니는 오랫동안 턱관절 질환을 앓아왔으며, 그 원인이 주걱턱형의 턱 끝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의 얼굴을 닮아가는 딸을 보니 나중에 본인처럼 턱관절로 고생을 할 것이 염려되어 내원을 하였다는 요지였다. 이에 필자가 얼굴형과 턱관절과 무관함을 피력하고 턱관절이 불편하면 치료를 받으라고 설명하자 무척이나 실망하는 눈치였다. 설명 후에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은 지금 현재로는 기우이시니 전혀 걱정을 마시고 다른 것은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어머니는 “그러면 됐습니다!”라고 잘라서 답변하였다. “따님의 상하악 치아가 조금씩 틀어져 있는데도 괜찮습니까?”라고 필자가 의아함에 재차 반문하자 “이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라는 단호한 대답을 들었다. 교정을 업으로 삼고 사는 필자에게 환자의 어머니가 치아배열은 전혀 상관하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이었다. 우산을 접고 지하철 통로를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밑에 무엇인가 지나갔다. 우산이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계속 발로 우산을 차면서 지나간다. 일순간 심한 충격에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장난삼아서 하거나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는 화가 나는 것을 참지 못해서 행했던 행동을 20대 중반 여성이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도 대중이 많은 지하철 통로에서 말이다. 통통한 체형에 약간 작은 키로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화가 난 얼굴처럼 보이게 하였다. 그런 그녀의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사회를 대변하는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머리에 떠오른다. 만약 10여 년 전에 동일한 장면을 목격하였다면 그냥 개인적인 정신 병력을 지닌 환자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역량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인에게 프러포즈하고 거절당하자 강제로 상대를 감금하고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있었다. 변심한 연인의 마음을 돌리려고 편의점 강도피해 자작극을 행하였다. 갓난아이가 운다고 떨어뜨려서 죽게 하고 시험을 통과하려고 국가
창밖이 조용한 아침이다. 새벽 아침에 비가 내리니 커피향이 더욱 진하게 감미롭다. 모처럼 일찍 일어난 새벽아침을 즐기고 있다. 일상보다 3시간 이르게 기상하였다. 항상 수요일 오전에 글을 쓰는데 선거일로 인하여 일정이 바뀌어서 일찍 일어나는 덕에 비 내리는 새벽아침의 고요함을 커피와 함께 즐기는 호사를 누린다. 선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시끄러움과 대조를 이루니 더욱 그리 느껴지는 듯하다. 선거 때면 한번 정도는 ‘어떤 당을 지지하는지와 누구를 찍을 생각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정치적인 대화를 피하기 위하여 ‘아직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라고 회색론적인 대답을 한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필자에게 선거 시즌은 아주 재미있는 시기이다. 선거 때면 수많은 심리들이 작동을 하고 그 결과가 눈에 보이게 나타난다. 개인 심리와 집단 심리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어느 당의 누구냐 보다는 어떤 심리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어떤 말이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에 더 관심이 간다. 투표자의 마음을 얻고자하는 이들의 심리적인 작전과 그에 따른 투표자들의 심리적 변화 양상 등은 매우 흥미롭다. 일례로 투표자들의 양상을 보면 사람의 심리적인 패턴을
진료실 밖에서 확성기로 들리는 소리가 선거철임을 실감하게 한다. 웅웅거리는 소음만 들리고 떠드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뉴스는 온통 선거로 몰고 가지만 여론은 검사장의 126억원 주식차익과 조세도피처에 재산을 은닉한 195명의 명단에 더 관심이 간다. 이 두 사건은 비슷한듯하지만 다르다. 권력과 돈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같지만 검사장은 스스로 보고한 것이고 조세도피처 인물들은 타인의 손에 의하여 공개된 것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시작하였다. 그 당시 재산을 공개할 수 없던 많은 공직자들이 사퇴를 하였다. 스스로 공개하면 안 되는 재산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검사장은 당당하게 공개하고 전국 공직자 재산서열 1위에 등극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융담당 전문검사가 비상장주식의 시세차익으로 1년에 37억원을 벌어들였다면 문제가 된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검사장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했거나 자신이 있어서 사퇴하지 않고 공개했을 것이다. 그의 심리를 생각해보면 첫째는 익숙함의 일반화이다. 주변에서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옳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