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던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 나에 대한(우리 아이에 대한) 치료가 잘되고 있나요?” 이에 필자는 순진하게 초진 모형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진행돼온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그 뒤에 다시 환자의 질문이 따라온다. “그럼 진료가 언제쯤 끝날 수 있나요?” 여기에 대해 다시 초진 시에 설명한 차트를 리뷰하면서 처음에 계획한 것과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거라는 대답을 한다. 그 뒤에 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내가(아이가) 여름방학에 여행을 계획하려는데 그전에 끝날 수는 없는 것인가요?” 이 마지막 질문을 들으면 그제야 비로소 환자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만 이때 필자의 마음은 속았다는 느낌, 당했다는 느낌에 화가 올라온다. 처음부터 “여름방학에 일이 있으니 그때까지 치료가 끝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될 것을 빙빙 돌려가면서 질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허탈하게 하고 화를 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그 내면의 심리에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심리가 깔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가을의 흔적은 아직도 이곳 저곳에 남아있건만 어느새 차가운 바람은 서둘러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이제 머지 않아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군인들은 혹독한 추위를 대비한 병영생활을 준비할 것이고, 관공서에서는 산불이나 폭설을 대비한 월동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좀 더 두터운 겨울 옷들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이전에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추위를 맞이할 것이다. 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 가을에 거두어들인 배추나 무로 김치나 깍두기 그리고 동치미를 담았던 조상들의 지혜는 참으로 대단하다. 아무튼 겨울은 다른 어떤 계절보다 준비할 것이 많은 계절인 것 같다. 그만큼 추위라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을 위축시키게 만든다. 그래서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추위를 막아주는 옷이나 난방시설도 필요하지만 특히 따끈한 음식을 유난히 찾게 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 생각나고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는 따뜻한 하얀 찐빵도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하얀 옹심이가 들어간 달콤한 단팥죽이나 호박죽은 겨울의 또 다른 별미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전의 시대에 따뜻하
지난 일요일 필자가 20년간 활동했던 학회의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원로 교수님들의 축사와 지나온 발자취 강연을 들으며 젊었던 시절의 추억과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오랜 시간을 같이 활동해온 많은 선생님들이 새삼 반가웠다. 이렇듯이 우리 주변에서 조금만 돌아보면 의미를 지닌 기념일이 많이 있다. 얼마 전 동창회로부터 내년에 졸업 30주년 행사를 한다는 편지를 받았다. 벌써 필자의 나이가 그런가하며 새삼 놀랐다. 기념일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 속의 이벤트로서 긍정적인 평가일 때는 개인에 있어서는 연륜이나 경륜으로, 단체나 국가는 역사로 표현된다. 반면 부정적인 경우에는 적폐, 폐단, 구습, 악습이란 표현이 따라온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평가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팩트(역사적 사실)로 보는 이들과 평가 시점의 가치로 보는 이들로 나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념일은 작게는 개인적으로, 크게는 범국가적인 의미가 있다. 교정의인 필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기념일은 올해가 현대 치과교정학의 창시자인 Angle 선생이 최초의 교정 장치인 E Arch 장치를 만든 지 110년 되는 해이다. 그의 제자이며 현대 교정학의 학문적
오늘이 입동이다. 14시 38분이 입절시각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김장 준비를 하려고 분주한 때여야 하건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직도 방에 모기가 날아다닌다. 아직도 모기향을 피우는 필자는 입동으로 겨울이 시작되건만 환경 변화로 계절 인지능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것이 필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불과 2주 전 여의도에서는 벚꽃과 장미가 피었고 아파트 공원 앞 은행나무는 일찍 노란색으로 물든 잎을 떨치고 가지만 남아 가는데, 그 옆 단풍나무는 아직도 붉은 색으로 변하지도 않았다. 자연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24절기는 태양에 대한 지구의 위치를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절대로 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지구 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내부적 문제이다. 인류는 공전과 자전을 제외한 자연계의 질서에 변화를 주는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요즘 오징어가 금값이고 우리나라 바다에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열대성 어종이 잡히고 있다. 만약 인류가 스스로 자제하지 않고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연계의 항상성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글이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가득한 계절이다. 어린 시절 단풍이라는 것이 초록이 지쳐 생긴다는 시적 표현의 힘에 감동을 받았었지만 사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라는 말이 그 시절에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눈이 부신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내뿜는 강한 자외선 앞에서는 눈이 부시는 것을 넘어서 오랜 시간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운전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푸르고 맑은 날씨가 오히려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려고 노력한다. 이전에는 선글라스를 연예인들이나 혹은 멋쟁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대중화 된 것 같다. 아마도 눈 건강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선글라스의 색깔은 검은색이나 갈색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파란색이나 초록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검정이나 갈색을 많이
10월 31일은 미국의 대표적인 축일인 할로윈 데이다. 우연히 이태원의 할로윈을 보게 되었다. 이태원 근처로 가는 차량은 한강다리부터 밀렸다. 새벽 1시경인데도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할로원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필자의 본가가 이태원이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귀신복장, 좀비복장, 강시복장, 신혼부부복장, 캔디복장, 백설공주, 환자복장, 미라, 신데렐라, 스파이더맨, 토르, 아이언맨, 배트맨, 군인, 파자마파티, 해골 등 눈길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복장들로 매우 흥미로웠다.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복장과 분장을 통한 자기표현을 보면서 우리 민족이 가진 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대표 정서를 표현하라고 하면 대부분 ‘한(恨)’이라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恨’이란 정서는 가슴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고유정서는 ‘흥(興)’과 ‘恨’으로 대별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興’이 많은 민족이었다. 신이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興’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대부분 모두가 가수만큼이나 노래를 잘한다. 모든 모임의 끝은 항상 노래방이다. 우리들의
필자의 지인 중에 ‘Free hearings’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원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 공원이나 홍대 앞에서 ‘Free hugs’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은 종종 접했다. 프리허그의 본래적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되고 메마른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필자의 지인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목적으로 Free hearings를 시작하였다. 요즘 현대인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 이미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SNS의 영향도 매우 크다. 요즘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동료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나 모두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풍경이다. 동반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이 실례를 범하는 것이지만 이미 시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릴 만큼 많이 변해 버렸다. 그 만큼 누군가와 집중해서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암시이기도하다. 이런 사회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어 Free hearings를 몸소 보이려고 시작하였다. 심리학자 맥코넬은 64명의 대학생에게 33개의 성격카드를 주고 자신을
필자의 지인 중에 ‘Free hearings’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원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 공원이나 홍대 앞에서 ‘Free hugs’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은 종종 접했다. 프리허그의 본래적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되고 메마른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필자의 지인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목적으로 Free hearings를 시작하였다. 요즘 현대인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 이미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SNS의 영향도 매우 크다. 요즘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동료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나 모두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풍경이다. 동반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이 실례를 범하는 것이지만 이미 시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릴 만큼 많이 변해 버렸다. 그 만큼 누군가와 집중해서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암시이기도하다. 이런 사회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어 Free hearings를 몸소 보이려고 시작하였다. 심리학자 맥코넬은 64명의 대학생에게 33개의 성격카드를 주고 자신을
모 치과전문지에서 ‘이제는 환자 관리도 24시간’이란 기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용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필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기사는 치과 업무시간 이후에 SNS를 활용한 ‘실장 SNS폰’으로 실시간 상담을 하는 치과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개와 환자의 불만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를 위해 담당자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등의 다소 부정보다는 긍정에 가까운 기사였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러듯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장단점이 따른다. 이 방법은 환자의 불만과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해결해주어서 불만이 증폭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막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임플란트와 같은 수술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불만을 즉시 해결 가능하다. 더불어 환자와의 라포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충성 고객의 확보와 이를 통한 소개 신환 확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답변을 해야 하는 누군가는 업무 외 시간에도 업무가 연장되고 심하면 사생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것은 이직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직원의 잦은 이직률은 병원이미지와 직원 간의 협동력 저하를 가져와 결국 장기적으로
얼마 전 지방 모 대학병원에서 임직원을 상대로 병원에서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설문조사했다.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각자 위치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듣기 싫은 말의 1위는 선배입장에서 “제 일이 아닙니다”와 후배입장에서 “생각 좀 하고 일하지?”였다. 반대로 듣고 싶은 말로는 선배입장 응답자 중 35.4%는 “선배는 배울 게 많은 사람입니다”로 1위였고, 다음으로 30.1%가 “제가 하겠습니다”를 택했다. 반면 후배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수고했어, 잘했어, 역시 든든해”다. 55.6%로 1위였고 “우리 함께 잘해보자(22.7%)”와 “어려운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16.5%)”가 그 다음이었다. 이것은 20년 전에 한 백화점에서 실시한 조사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과장급이하 직원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 답변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이걸 일이라고 했나?”, “혼자 튀지 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이거 확실한 거야? 근거 자료 가져와” 등이었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자네가 한 일이니 틀림없겠지”, “자네를 믿네”였다. 얼핏 보면 20년 전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선배나 상사가 부